국가안보와 마키아벨리의 선택
"그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야말로 나라를 살리고 문명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선거철이 다가올수록 어떤 인물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생기게 마련이다. 사람이 바뀐다고 정치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지만 변화는 새로운 사람을 선택하는 데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현대 정치학의 아버지라는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 1469~1527)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정치인은‘사자의 힘과 여우의 간교함’을 두루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 탓에‘권모술수’의 화신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마키아벨리의 고민은 국가의 생존과 번영에 있었다.
16세기 이탈리아는 도시국가들이 난립한 상태에서 주변 열강으로부터 심한 외압에 놓여 있었다. 이때 피렌체공화국이 생존할 수 있는 방책을 군주의 차원에서 모색했던 것이‘군주론’이다. 여기서 그가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단순히 권력의 획득이나 유지가 아니라 공화국의 생존과 번영이었다. 이를 위해 강력하고도 지혜로운 권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가 사자와 여우를 빌려 정치권력의 이미지로 삼았던 것도 그러한 권력만이 강대국의 탐욕 앞에 놓인 도시공화국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는 현실주의적 신념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무엇보다 먼저 무장하라(Before all else, Be armed!)”라는 경구도 불안한 국제정세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자신의 힘을 기를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주장이다.
우리가 주목할 마키아벨리의 저술은 1531년 출판된‘로마사 논고’다. 이 책에는 조그만 부족이었던 로마가 어떻게 지중해를 제패하는 위대한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어떤 외부의 원군이나 용병에 의존하지 않았으며 자신들의 힘으로 위대한 공화국을 건설한 로마군대의 위대함을 상찬한다. 하지만 로마가 위대한 이유는 단순히 군사력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마키아벨리는 강조한다.
진정한 위대함은 공동체를 향한 정치지도자들의 헌신과 기백에 있다는 점이다. 로마는 카르타고의 한니발 군대와의 카나이 전투(BC 216)에서 7만여 대군이 몰살당하는 참패를 당했다. 그 전투의 사망자에는 두 명의 집정관과 두 명의 감찰관, 29명의 장군, 그리고 80명의 상원의원이 포함됐다. 이는 당시 로마를 통치했던 인원의 거의 30%에 가까운 숫자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로마의 정치지도자들은 자신의 생명을 걸고 국가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로 나섰던 것이다.
이들의 헌신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시민들도 조국 로마를 위해 결연히 목숨을 바칠 수 있었다. 더욱 눈부신 것은 이러한 패배에도 불구하고 로마는 평화를 구걸하는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노인과 노예들마저 무장시키며 한니발 군의 로마입성을 대비했다. 피난과 협상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정신을 마키아벨리는‘로마인의 기백’이라 표현했다. 그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야말로 나라를 살리고 문명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이런 기백에 찬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에 로마는 지중해를 제패하고 세계를 호령하는 대제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가 살아난다면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기백을 갖춘 정치인이 누구인지 물을 것 같다.(http://kookbang.dema.mil.kr/)
윤영미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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