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김정일 눈치보지 말고 UN 대북인권결의안 '찬성' 하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60차 유엔인권위원회의 대북(對北) 인권결의안 표결이 4월 15일에 실시된다. 국내에서는 북한 인권문제가 총선 분위기에 가려져 관심 밖에 있고, 국제사회는 북핵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지만 실상 인권탄압에 고통 받고 있는 북녘 동포들에게는 이 문제 처럼 심각하고 시급한 것은 없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지난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내 관련 부처간 협의를 거쳐 대북인권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하기로 최종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제59차) 회의에서 유엔인권위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찬성 28, 반대 10, 기권 14, 불참 1로 채택하였다. 비(非)서방 국가가 다수를 점하고 있는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이렇게 압도적인 결과가 나온 것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상황을 그만큼 우려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번 60차 회의에서 결의안이 통과되면 지난해에 이어 국제사회가 북한에 보내는 두 번째 ‘경고’가 된다.
주지하다시피, 지난해의 결의안은 유럽연합(EU)의 발의로 상정되었다. 일각에서는 ‘북한인권결의’가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의 일환으로 급조되었다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유럽연합은 2002년에 이미 ‘북한인권결의안’을 유엔인권위원회에 상정하려 했으나 김정일 답방에 기대를 걸고 있던 한국 정부의 반대로 인해 한 해 연기한 바 있다.
유럽연합이 북한의 인권문제에 적극적인 것은 북한과의 수교를 더욱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서이다. 유럽연합은 지난 2000년 11월 채택한 ‘대북행동지침’(EU Line of action towards North Korea)에 의해 EU회원국들이 북한과 관계개선을 추진하려면 인권상황의 개선을 우선에 두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일원으로 참여하기를 원하는 유럽연합은, 북한이 자국의 인권실태를 투명하게 증명해 보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 한 북한이 서방국가들과 수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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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자 지원활동을 펴고 있는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씨가 7일 낮 세종문화회관옆 공원에서 열린 제60차 유엔인권위원회 북한인권결의안 찬성표결 촉구 결의대회에서 북한 인권관련 심포지움 포스터를 들고 있다./ |
현명한 정부라면, 궁극적으로 제 민족에게 이로운 표결에 기권하는 엉뚱한 결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북한의 일시적 반발을 무마하려다 장기적으로 북한을 더욱 고립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에 북한이 어떠한 가시적인 개선의 조치도 취하지 않음에 따라 이번 유엔인권위원회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결의안이 제출될 전망이다.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이제 말로 촉구하는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번 결의안에는 유엔에 북한 인권담당관 신설을 제의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달 말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한 북한인권법안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비정부단체(NGO)에 예산을 지원하고 탈북자에게 난민 자격을 부여하는 등 구체적인 대책을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행동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유엔인권위 표결에서 또다시 기권한다면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 국제사회도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을, 그것도 다른 민족이 아닌 동족의 인권을 외면하는 한국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울 게 분명하다.
북한 인권과 핵문제 등 남북간의 다른 현안은 별개 사안으로 다루는 것이 옳다.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남북관계 때문에 인권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면 북한 주민이 겪고 있는 인권 참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남북 화해협력 시대가 열린다 한들 인권을 희생시켜 얻은 그것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정부는 북한 인권을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 이제라도 '기권' 방침을 바꿔 오는 15일 유엔인권위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져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말기 바란다. 만약 이번에도 대한민국 정부가 김정일의 눈치를 살피며 ‘북한인권결의안’에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인권위원회 위원국 자격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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