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교수 중형 선고' 쟁점과 전망
서울중앙지법은 30일 송두율 교수에 대해 징역7년의 중형을 선고하면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던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부분을 사실로 인정했다.
법원은 이와 함께 송 교수의 그간 출판 및 언론 등을 통한 학술활동은 객관성을 잃은, 북한 편향적인 것으로 남북 평화통일에 악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송 교수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경계인’으로 포장하고 있어 중형선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 교수 변호인측은 “시대에 역행하는 판결에 절대 승복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인정
북한 조선노동당 후보위원이었는지 여부는이번 재판에서 최대의 쟁점이 됐던 부분.
이는 금품 수수, 회합통신, 잠입탈출, 찬양고무 등 송 교수의 여타 혐의는 대부분 공소시효가 완성되거나 남북교류가 활발해진 현 상황에서 과거에 비해 처벌의 당위성이 떨어지는 데 비해 ‘간부 또는 기타 지도적 임무 종사 혐의’ 에 해당하는 후보위원 선임 혐의는 최고 사형에까지 처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송 교수의 노동당 후보위원 혐의를 사실로 인정한 것은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의 진술과 김경필 전 독일주재 북한 이익대표부 서기관의 ‘대북 보고문’ 디스켓에 대해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내용이 사실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황씨가 북한 김용순 대남담당 비서에게서 송 교수가 후보위원이라는 사실을 들었다는 내용이 전문진술(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진술하는 것)이긴 하지만 황씨의 당시 북한내 지위와 대화 상황, 검찰 조사과정에서 이에 대한 송 교수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사실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대북 보고문’ 파일의 작성자도 김경필씨로 인정되고 디스켓을 변조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과 함께 송 교수 역시 ‘대북 보고문’ 내용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유로 들었다.
송 교수의 저서 「통일의 논리를 찾아서」등에도 북한 노동신문과 거의 일치하는 후보위원 명단이 나와있을 뿐 아니라 대남 간첩 이선실씨 역시 당 사업을 주도하는 역할이 아니었어도 후보위원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송 교수도 후보위원이라고 볼수 있다는 설명이다.
북측이 송 교수에 대해 ‘상층 통일전선 전술 대상’이라고 규정했다는 변호인측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송 교수는 가족도 북에 없고 해외학자들을 만날 기회가 잦아 북이 안심하지 못하고 계속적인 통일전선 대상으로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 95년부터 베이징 등에서 6차례에 걸쳐 진행된 남북.해외 통일학술대회에 송 교수가 참여한 사실에 대해서는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 및 회합통신죄를 적용하기 어렵고 일부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 "통일학술대회 국보법 무죄"
재판부는 지난 95년부터 베이징 등에서 6차례에 걸쳐 진행된 남북.해외 통일학술대회에 송 교수가 참여한 사실에 대해서는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 및 회합통신죄를 적용하기 어렵고 일부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은 전체 입법취지에 따라 해석돼야 하며 자유민주질서 수호 및 국가안전에 위해를 준다고 판단될 때만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적용하되 확대 적용으로 인권침해가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북한은 반국가단체임과 동시에 남한과 대화와 교류를 통해 상호신뢰를 쌓아야 할 대상이며, 우리 사회가 학술대회의 외양을 띤 북한의 통일전선 전술에 크게 영향을 받을 만큼 미성숙한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길승흠 전 학국정치학회 회장의 주도로 이뤄진 학술대회가 국내 언론기관의 후원을 받았을 뿐 아니라 통일부와 국정원 등 관계기관에 대한 적법 신고절차를 거치고 이들 기관 관계자들까지 참관한 가운데 진행됐다면 국보법 적용이 어렵다고 봤다.
송 교수가 자신의 학문적 방법론으로 정립한 이른바 ‘내재적 접근법’이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은 미미한, 친북 편향의 학문활동이며 송 교수의 저술활동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의 지도적 임무에 해당한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 "'내재적 접근법'은 친북편향"
송 교수가 자신의 학문적 방법론으로 정립한 이른바 ‘내재적 접근법’이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은 미미한, 친북 편향의 학문활동이며 송 교수의 저술활동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의 지도적 임무에 해당한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칸트의 철학적 방법론을 원용했다는 ‘내재적 접근법’을 통한 정확한 분석이 이뤄졌다면 북한사회의 내재적 모순이 드러날 수 밖에 없는데 송 교수의 저서에는 김일성 부자세습 등 문제점이 지적돼 있지 않고 남한사회 비판에 비해 북한사회 비판은 부족했다는 판단이다.
송 교수의 저술활동을 통해 감성적 수준에 머물러 있던 국내 주체사상이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 확산되게 됐으며 그 시점 역시 북한이 체제 위기를 겪던 시기였다면 재독 교포인 동시에 국제석학으로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학술활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송 교수에 대해 “자신을 ‘경계인’으로 포장하며 김일성 부자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피고인을 객관적 학자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속이고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함으로써 냉철한 현실인식이 기반돼야 할 평화통일에 오히려 장애가 됐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재판부는 “학문과 양심의 자유도 그 내용이 외부로 표현될 경우에는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같은 송 교수의 학문활동에 국보법상 유죄를 인정했다.
◆ 검찰-변호인 모두 항소의사
송 교수 변호인측은 국가보안법상 재판부가 일부 혐의는 무죄로 인정하면서도 중요한 쟁점이 된 ‘후보위원 김철수’ 부분을 유죄로인정하고 중형을 선고한 데 대해 “이중적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변호인측은 “국보법상 ‘지도적 임무’라는 것이 모호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헌법소원을 낼 예정이며 항소를 통해 저술활동이 국가안전보장에 위해가 될 수 없음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측 역시 “송 교수가 북한의 지도적 인사급임이 입증된 것을 감안하면 선고형량이 너무 가볍고 학술회의 주도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도 납득할수 없다”며 항소의사를 밝히고 있다.
당초 15년을 구형했던 검찰로서는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됐던 후보위원 부분이 유죄로 인정돼 내심 안도하면서도 양형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송 교수 사건은 양측이 모두 항소를 제기해 고등법원에서 한번 더 법적 심판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심 법원이 12차에 걸친 공판끝에 법적 판단을 내렸음에도 양측은 또다시 법정투쟁 의사를 밝혀 송 교수 사건을 둘러싸고 들끓었던 우리 사회의 보혁 갈등 양상이 완전히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다소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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