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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변혁 몸짓인가 조작 푸닥거리인가

Written by. 정용석   입력 : 2012-08-08 오후 12: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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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김정은 로동당 제1비서가 최근 보인 자유분방한 돌출 행태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개혁개방의 몸짓이란 긍정적인 해석이 있는가 하면, 이미지 조작을 위한 푸닥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류우익 통일부장관은 “제비 한 마리가 오면 봄이 온 것”이라며 변혁의 신호로 받아드렸다. 그러나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은 김정일의 “이미지에만 초점을 맞추지는 말라”라며 ‘변화의 조짐’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김정은은 7월 들어 서구적 차림의 부인과 함께 팔짱을 끼고 나타났는가 하면, 허벅지 까지 드러낸 모란봉 악단 가수들의 노래와 춤도 관람했다. 미국의 전설적 가수 프랑크 시나트라의 히트곡 ‘마이웨이(나의 길:My Way)'도 연주케 하였다. 내 맘대로 한다는 노래다.

 김은 10대 때 스위스 베른의 국제학교에 입학해 2년간 다녔다. 어릴 적 스위스 유학이 그의 서구적 돌출행태를 변화의 조짐으로 확대 해석케 한다. 동시에 북한이 당면한 경제적 파국상태도 변화로 몰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적 배경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김의 서구적인 행태를 변화의 조짐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희망적인 기대심리가 빚어낸 환상에 불과하다. 2년간의 서구 유학이 김을 개혁개방으로 끌어내기엔 너무 짧고 그가 처한 북한 권력구조는 너무 경직되어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독재체제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사드 대통령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영국에 가서 2년 동안 유학하며 서구 문물에 젖었다. 그의 부인 아스마는 시리아인의 딸로서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의 명문 킹스 칼리지를 졸업하였다. 그들은 서구문화로 의식화된 커플 이다. 그러나 젊은 아사드 대통령은 서구식 개혁개방을 거부하였고 지금 독재에 반기를 든 시민군을 잔혹하게 학살하고 있다.

 서구문물을 접했던 2세들이 개혁개방을 거부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자신들이 루마니아의 니콜라이 차우셰스크처럼 국민들의 반란에 직면, 처형당한다는 불안 때문이다. 김정은도 생명을 무릅쓰고 서둘러 개방개혁할 리는 없다. 처참한 죽음을 자초한다는 데서 그렇다.

 김의 파격적인 행보는 새롭고 참신한 지도자상을 꾸며대기 위한 이미지 조작에 불과하다. 김정은과 북한 지배 세력은 경제발전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급격한 변혁을 원하지 않는다. 김정은은 그의 고모이며 로동당 경공업부장인 김경희와 로동당 행정부장이며 고모부인 장성택을 비롯한 기존 권력에 엎여 있다. 그들이 건재하는 한 북한에서 과감한 중국식 실용주의나 동구식 개혁개방은 기대할 수 없다.

 다만 김일성·김정일 체제를 허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제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제한적 개방개혁만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식 실용주의에 미치지 못하는 제한적 개방만으로는 북한의 경제를 살려낼 수 없고 진솔한 남북관계 개선도 기대할 수 없다. 바로 김정은식 개혁개방의 한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서구적 행태를 연출해 보이는 데는 네 가지 노리는 바가 있다.

 첫째, 3대에 걸친 세습제와 경제난속에 실증을 느낀 북한 민심에 참신한 이미지를 불어넣기 위한데 있다.

 둘째, 20대의 어린 나이에 대한 신선한 이미지를 조작하기 위한 것이다.

 셋째, 서방국가들의 대북 이미지를 개선하고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려 미국과 일본 등에 접근, 경제지원을 얻어내며 한국을 고립시키기 위한데 있다.

 넷째, 남한 이명박 정부 내 유화세력과 종북좌익 분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위의 네 가지 효과를 얻어내기 위해 관영매체들을 동원하여 이미지 조작에 나서고 있다. 그들은 김정은이 관람한 모란봉 악단 공연을 확대보도하며 “지난 시기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공연”이라며 그의 아버지와 차별화 했다. 재일조선인총연맹(조총련)의 기관지 조선신보도 김정은이 국제사회의 추세를 바탕으로 ‘공개성을 중시’ 한다며 바람잡이에 나섰다. 

 김정은은 조상의 폐쇄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책무와 거덜 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개혁개방 해야 한다는 두 개의 모순 된 과제를 안고 있다. 그는 겉으로는 글래머러스한(매력적인) 부인을 대동, 새 모습을 선보이면서도 속으로는 체제단속에 진력할 수 밖에 없다.
 
 김이 자신의 권력기반 구축을 위해 개혁개방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 김정일도 할아버지 김일성도 모두 개혁개방의 절박성을 통감하면서도 거부하였다. 이유는 명백하였다.

 개혁개방 할 경우 동구 공산독재자들처럼 국민들의 봉기에 직면, 처형당하거나 쫓겨난다는 불안 때문이다. 바로 이 불안 때문에 김정은도 개혁개방 시늉을 내면서도 중국처럼 실용주의 노선으로 과감히 나설 수는 없다.
 
 북한에서의 본질적 변화는 김정은과 그를 감싸고 있는 김일성·김정일 기득권 세력이 제거된 뒤에서나 가능하다. 중국의 개혁개방이 마우쩌둥(毛澤東)이 죽은 뒤에 가능하였고 소련의 개혁개방 또한 요세프 스탈린 추종세력이 떠난 뒤에나 가능하였다.그렇지 않다면 주민들의 봉기에 의해서나 이뤄질 수 있다.
 
 김정은의 서구적 돌출행태를 보고 “제비 한 마리가 오면 봄이 온 것”이라고 화들짝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 김의 이미지 조작에 경솔히 넘어간 셈이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우습게 보였듯이 김정은에게도 녹록히 보이게 될 따름이다.

 김정은에게서 개방개혁을 성급히 기대하는 사람들은 러시아 속담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겨울은 세 번째 눈이 내리기 전 오지 않는다.” 북한엔 아직 첫 눈은 커녕 서리도 내리지 않았다.(Konas)

 정용석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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