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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에 갇혀버린 총선 이슈

Written by. 강원택   입력 : 2004-03-21 오전 10: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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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한달도 남지 않았지만 선거전의 양상은 이전과는 크게 다르다. 국회의 탄핵 의결 이후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은 오로지 탄핵 이슈에만 모아져 있고, 그 결과 17대 총선은 탄핵을 둘러싼 각 정당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 국민이 심판을 내리는 기회가 돼 버렸다. 어찌 보면 이번 총선은 2002년 초 새천년민주당의 경선과 함께 막이 오른 대통령 선거의 최종 결정판이 돼 버린 느낌이다. 탄핵 정국의 핵심은 노무현 대통령을 선택할 것인가, 버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정당과 국회 심판 언제하나

대통령 선거 때는 후보가 여러명이었지만 이번에는 한 후보에 대한 찬반투표의 의미라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전체로 본다면 2년 이상의 귀중한 시간을 대통령 선거로 허비하고 있는 셈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가 이런 식으로 해석된다면 정작 선거에서 정치적 심판의 대상이 돼야 할 정당과 국회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이다.

16대 국회는 정말 역사상 최악의 국회였다고 평가될 만큼 여러가지 부끄러운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 수수 혐의로 많은 의원이 교도소에 투옥됐고 방탄 국회, 구속된 동료 의원 석방 결의안, 그리고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등 비리 의원 감싸기에다 자유무역협정(FTA) 인준 과정에서 보여준 일부 의원의 무리한 행태, 여전한 고성과 욕설.몸싸움 등 일일이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임기 막판에는 정치관계법 처리를 두고 또 한번 추태를 재연했고, 결국 헌법재판소가 정한 개정 시한도 지키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러나 17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달도 남지 않은 이 시점에도 이와 같은 16대 국회의 부끄러운 모습에 대해 정치권은 조금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국민도 탄핵 공방에만 온통 정신을 팔고 있다. 오히려 정치권은 탄핵 정국을 통해 16대 국회에서 드러난 온갖 허물을 슬쩍 덮고 넘어가려고 하는 듯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탄핵 문제가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나든 총선 이후 17대 국회가 구성돼도 우리 정치가 적어도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이 여러가지 정책 공약을 준비하고 있지만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공약은 정치권의 근본적인 자기혁신이다. 지키지도 못할 이런저런 좋은 이야기만 길게 늘어놓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그런 50대, 100대 공약보다는 단 하나라도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고 또 정당들이 지킬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16대 국회에서 정치권이 보여준 각종 추태와 몰상식한 행태를 보면서 국민이 느꼈던 실망과 혐오감을 치유해 줄 수 있는 정치권의 자기 개혁, 특히 국회 개혁에 대한 각 당의 공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를 들면 최근 보여준 것처럼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까지 각 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맞부딪칠 수밖에 없는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을 논의하는 잘못된 관행은 17대 국회부터는 정말 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거구 획정과 국회의원 정수의 결정, 그리고 선거법.정치자금법.정당법 등 정치 관련법 개정은 다음 선거가 실시되기 최소 2년 전까지는 반드시 확정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일이 필요하다.

*** 선거구 획정 등 문제점 고쳐야

또한 공정한 획정을 위해 선거구 획정위원회에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참여하지 못하게 하고, 국회는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정한 방안에 대해 찬반 결정만 내리도록 하는 일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공약이야말로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내용일 것이다.

정치인을 욕하고 꾸짖지만 정치권의 추태가 계속해 재연되는 것은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이 정치권에 '놀아났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지역주의로, 이번에는 탄핵 이슈에 말려들어 정치권의 개혁이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차분한 마음으로 총선의 진정한 의미를 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제공 중앙일보)

강원택 숭실대 교수.정치외교학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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