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서둘다 북에 말려든 남남갈등
북한에 다시 말려들지 않고 뒤통수 얻어맞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과 대화시 절대 서둘지 말고 끈기 있게 버텨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에 서둘다 남남갈등만 자초했다. 북한은 지난 16일과 18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7-8 곳에 팩스를 보내 남남갈등을 유도했다. 북한의 팩스는 북의 개성공단을 담당하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개성총국) 대변인 명의로 전송되었다. 개성총국 팩스는 북한당국이 ‘지난 3일 개성공단 완전철수 당시 남측에 완제품·원자재 반출허용 의사를 밝히며 구체적인 날짜까지 제시했는데 남측이 외면했다.’는 등의 주장이었다.
이 팩스를 받은 남측의 개성공단 기업들은 피가 거꾸로 치솟도록 화가 치밀었다. 남측 개성공단기업협회는 1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정부가 “북측에서 기업인들의 방북과 물자 반출 허용의사를 밝혔음에도 왜 당사자인 기업인들에게 숨긴 것인가”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정부는 북측과 우리 개성공단 관리위원회가 논의했던 모든 사항을 즉시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들고 일어났다.
북한이 노린 대로 우리 정부와 개성공단 입주기업인간의 남남갈등이 촉발된 것이다. 북한의 남남갈등 유발 목적은 뻔하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재가동을 거부하고 입주기업인들의 재산을 희생시켰다고 덮어씌우기 위한데 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입주기업의 반발과 야당과 종북세력의 정부 비난을 자극코자 꾸민 붉은 심리전의 일환이다.
통일부의 해명에 따르면 북한 개성총국의 팩스 내용은 왜곡된 것이 분명하다. 우리 정부는 5월3일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김호년 부위원장 등을 개성에 보내 북한의 요구대로 1300만달러(한화 145억원)를 북측에 지불하였다. 1300만달러를 주고 공단에 볼모로 잡혀있던 우리 공단관리원 7명을 사온 것이었다. 1인당 20억원씩 꽤 비싼 몸 값을 지불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공단 내에 수북이 쌓인 물자는 한 건도 가져오지 못했다.
그 날 김 부위원장이 1300만달러를 건네고 돌아오는 길에 북한측이 갑자기 물자 반출 허용 의사를 표명했다. 그동안 북측은 남측이 4월29일부터 5월3일 사이 실무협상에서 물자반출 허용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고 한다.
별안간 물자반출 허용 뜻을 접한 김 부위원장은 협상 권한이 없었고 북한에 의해 통신선이 모두 끊겨 서울의 훈령을 받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김 부위원장은 “남북간 채널을 통해 공식적인 입장을 주면 우리측의 입장을 주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나도 남북적십자 본회담 대표로 서울·평양 회담에 여러 차례 나선바 있지만, 북측이 예상치 못한 제의를 들고 나올 경우 서울의 훈령을 받아야 했다.
그 후 우리 정부는 북측의 공식적인 반출 허용 표명이 공식 전달되기만을 기다렸다. 기다리다 못해 정부는 5월14일 북측에 완제품·원자재 반출을 위한 실무회담을 제의했다. 그렇지만 북한은 다음 날 거부하며 북의 5.3 물자반출 허용 내용을 왜곡,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남남갈등 유발 책동에 고스란히 말려들고 만 것이다.
정부가 북한의 남남갈등 획책에 말려 든 데는 그럴만한 연유가 있다. 너무 서둔데 있다. 북한에 서둘면 반드시 말려들게 마련이다.
정부가 북한에 건네 준 1300만달러 중에는 3월분 임금 730만달러, 2012년 기업소득세 400만달러, 통신료및 폐기료 처리비 등 기타 수수료 170만달러 등이 포함되었다. 정부는 북한 근로자 임금은 물론 폐기 처리비 까지 북의 요구대로 모두 건네주었으면서도 우리의 당연한 권리인 개성공단 물자 반출은 얻어내지 못했다. 성급히 서둔 까닭이다.
애당초 정부는 북측이 완성품·원자재 반출을 허용치 않는다면 1300만달러를 지불할 수 없다고 끝까지 버텼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하루속히 협상타결의 성과물을 우리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물자 반출을 포기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북한측이 물자 반출을 허용하겠다고 던진 말도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감췄다. 북한이 허용할 수도 있었던 물자 반출을 우리측이 협상과정에서 관철시키지 못했다는 책임추궁이 뒤따를 것이 두려워서였던 것 같다.
대북관계에서 남측이 서둘다 북측에 말려든 실책은 개성공단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노무현, 김대중, 이명박, 박정희 대통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서둘러 성사시키기 위해 거액의 불법송금은 물론 감당할 수 없는 대북경제지원 까지 약속했다. 5년 임기동안 북한에 계속 퍼주고 끌려다니며 비위맞춰주기에 급급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도 받기 전에 성급히 북한과 정상회담을 위해 비밀 접촉토록 했다가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북한은 20011년 5월 이명박 정부와 정상회담을 위해 베이징에서 비밀접촉 한 사실을 다음 달 초 폭로했다. 그 자리에서 남측이 “돈 봉투까지 거리낌없이 내놓고 그 누구를 유혹하려고 꾀하다가 망신을 당했다.”고 까발렸다. 이 또한 서둘다 북에 말려든 사례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성급히 7.4공동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북한의 의도대로 자주·평화·민족 통일 3대원칙에 합의해 주었다. 북한은 그 후 3대원칙을 내걸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도 대북관계를 서둘다 북한에 말려들고 말았다.
현경대 신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부의장은 5월3일 우리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할 남북관계의 기본 원칙을 가볍게 적시하였다. 남북관계에서는 “끈기 있게 버티는 쪽에 승산이 있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역대 정부는 끈기 있게 버티지 못하고 서둘렀다.
앞으로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부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이르기 까지 절대 서둘지 말고 끈기 있게 버텨야 한다. 북한에 다시는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이며 북에 뒤통수를 얻어맞지 않기 위해서이다.(konas)
정용석(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