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 무시, 그 결과는 무엇인가?
“법은 정당할 때 지키고, 정당하지 않을 때는 지키지 않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현대중공업 파업현장에서 한 발언이다. 대통령은 또 이렇게도 말했다. “악법은 국민의 손으로 철폐시켜야한다.” 이러한 대통령의 법률관에서 연유한 것일까? 각종 노동ㆍ시민단체들의 법률 불복종 운동이 한창이며, 이제 그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교육공무원들의 정치활동을 제한하고 있는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에서 합헌(合憲) 결정을 내렸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교조가 벌인 탄핵관련 시국선언문 서명운동과 관련해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규정한 선거법 9조의 규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있은 지 며칠이 지나지도 않아 전교조는 원영만 위원장의 이름으로 올린 ‘참교육 참세상을 위해 애쓰시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께’라는 글에서 민주노동당 지지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중앙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결정은 비상식적인 법 적용’ 이라고 주장한다.
또 헌법재판소는 최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규정에 대한 위헌심사에서 “헌법은 공무원이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입장에 있으며, 일부의 국민이나 특정 정파 혹은 정당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입장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전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논란거리가 아니라고 못박았다. 그렇지만 전국공무원노조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하고 구체적 투표방침과 정치후원금 모금운동 등 선거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동들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법은 정당하지 않을 때는 지키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인 듯하다.
또 검찰과 경찰이 탄핵관련 촛불시위가 위법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집회는 강행됐다. 조사를 위해 경찰에 자진 출두한 촛불시위 주도자 중 한 사람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검찰)이 국민 위에 서서 촛불행사를 사법처리하는 것은 민의를 사법처리하는 것과 같다”며 “우리에게 체포영장을 청구했던 검찰은 대선자금과 관련된 국민의 일시적 지지를 착각해서 민의를 저버렸다”고 비난했다. 경찰과 검찰 등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법에 정해져 있는 집행을 하는 경우에는 선출된 권력에게 그 정당성 여부를 확인하거나 아니면 국민의 여론을 물어서 집행해야 한다는 말인 듯 하다.
대한민국에는 모든 법 위에 국민정서법과 떼법이 있다 했던가? 이러한 노동ㆍ사회운동단체들의 불법행동에 대해 정부는 경고만 거듭할 뿐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이는 공권력의 포기이자 공권력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어떻게 날 것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 편이 찬성하면 다른 한편은 수용하지 못하고 다시 불복종 운동을 벌일 가능성이 높으며, 갈등의 폭은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관용 국회의장이 29일 “앞으로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이 어떻게 내려지든 간에 모든 정당`정파는 이를 겸허하게 수용할 것을 국민 앞에 서약하는 모임을 가질 것”을 제안한 배경도 바로 이러한 점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공권력이 무시되고 법률이 무시되고 나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대화와 타협, 양보보다는 욕설과 주먹이 앞서고, 합리와 이성보다는 목소리와 힘이 센 떼거리가 난무하는 대혼란과 파국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속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철저하게 배제되고 설 땅을 잃을 것이다. 법치의 무시는 결국 자유와 권리의 절멸을 의미한다.
정부는 불법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더 이상 ‘호루라기’만 불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전직 국무총리 13명의 ‘대국민 호소문’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작금의 위기상황에 대한 절박감의 표현이다. 법과 원칙과 공권력의 행사를 엄정하고 당당하게 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감정적 대응과 불법적 행동을 삼가고 조용하고 충실하게 각자의 일상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어떠한 것이든 그 결정을 존중하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권혁철(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경제학박사, kwonhc@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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