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독창보다 합창이다
합창을 하려면 음정이나 박자도 정확하게 화음을 이루어야 하는데 그것이 곧 민주주의가 아니겠습니까
Written by. 김동길
입력 : 2013-05-22 오전 9:09:08
저명한 합창 지휘자 윤학원 씨가 라디오의 한 프로에 출연하여 한국인이 합창을 못하는 국민이라고 개탄하면서, 그래서 민주주의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창만 좋아하지 합창은 도통 싫어하는 국민! 왜 그럴까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의 오랜 전통이 우리 사회에 안정과 질서를 준 것은 사실입니다마는 철저한 중앙집권제를 이어온 나라인지라 좌의정․우의정은 물론 영의정조차도, 조정의 백관도 오직 임금님 한 분을 위해 있었습니다. 철저하게 ‘유일사상’으로 굳어진 나라였습니다.
서당에 가면 훈장의 독무대, 의견 교환이니 토론이니 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다만 훈장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그것이 교육이었습니다. 집에서는 아버지가 모든 결정권을 가졌고 맏아들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사대부가 부인을 존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부인의 의견을 묻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부인에게 무슨 의견이 있었겠습니까.
이 세 분의 권위가 똘똘 뭉쳐 하나라면, 강요된 철저한 질서 때문에 선비도 혼자서는 시조를 읊었으나 몇이라도 모여서 합창할 생각은 못했을 것입니다. 그것 자체가 위험한 착상이었기 때문에! 혼자서 노래하면 제멋대로 할 수 있지만 여럿이 모여서 합창을 하려면 음정이나 박자도 정확하게 화음을 이루어야 하는데 그것이 곧 민주주의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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