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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우당 과반의석 달성시 한국사회에 주는 의미(2)

Written by. 총선칼럼   입력 : 2004-04-14 오전 10: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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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여당 불가피론'의 함정
박재완 (한나라당 비례대표후보,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교수)

자유민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국가권력에 대한 불신을 기초로 태동되었다. 위대한 사상가 흄(David Hume)은 공권력이 남용될 소지를 줄이려면 국가권력을 합리적으로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 연방헌법을 만든 메디슨(James Madison)은 제왕에 버금가는 권력을 지닌 대통령이 사익을 위해 권력을 악용할 인센티브를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헌법에 도입하였다. 이것이 곧 오늘날 세계 각 국 권력구조의 모태가 된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 권력분립의 원칙이다.

권력분립은 “권력의 공유(sharing of power)”를 뜻한다. 권력을 공유하기 위해, 국민은 대통령뿐 아니라 국회의원도 함께 뽑는다. “이중의 정통성(dual legitimacy)”이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장치를 통해, 국회가 대통령을 감시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도록 한 것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대야소 불가피론” 또는 “거여 필연론”의 함정과 위험은 바로 여기에 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박정희 대통령이 국회의석 3분의 2이상의 거대여당을 가지고 경제를 만들었다”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의석을 많이 주면 경제가 산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경제발전을 이룩한 거대 여당의 사례로서 1929년 미국 대공황 이후 양원을 장악한 루즈벨트(Franklin Roosevelt) 대통령의 민주당, 그리고 1979년 국회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했던 영국 대처(M. Thatcher) 수상의 보수당을 각각 들었다.

미국과 영국이 거대 여당 때문에 경제위기를 극복했다고 보는 것은 견강부회(牽强附會)요, 아전인수(我田引水)의 자의적인 해석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이나 대처 수상 이전에는 여야가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며 사사건건 대립하다가, 거대 여당이 되니 갑자기 정쟁이 사라지고 의회가 행정부와 밀월관계를 유지했다는 말인가. 미국과 영국에서 여당은 무조건 행정부 편을 들고, 야당이라면 “묻지 마 반대”를 일삼는다는 뜻인가.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과 1970년대 영국의 경제위기가 여소야대 정국 때문에 초래되었다는 해석은 어디에서도 들은 적이 없다.

나아가 박정희 대통령이 압축성장을 위해 정부 주도의 개발독재전략을 선택했던 1960~70년대와 지금은 세상이 판이하게 바뀌었다. 절대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던 산업화시대에는 선성장-후분배의 논리가 먹혀들 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화와 디지털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지식정보화시대에는 일방향의 독주보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진작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도모하기 어렵다.

“거대 여당 불가피론” 신봉자라면 공산당 일색으로 이른바 국론이 완벽하게 통일되었던 옛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국가들이 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거나 국력이 급격하게 쇠퇴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굳이 멀리까지 사례를 찾을 필요도 없다. 수십 년에 걸쳐 100% 일당독재체제를 꿋꿋이 유지하고 있는 북한의 주민들은 왜 기아에서 허덕이고 있으며, 북한 외교관들은 왜 마약 밀매나 달러 위조에 나설 수밖에 없는가.

권력분립의 원칙을 경시하고 국회를 그저 대통령의 발목이나 잡는 거추장스러운 존재 정도로 치부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전제정권에의 유혹에 빠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원흉 Adolf Hitler는 1932년 총선에서 승리하자, 대중단체를 동원한 가두행진과 반대파 습격ㆍ체포운동을 전개한 후 의회에서 전권위임법을 통과시키고 새 정당의 결성을 중지함으로써 일당독재체제를 확립하였다. 이후 노동조합을 폐지하고 언론과 사회단체까지 장악하여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스스로 총통에 취임함으로써, 역사상 가장 철저한 파시스트 전제정권의 길을 걸었다.

