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엔안보리 재진출의 의미와 과제
우리나라는 10월 19일 새벽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안보리(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2013~14년도 임기의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되었다. 우리는 아시아 지역에 할당된 비상임이사국 한 자리(2012년 임기가 만료되는 인도의 빈자리)를 놓고 캄보디아, 부탄과 경쟁을 벌인 끝에 2차 투표에서 193개 유엔회원국 중 149개국의 지지를 얻어 안보리진출을 확정지었다. 당선에 필요한 표(유효표의 3분의 2인 126)보다 21표나 더 많은 149표를 얻어 이사국 지위를 확보한 것이다. 지난 1991년 유엔회원국이 된 후, 1996~97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한 지 15년 만의 재진출이다.
유엔(UN, 국제연합)은 1945년 10월 24일 전쟁방지와 평화유지를 위해 설립되어 현재 193개국이 회원국인 인류역사상 가장 큰 국제기구로서 그 활동은 크게 평화유지활동·군비축소활동·국제협력활동으로 나뉘며, 주요기구와 보조기구·전문기구로 구성되어 있다. 유엔기구 중에서도 유엔안보리는 국제평화와 안전에 책임을 지고 논의하는 유엔의 최고의사 결정기관이다. 즉 유엔안보리는 유엔의 국제분쟁 조정과 해결권고, 분쟁지 군대 파견, 침략자에 대한 경제제재와 무력 사용 승인 등을 다루는 국제사회의 가장 강력한 의사결정기구이다. 10개 비상임이사국의 권한은 ‘거부권’만 제외하면 5개 상임이사국(미, 중, 영, 프, 러)과 동일하다.
우리나라가 국제평화·안전 유지의 1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유엔안보리에 재진출하게 된 것은 G20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 주최 등으로 다져진 우리의 외교적 역량의 결실이자 높아진 우리의 국제위상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번 안보리 이사국 재진출은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중견국가로서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는 물론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글은 한국의 유엔안보리 재진출의 의미와 과제를 분석해보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는 한국과 유엔의 긴밀한 관계, 한국의 유엔안보리 재진출의 의미를 살펴본 후 결론부분에서 향후 외교·안보과제를 도출해보기로 한다.
한국과 유엔의 긴밀한 관계
유엔안보리는 한반도 안보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5일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82호”를 통해 북한의 불법 남침을 규탄하고, 유엔 역사상 최초의 연합군을 창설하여 이를 저지하기 위한 연합작전을 전개하였다. 미국 등 22개국으로 구성된 유엔연합군 파병으로 북한의 기습남침을 막아냄으로써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고, 그 결과 대한민국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눈부신 성장을 이룩함은 물론 이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국가로 발돋움한 것이다.
6·25전쟁의 발발 직후 1950년 6월 유엔안보리는 유엔의 한국전쟁 참전을 결의한 바 있으며, 1953년 정전회담에서도 남측은 유엔군이 주도한 바 있다. 또한 1950년 10월과 12월의 안보리 결의를 통해 ‘유엔한국통일부흥위원단’(UNCURK, 1973년 해체)과 ‘유엔한국재건단’(UNKRA)이 설치된 바 있다.
그 후 1983년 북한의 랑군폭발사건에 대한 유엔총회차원의 규탄이 있었고 같은 해 유엔안보리에서는 소련 전투기의 KAL기 격추사건에 대해 토의한 바도 있다. 그 후 2006년과 2009년 북한의 제1, 2차 핵실험 당시 북한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지난 2012년 4월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발사실험을 했을 때도 안보리는 북한을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유엔안보리는 1950년 6·25전쟁 발발 당일 북측에 철군 등을 촉구한 결의를 채택한 이래 2012년 4월 현재까지 북한에 대해 총 11건의 결의와 8건의 의장성명, 4건의 언론성명을 채택하는 등 한반도 평화와 안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그동안 우리의 유엔외교는 발전을 거듭해왔다.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해에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한국의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한 이래 현 이명박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기조연설을 해왔다. 유엔에서 한국의 역할이 강화되기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도 1991년 9월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한 이후부터다.
1993년부터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1995년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되어 1996년에서 1997년간 그 역할을 담당했고 1997년 5월 안보리 의장국으로 활동했다. 2001년 9월 한승수 당시 외무장관이 유엔총회 의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의 국력향상과 유엔외교성과에 힘입어 지난 2006년 반기문 외무부장관은 유엔사무총장에 당선되어 제8대(2007.1.1-2011.12.31)에 이어 제9대(2012.1.1-2016.12.31) 사무총장으로 취임·활동해왔다. 그리고 지난 2012년 7월 1일에는 한국인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이 세계은행 총재에 취임하기도 했다.
