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

진보는 보수의 토대 위에서만 가치를 발휘한다

Written by. 조전혁   입력 : 2004-04-09 오전 11:08:40
공유:
twitter facebook
소셜댓글 : 0
보수의 몰락은 국가지배시스템의 단절을 의미한다.

TV, 신문, 잡지 그리고 친구, 가족 간 일상에 대화에서까지 보수와 진보에 대한 논쟁이 요즈음처럼 뜨거운 적이 없었다. 얼마 전 중학교 다니는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 보수가 도대체 뭐예요?” 나는 “보수란 우리 국가와 사회를 지탱해 온 전통적인 가치를 계승 발전시키자는 정신이다.”라는 요지로 대답해 주었다.

딸아이는 이내 내 말에 실증을 표시했다. 딸아이가 실증내는 이유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지겹다.’라는 것이다. 즉각적 결과와 단편적 재미에 익숙하고 길들여진 신인류 딸아이의 이런 반응은 어쩌면 당연하다. 딸아이와의 대화는 중요한 것을 생각케 하였다. 내 자식을 납득시키기도 어려운 것이 보수적 가치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훈련받지 못한 이들에게 보수적 가치는 한낮 고통이다. 그것은 폭주족이 교통질서를 강요받는 고통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어쩌란 말인가? 신호등이 다중의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이듯 보수적 가치란 인류가 수천, 수만 년의 경험을 통해 축적한 국가와 사회 유지의 ‘집합선(集合善)’인 것을... 패스트푸드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슬로푸드는 먹는 연습이 필요하듯 보수의 가치도 받아들이는데 교육과 숙성과정이 필요하다.

최근 대한민국의 보수는 그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그것은 보수에 기생한 부패세력의 발호와 포퓰리즘을 동원한 진보세력의 보수 두들기기에 기인한다. 수구세력은 지난 수십 년간 보수의 가면을 쓰고 국민을 기망했다.

대중들에게 ‘보수는 수구’라는 등식이 확실하게 각인되어 있다. 이 등식은 모든 지식포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되었다. 물실호기 정치적 위상강화를 노리는 진보세력은 인터넷 여론에 고무되어 마녀사냥식 보수진압에 나섰다. 한국판 ‘인노켄티우스’가 인터넷과 방송을 장악하고 마녀사냥을 독려하고 있다.

‘바꾸자!’는 구호는 그 자체가 절대선이 되어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마녀사냥꾼들의 눈에는 “지금 내 행동은 옳다”라는 종교 이상의 확신이 번득인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인간은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행할 때일수록 기쁨에 넘쳐, 철저하게 악을 행한다.” 인터넷을 타고 사회시스템 구석구석에 기성가치에 대한 반달리즘이 빠르게 확산된다.

보수의 몰락은 국가지배시스템의 단절을 의미한다. 물론 보수만이 국가지배의 절대선일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안전망은 아직 진보적 지배논리를 받아들이기에는 허약하다.

세계사를 참고하면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던 진보의 지배는 모두 실패한 실험으로 끝났다. 준비되지 않은 진보실험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었다. 특히 세계화로 상징되는 글로벌 경제경쟁 시스템은 진보논리에 대한 또 다른 도전이다. 최근 유럽 좌파정권의 ‘우향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진보의 말과 행동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그러나 보수의 그것은 ‘기득권 지키기’로 폄훼된다. 조금만 강한 주장에는 ‘수구꼴통’이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진보는 이미 개혁의 진지를 확보했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보수는 부패 때문에 망하고, 진보는 분열 때문에 망한다.” 더 이상의 분열조장은 진보 스스로에게도 이롭지 못하다. 진보는 보수 위에 서있을 때만 그 가치를 발휘한다. 이제는 대중들이 나서서 진보의 행군을 멈추게 해야 할 때다.

[조전혁 인천대 교수]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facebook twitter 책갈피저장 메일보내기
소셜댓글
로그인선택하기 트위터 페이스복
원하는 계정으로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여 주십시요.
입력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1
로그인하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