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 대응 7가지 교훈
어떤 북핵 해법이든 한국의 지지 여부가 핵심요소다." "외교적 대안 마련엔 양자대화가 더 효율적이다." "상대가 속이려 들지라도 협상을 통해 합의 틀을 만드는 게 미국의 이익이 될 수 있다."
이는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 조엘 위트 전 국무부 제네바 합의 조정관, 대니얼 포네먼 전 국가안보위원 등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지난 1993-1994년 1차 북핵 위기 해결 과정에 직접 참여했던 3인이 북핵 6자회담 등과 관련해 현 부시 행정부 후임자들에게 권고한 `7가지 교훈'중 일부다.
이들은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이달 하순 발간할 공저 `중대 국면: 제1차 북한 핵 위기'라는 저서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쟁점 등에서 많은 유사점이 있다며 자신들의 경험에서 비롯한 교훈을 전했으나, 부시 행정부 인사들이 `제네바 합의'를 실패작이라고 평가절하하는 데 대한 반론과 해명,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의 성격도 있다.
이들은 당시 클린턴 대통령에게 긴급 전화를 걸어 북한에 대한 공습을 막았다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말과 관련해 "사실, 백악관에 걸려온 긴급 전화는 없었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의 대북 제재 추진을 굳건하게 지지하고 있었고, 한국 정부는 미국 군사력의 점진적인 한반도 증강 배치와 그 이상의 증강 배치 계획을 통보받았다"고 말하고 "한국 정부는 영변에 대한 선제 공격 검토 사실을 몰랐으나 어차피 워싱턴은 한국 정부와 사전 상의없이는 그 공격을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또 "10년전 우리는 공복으로서, `미국 국민들이 더 안전하게 사는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제네바 합의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10년 후인 오늘날 글쓰는 사람으로서도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미국 군축협회(ACA) 회보 4월호에 실린 요약문의 요지.
▲교훈 1=전략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그것을 확고히 지켜라.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과감한 제안'이라며 포괄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으나, 먼저 북한이 미국의 모든 요구를 들어줘야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수용할 리 없다. 시간은 북한 편이다. 부시 대통령이 외교적 해결 추구를 분명히 한 만큼 일부 병행 이행 방안에 대한 협상이 필요하다.
▲교훈 2=당근과 채찍을 대북 강압외교에 통합 활용하라. 1차 위기때 당근과 채찍을 병행한 강압외교 때문에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키로 내부적으로 결정해놓고도 명분을 찾고 있었는데, 막판에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 등장해 북한의 체면을 살려줬다.
▲교훈 3=미국의 외교력 보강에 다자기구와 대화기회를 활용하라. 클린턴 행정부는 한국, 일본, 중국 등과 긴밀히 협력하는 동시에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 어떠한 국제 다자기구도 적극 활용했다.
▲교훈 4=외교적 대안 마련엔 (대북) 양자대화를 활용하라. 다자대화는 대북 압박 가중 등 이점도 있겠지만 미국의 입장을 다른 나라와 조율해야 하는 등의 문제도 있다. 특정한 대화조건만 고집할 경우 북한이 이를 구실로 국제적 압력을 피해 핵무기 활동을 계속해 나가면서 위기의 속도를 유리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된다. 협상이 지연될 수록 북한의 핵 능력과 협상 지렛대는 커지게 된다. 대화 형식이 아니라 얼마나 빨리 진정한 협상이 이뤄지느냐가 중요하다.
▲교훈 5=어떤 해법이든 영속력이 있으려면 한국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93년과 94년 미국은 한국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한국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 견해를 받아들였다. 한국 입장이 수시로 바뀌긴 했지만.
오늘날 한미간 유대를 유지하는 일은 10년전에 비해 어렵다. 젊은 세대가 집권했고, 햇볕정책의 영향으로 북한에 대한 한국인들의 동정심과 평화를 깨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 아니냐는 걱정이 커졌다. 미국측을 봐도, 9.11 이후 북한 핵기술의 수출 가능성과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전망 등 자신들의 다급한 사정때문에 한국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
▲교훈 6=북한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가진 중국을 충분히 활용하라.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비핵화 목표에선 일치한다. 그러나 북한을 더불어 협정을 맺을 수 없는 상습 거짓말쟁이로 결론내린 것으로 보이는 일부 미국 관리들의 견해는 북한 내부의 정치적 안정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중국과 충돌할 수 있다. 이같은 대북관에선 사실상 무력이나 사회적 붕괴와 난민탈출 유도 등을 통한 정권교체 외에는 북한의 핵무기 획득을 막을 길이 없기때문이다.
▲교훈 7=협상을 통해 합의된 제도적 틀이 미국의 이익을 증진시킨다. 지난 94년 합의 때도 고민한 문제이지만, 핵은 `언제, 어디서든' 사찰할 수 있도록 하더라도 완벽하게 증명했다고 자신할 수 없는 문제다. 대안의 하나는 `금지선(red line)'을 설정하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금지선을 그어봐야 어길 것"이라며 부정적이고, 실제 북한이 94년 봄 금지선을 넘은 일이 있지만 북한은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달 후 되돌아 갔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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