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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이 법 죽인다

Written by. 총선칼럼   입력 : 2004-04-12 오전 9: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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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 법위반해 성공 … 법외면한 통치, 비극 초래

4·15 총선이 종반전에 접어들었다. 역대 어떤 총선보다도 극적인 사건들이 많이 터져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각 당은 사활을 건 유세를 벌이고 있다. 한국 정치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빚어낸 여야의 힘 겨루기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의 선택으로 결판이 날 것이다.

하지만 총선 기간에 나타난 여러 행태들은 우리나라가 법치국가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무질서하다. 대통령 탄핵 반대의 촛불집회는 실정법을 위반했다. 공무원과 교사들까지 총선에 즈음하여 실정법 위반의 도미노 대열에 합류했다. 정부 당국은 이에 대해 엄정 대처를 공언하고 있으나 과감한 대응은 하지 못하고 있는 인상이다.

특히 지난 2000년 낙선운동을 주도했던 단체의 주역들은 선거법을 위반했지만 그만큼 지명도를 높였고, 시민운동의 지도적 위치에 오르거나 정·관계로 진출했다. 이러한 효과 때문인지 정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정치활동은 이번 총선에서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어떤 단체나 집단이 무슨 논리를 내세우면서 법 위반을 감행할지 두렵기조차 하다.

이번 총선에서 만연하고 있는 법 위반 현상은 자유민주주의와 그 핵심인 법치주의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즉 소크라테스의 법치주의 이념, 고대·중세 도시국가들과 20세기 후반 중남미와 동유럽의 직접·참여민주정치의 실패 사례, 미국 독립과 프랑스 공화정 이후 200여년간의 대의민주정치가 성공한 사실(史實) 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포퓰리즘(Populism·대중민주주의)과 참여민주주의(Participatory Democracy)에 대한 유혹을 떨쳐 내지 못한 탓이다.

포퓰리즘은 대중선동, 여론조작, 인기영합주의에 근거한 정치활동이다. 선거 때마다 표를 의식하여 합리적 대안 없이 남발하는 선심성 정책, 일부 시민단체들의 탈법선거운동, 국민 감성을 자극하는 방송 등은 모두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또 지난 60~70년대에 서구에서 신좌익 학생운동의 슬로건으로서 각광받았던 참여민주주의는, 국민이 정당한 절차와 방법으로 권력을 위임한 국회·행정부·사법부 등 국민 대표기관을 무시하거나, 목적이 정당할 땐 실정법을 무시할 수 있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참여민주주의와 포퓰리즘은 법치주의와 권력분립, 의회주의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수백년 전통의 민주 선진국들은 직접민주주의를 우려하여 의회 중심의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선거 과정에서는 여야의 역학관계에 휘말리지 않고 철저한 법 준수를 국가존립의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

법치주의를 외면한 포퓰리즘의 폐해는 막대하다. 1943년 세계 5위권의 경제대국이었던 아르헨티나의 페론 대통령은 포퓰리즘적 대중 선동으로 대통령이 된 후 민중독재체제에 빠져 경제 파탄과 국가 몰락을 초래했다. 1968년까지 체코와 많은 제3세계 국가들이 이 같은 전철을 밟았고,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은 당선 후 시장실패와 사회불안으로 피노체트에 의해 피살되고 군부독재까지 불러왔다.

국가의 다른 이름이 법이요, 법의 다른 이름이 국가다. 법이 있어도 지키지 않고, 지키지 않아도 규제하지 못하는 국가는 이미 국가의 기능을 상실한 국가이다. 누구든지 공을 찰 수 있는 자유는 있지만 축구규칙이 없다면 축구경기는 애당초 불가능할 것이다. 중남미와 동유럽을 수십년 동안 빈곤과 혼란에 빠지게 한 역사가 우리나라에서도 되풀이될까 걱정된다.

(김대인·법률소비자연맹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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