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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지난 달 26일 대구에서 있었던 60·70대 ´노인´들에 대한 자신의 폄하 발언으로 촉발된 ´후폭풍´을 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을 연일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그 동안 끊임없이 ´친(親) 열린우리당 보도성향´ 시비를 불러일으켜 온 KBS는 정 의장의 ´실언´이라는 사건의 몸통은 축소보도하고 정 의장의 ´수습´ 행각은 오히려 확대보도하는 이상한 보도 행태로 또 하나의 시비에 휘말리고 있기도 합니다.
정동영 의장의 이번 ´발언´ 파동에 관해서는 몇 가지 바로잡아야 할 ´사실´들이 있습니다. 정 의장은 2일 언론에 배포한 ´사과문´에서 문제가 된 대구´발언´을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20·30대 젊은이들의 투표참여를 독려한다고 한 말이 크게 잘못된 것"이라면서 "어르신들(60·70대를 지칭하는 듯)께서 나라의 건설과 민주화에 기여했듯이 20·30대 젊은이들도 나라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취지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달 26일 대구에서 <국민일보> 기자의 질문에 대한 정 의장의 답변에 담겨진 내용은 결코 그러한 ´취지´가 아니었습니다. <국민일보>가 1일 공개한 정 의장의 그 날 발언 전문을 보면 그가 그 날 얘기한 것은 "20·30대 젊은이들의 투표참여"를 "독려"한 것이 아니라 "투표하겠다는 20·30대가 많이 늘어났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이 같은 현상을 "한국의 장래를 위해서 굉장히 바람직한 것"이라고 "즐거워"하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60·70대 노인들에게 "투표 불참"을 "종용"한 내용이었습니다.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아요.... 그 분들은 어쩌면 이제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그 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되고....."로 되어 있는 것입니다. 정 의장의 이 말은 누가 어떻게 해석을 하더라도 "60·70대가 나라의 건설과 민주화에 기여했듯이 20·30대 젊은이들도 나라를 위해 헌신하라"는 뜻이 될 수 없습니다.
물론 인간은 잘못을 범합니다. 그리고 그 잘못을 뉘우치면 용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아끼는 벚나무를 잘랐지만 이를 숨기지 않고 아버지에게 말씀 드림으로써 그 정직성을 인정받아 용서받은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소년기 일화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신곡(神曲)>에서 단테는 "잘못은 인간이 범하고 용서는 신이 한다"(To err is human, to forgive is divine)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도 잘못 나름입니다. 죄질에 따라서는 죄 값을 치르고서야 용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죄의 정도, 즉 경중(輕重)이지만 보다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개전(改悛)´의 정, 즉 잘못을 얼마나 진솔하게, 그리고 올바르게 뉘우치느냐는 것입니다.
이 번 정 의장의 경우 1일부터 2일에 걸쳐 보여주고 있는 그의 ´사과´ 행각은 그의 ´사과´가 ´정치인´의 ´정치적 사과´지 결코 ´진솔´한 ´사과´로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우선 무엇보다도 그의 ´변명´과 ´해명´ 내용에는 진실성이 없습니다. 얼렁뚱땅인 것입니다.
그의 대구 ´발언´은 그가 60·70대 노인들의 ´참정권,´ 즉 ´투표권´을 ´제약´하는 발언이었다는 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사과문´의 어느 구석을 보아도, 또 2일 그의 대구 ´발언´을 규탄할 목적으로 노인단체 회장단이 주최한 기자회견장으로 찾아가서 한 것으로 보도된 그의 말의 어느 구석을 보아도 60·70대 노인들의 ´투표권´에 관한 그의 ´망언´을 스스로 거론하여 ´사과´한 대목이 없습니다.
그는 그의 ´사과문´에서 그의 ´진의´를 이렇게 적어 놓았습니다. "20·30대 젊은이들이 더 열심히 참여하고 뛰어야 합니다. 그래야 피와 땀과 눈물로 오늘의 이 나라를 있게 한 어르신들의 인생과 노후를 의미있고 편안하게 해 드릴 수 있습니다. 또한 어르신들도 함께 뛰어 주셔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 해결을 위해 어르신들의 지혜를 활용해야 합니다. 국민통합을 위해 젊은 사람들의 에너지와 어르신들의 지혜를 하나로 모아 노소통합을 먼저 이룩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 나라의 과거 역사뿐 아니라 미래역사도 더욱 의미 있고 충실하게 열어갈 수 있습니다" 운운.
도대체 이 것이 얼렁뚱땅이 아니면 무엇이 얼렁뚱땅이겠습니까? 문제는 "60·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아요. 꼭 그분들이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단 말이에요. 그 분들은 어쩌면 이제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그 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되고...." 운운의 대목이 몰아온 ´후폭풍´인 데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 번에 물의를 일으킨 정 의장의 대구 ´발언´과 "더 좋은 노인정책," "고령사회 대책," "노인복지 정책"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런데 정 의장은 이 같은 노인복지 정책을 노인들에게 ´공약´해 드릴 터이니 "노여움을 푸시라"는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복지 혜택´의 ´공약´을 ´뇌물´로 ´진상´할터이니 "60·70대 투표 불가론"에 대해서는 "더 이상 시비하지 말아달라"는 얘기가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문제는 이렇게 끝이 날 일이 아닌 듯 싶습니다. 정 의장이 진정 그의 대구 ´발언´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있다면 새로이 다시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불필요한 ´변명´과 ´해명´으로 초점을 흐릴 것이 아니라 그의 ´발언´ 가운데 문제가 된 대목, 즉 ´60·70대 투표 불가론´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나라 ´노인´네들은 행여라도 선거 후에는 지켜진다는 보장도 없는 ´복지 혜택 공약´과 교환조건으로 정 의장의 문제 ´발언´을 얼렁뚱땅 넘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만약, 정 의장이 이 같이 분명한 사리를 수용하지 않고 얼렁뚱땅을 고집할 때는 결국 그러한 순수성이 없는 태도에 대해 표밭에서 죄 값을 받도록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동복 전 명지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