한국의 유엔안보리 재진출의 의미
한국이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된 것은 그동안 우리의 외교적 역량의 결실이자 높아진 우리의 국제위상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안보리의 재진출은 특히 G20정상회의 및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무역1조달러 달성, ‘20-50클럽’ 가입, 런던올림픽 세계 5위 등 외형적으로는 충분히 선진국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높아진 한국의 국격의 바탕 위에서 굳건한 한미동맹 유지와 세계 각국들과의 성공적인 선린외교 등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안보리 진출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각별하다. 과거 15년 전 개발도상국이던 때의 안보리 진출과는 달리 한국의 경제력이나 국제사회 위상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지금은 무역규모 세계 9위에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중견국의 위상을 확고히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이 훨씬 커졌다.
유엔에 대한 공헌도만 해도 우리나라의 유엔 정규분담률은 2.26%로 유엔회원국 중 11위이고 유엔평화유지활동(PKO) 분담률도 10위 수준이다. 2006년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했고 2016년까지의 연임도 결정된 상태다. 한국이 이번 안보리 진출을 계기로 유엔무대에서 높아진 위상에 걸맞는 기여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배경과 소이가 여기에 있다.
격변기의 동북아 안보상황과 한반도 정세를 감안할 때 안보리 재진입은 무엇보다 그 의미가 크다. 유엔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안보리에서 한반도 문제가 논의될 경우 우리정부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국제적인 지위를 갖게 되었다.
그동안은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해 미국 등 다른 나라를 통해 한국의 입장을 전달했지만 앞으로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한반도 문제에 우리가 능동적, 주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때 대북제재결의안을 채택했으나 그 당시나 2010년의 천안함사건 당시 우리나라는 안보리 논의결과를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의 2년은 한반도 안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임을 고려하면 재진출 의미는 더욱 커진다. 2012년 들어 북한과 러시아의 최고 권력자가 바뀐데 이어 2013년 초까지 한국, 미국, 중국, 일본의 권력변동도 예정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안보논의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견지에서 볼 때 결코 작지 않은 또 다른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향후 외교·안보 과제
유엔은 1950년 6·25남침 당시 안보리결의로 유엔군을 파병, 대한민국을 지원했다. 안보리이사국 재진출은 이런 과거를 기억하면서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확대해야 할 의무도 부과하고 있다. 유엔에서의 위상강화를 계기로 한국 외교·안보의 지평을 넓혀야 할 책무가 막중하다. 우리는 안보문제가 결코 외교적인 방법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음을 세계역사가 남겨 놓은 교훈을 통해 알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직전, 영국과 독일은 정치적으로 친밀한 관계였으며, 경제적으로도 매우 광범위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독일은 경제적으로 급성장하고 있었고, 그 위상에 걸맞은 군사력 건설에 매진하고 있었다. 영국 정치가들은 양국의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전쟁의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지만, 결국 독일은 군사력 건설을 완성한 후 정치적·경제적 친밀도와 무관하게 전쟁을 일으켰다. 영국은 상대국에 평화를 구걸하다가 결국 전쟁의 참화를 겪게 된 것이다.
세계적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군비를 증강해왔다. 그리고 북한은 경제적 파탄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개발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엔을 포함한 국제기구의 강력한 경제적 제재조치를 포함한 강제력과 다자외교를 통한 평화증진과 군사적 투명성 제고가 요구된다.
우리가 북한의 직접적인 안보위협과 주변국과의 영유권 갈등으로 촉발될 수 있는 무력충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정예강군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우리 군에 주어진 사명은 대한민국이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외교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 누구도 함부로 우리의 국토를 넘볼 수 없다”는 의기(意氣)와 능력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굳건한 대내외적인 외교·안보적 기반 위에서 지구촌문제의 해결을 위한 장기적 비전과 구체적 정책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리더십과 전문성, 추진력 확대를 위한 범정부적 노력을 경주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성공적인 유엔외교의 축적된 노하우와 개발도상국의 과거경험 등을 살려 안보리 내에서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중간자 역할 등을 성공적으로 잘 수행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안보리 재진출이 한반도와 동북아문제는 물론 국제분쟁해결, 세계평화유지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한 우리의 국제외교 지평과 역량을 넓혀 글로벌 리더십 확보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월간자유12월) (konas)
김강녕(조화정치연구원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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