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박사의 '북핵장치 목격설' 파장
파키스탄 과학자인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5년전 방북 때 핵 장치와 지하 핵 시설을 목격했다는 13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는 6자회담 국면에서 파문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내용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에 대해 "NYT 보도내용과 관련된 정보를 한국정부도 파키스칸 등 관련국으로부터 제공받았다"며 "그러나 실제내용에서 불투명한 점이 많고 정황 면에서도 애매모호한 점이 커 추가확인중"이라고 말했다.
NYT가 보도한 북핵 정보가 실제로 관련국간에 공유돼 있음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이날 NYT는 칸 박사가 방북 당시 완성단계에 이른 플루토늄 핵무기로 보이는 핵장치 3개를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1∼2개의 핵무기를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보도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 1월 방북한 미국 전문가 및 의회보좌관 그룹에게 '플루토늄 241의 아메리슘'이라고 주장하는 물질을 보여줬지만 '완성품'처럼 보이는 핵 무기를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칸 박사가 평북 영변 핵시설과는 다른 지역인 것처럼 보이고 평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듯한 비밀 핵시설을 목격했다는 NYT 보도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동안 미국 언론들은 좀처럼 탐지하기 어려운 산악지대의 지하에 북한이 비밀 핵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을 여러차례 제기해왔다.
이와함께 칸 박사가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용 원심분리기 설계도와 소수의 소형 완전품 원심분리기를 북한으로 선적했다는 내용도 최근 북한의 HEU 프로그램 존재여부 논쟁과 맞물려 관심을 끈다.
북한은 지난 2월말 열린 북핵 6자회담에서도 HEU 프로그램의 존재에 대해 완강히 부인한 반면 한.미.일은 정황상 HEU은 확실히 존재한다며 자백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NYT가 보도한 칸 박사 진술의 실체적 진실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특히 북한이 그에게 '핵 억제력'이라며 보여준 핵장치가 과연 실제 핵무기였느냐는 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칸 박사가 목격한 것이 실제 핵무기였다면 이는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전제 하에서 북핵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밖에 없기때문이다.
정부는 이 때문에 그간 6자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핵무기 보유선언을 하고 이를 입증하는 방식으로 상황악화 조치를 할 경우'를 우려해왔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여부가 정확히 가려지는 데는 어느정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단 이달말과 오는 6월말 이전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북핵 실무그룹회의와 6자회담에서 미국의 대북압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시간은 북한 편'이 될 가능성이 높기때문에 미국이 종전 같은 '여유'를 부리기 어렵기때문이란 관측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충격요법'을 통해 6자회담의 정체상태를 깨뜨리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북핵 보유' 카드를 풀었다는 시각도 있다.
즉 올 연말 미국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를 염두에 두고 '우보(牛步)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북한의 전열을 흐트리기 위해 미국이 '강공'을 택했다는 해석이다.
이같은 내용이 NYT에만 보도된 점도 그간 사례로 볼 때 미국 정부의 의도적인 '정보 흘리기'가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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