이념적으로는 정반대의 스펙트럼에 있었지만, 중국의 모택동 역시 1966년 홍위병을 앞세워 전개한 문화대혁명을 통해 300만 명에 달하는 당원을 숙청하고 반대파를 탄압함으로써 1970년 수정헌법을 통과시키고 1인 지배체제를 확립하였다. 모택동 주석이 사망하자, 중국 공산당은 문화대혁명의 계급투쟁운동이 중국의 역사발전을 뒷걸음질치게 한 “극좌적 오류” 라는 공식 평가를 내리지 않았던가.

이번 총선으로 거대 여당이 출현하고, 방송을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과 심지어 시민사회단체까지 모두 한 쪽에 서게 되면 얼마나 위험한 지는 이상과 같은 역사적 교훈이 웅변하고 있다. 오늘날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에서는 여대야소보다 여소야대의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가 오히려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탄핵사태로 격해졌던 감정을 추스르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국회가 탄핵 소추한 것은 의회 쿠데타” 라는 주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차분히 곱씹을 때다. 국회의원도 국민이 뽑았으며, 그것도 대통령을 견제하라고 뽑았기 때문이다. “민심에 반하여 탄핵 소추할 수 있나?“ 라는 주장 역시 마찬가지다. 탄핵소추에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 역시 과반수를 훨씬 넘었지 않았던가.

더 위험한 것은 “민심이 곧 헌법” 이라거나 “악법은 지킬 필요가 없다”는 발상이다. 실정법이 인간의 존엄이나 사회정의를 중대하고도 명백하게 침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무리 순수한 동기라도 법치의 훼손은 정당화하기 어렵다. 자유민주체제에서 법치가 확립되지 않으면, 무정부 상태의 혼란이 야기되거나 독재가 그 틈새를 메울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체제에서 법치가 무시되면, 지대추구와 사유재산 보호를 위한 거래비용이 급증하여 효율과 형평이 모두 저하된다. 어느 편이든 종국에는 공멸할 뿐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학자 애로우(Kenneth Arrow)는 모든 개인의 사익을 동시에 극대화할 수 있는 공동선의 해법을 모색하는 것은 불가능함을 입증하였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려면 자신의 권리와 이익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다양하면서도 때로는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조율하고, 이 과정에서 공동체를 위해 차선(次善)을 선택하며, 파국을 회피하기 위해 차악(次惡)을 수용하는 예지를 발휘해야 한다.

물론 후진적인 우리 정치도 환골탈태해야 한다. 이제는 ”권력투쟁이 아니라 정책경쟁”을 지향해야 한다. 정당은 나라 일을 고민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주체로, 선거는 각 정당의 정책 대결의 기회로, 국회는 정책을 검증하는 공론의 장으로 각각 승화시켜야 한다. 정쟁으로 얼룩진 국회가 아니라, 입법심사, 예산심의와 정책공론으로 밤을 지새우는 정책국회로 탈바꿈해야 한다. 패거리 정치, 싸우고 헐뜯는 공멸의 정치를 끝내고, 전문가와 정책 중심의 품위 있는 정치, 상생의 정치로 바꿔야 한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그동안 민생을 팽개치고 정쟁에 몰두해 편 가르기나 하면서 나라꼴을 이 지경으로 만든 한나라당은 석고대죄의 심경으로 참회하고, 이제부터는 무모한 정치도박에 말려들거나 부질없는 이념ㆍ색깔 논쟁, 말꼬리 싸움, 자존심을 건 샅바싸움에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서민들의 민생문제, 즉 일자리 만들기, 교육 살리기, 그리고 나라 지키기에만 전념할 것이다. 그리하여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 때 온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던 경험이 비단 축구뿐만 아니라, 국력을 튼튼히 하는 데에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유권자들께서도 연고에 얽매이거나 이미지ㆍ선동정치에 현혹되지 마시고, 인물 됨됨이와 각 당의 정책공약을 기초로 올바른 선택을 해주시기 바란다. 이번 총선은 과거 4년에 대한 평가와 미래 4년의 기대에 대한 평가의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과거 4년의 실적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한 대통령 탄핵사안이 모든 이슈를 압도해서 총선이 탄핵 찬성이냐, 반대냐의 단세포적 구도로 전락해서는 나라의 장래가 암울할 것이다.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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