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자유민주주의 바로 세우기를
북한으로 가지도 않으면서 이 땅이 보장한 자유를 토대로 주체사상을 전파하려는 희한한 궤변가들이 판치는 세계를 우리는 허용할 수가 없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운동을 한 적이 있었다. YS 정부는 대한민국 역사가 누워 있거나 거꾸로 있다고 본 듯 이 운동을 펼쳤다. 그리하여 추진한 것이 중앙청 철거와 새로운 국립중앙박물관 건설이었다.
그로 인해 심각한 갑록을박(甲論乙駁)이 일었다. 중앙청을 부순다고 일제 36년의 역사가 사라지느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뼈아픈 실책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면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하니 와신상담(臥薪嘗膽)을 위해서라도 중앙청을 보존하자는 주장이 터져 나온 것이다.
그러나 중앙청이 있는 한 한국에 온 일본인들은 한국에 대한 우월의식을 가질 수 있으니 없애버려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 논란 속에 김영삼 대통령은 중앙청 철거를 강행했다. 그 나름대로의 역사 바로 세우기를 한 것이다.
그러한 YS가 중대한 나라 흔들기의 단초를 제공했다. 좌파의 숙주(宿主)가 돼 준 것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근본으로 한다. 그런데 그는 이를 흔들 수 있는 세력을 민주화를 이유로 용인해준 것이다. 민주화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으로 착각을 한 것이다.
이는 Freedom is not free라는 격언을 무시했다는 뜻이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압제자와 애국자의 피를 먹고 자란다’는 토머스 제퍼슨이 말을 부인했다는 뜻이다. 자유민주주의는 포용만 하는 퍼주기가 아니라, 상당한 노력을 들여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뜻이다.
1차 북핵위기 때 미국의 북한 폭격론에 결사반대하고 성급히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은 동유럽과 소련 붕괴 후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던 북한에 숨통을 열어준 셈이 되었다. 자유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에 연명의 기회를 준 것이다.
YS는 김일성 사망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만났지만 이를 활용할 줄도 몰랐다. 김일성 사망으로 남북정상회담이 무산된 것을 아쉬워하는 민족주의자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가 민주주의를 총력을 다해 지키고 확산해야 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면 이러한 인식은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지키고 확산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민주화를 좌파들은 교묘히 왜곡시켜 놓았다. 민주화를 포용으로 바꿔 그들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도구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작전에 말려든 이를 가리켜 레닌은 ‘쓸모 있는 얼간이(useful idiot)’라고 했었다. 공산주의자들이 민족과 민주를 내세우는 것은 유약한 그들의 세력을 키우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통일전선 전술을 하기 위한 경우도 적지 않은데 쓸모 있는 얼간이들은 이를 간파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평생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YS가 공산주의 허용을 민주화로 본 것과 북한을 적이 아닌 민족으로 본 것은 크나 큰 실수였다. 그는 역사 바로 세우기를 했던 것 이상으로 대한민국 흔들기에 동참해준 것이다. 고의는 아니었으니 ‘미필적 고의’라고 해야겠지만, 그러한 판단 미스가 끼친 영향을 참으로 컸다.
김영삼 정부가 등장하기 전 터져 나온 것이 북한이 보낸 직파간첩 이선실을 중심으로 한 남조선노동당 사건이었다. 그리고 중부지역당 사건과 민중당 사건이 일어나고, 김영삼 정부 시절 문제의 민혁당 사건이 터져 나왔다. 북한이 이 땅에서 일어난 NL(민족해방)계, 주사파파와 연계돼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민혁당 사건은 ‘강철 서신’의 저자 김영환의 전환으로 국내 주사파의 전모를 드러나게 하였다. 잠수정을 타고 북한에 가 김일성까지 만났던 김영환은 북한식 공산주의가 실패했음으로 인정하고 민혁당 세력을 전향시키는 노력에 들어갔다. 그 결과 기존 노선을 고수하려는 서울법대 동기 하영옥 세력과 치열한 사투(사상투쟁)를 벌이게 되었다.
김영환 세력의 노력으로 가장 강력했다고 할 수 있는 전남-광주지역 대학가의 주사파가 대거 전환하며 와해되었다. 버틴 것은 영남지역이었는데, 공안당국이 영남지역 주사파 세력을 제거한 것이 김대중 정부 초기 사회 이슈가 됐던 세칭 영남위원회 사건이다. 그리고 일부 잔존 세력들이 살아남았다. YS 이후 바뀐 세상이 그들에 대한 치열한 수사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 민주화가 가져다 준 그늘이었다.
이들은 햇볕정책을 펼친 정권 덕분에 중국을 오가며 무역을 하다 북한과 접촉했다. 이들은 북한과 교류하는 단체로 인정을 받아 정부 지원까지 받게 되었다. 덕분에 수사 위협에서 벗어나 활동 공간을 갖게 되었다. 그들은 기업과 연구소 등 여러 이름으로 위장했다. 이들은 민주화를 중시한 15년간의 세월을 활용해 허위사실을 이용한 대한민국 흔들기를 시도했다.
광우병 소를 근거로 한 촛불시위를 일으켰다.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은 모든 국민의 안전을 해치는 것이라 많은 국민들이 참여했다. 좌파는 교묘히 민주화를 활용한 것이다. 그러한 세력들이 MB 정부 말기 공안당국에 걸려들었다. 일심회와 왕재산 등이 그들이었다. 그리고도 살아남 세력이 이번에 걸려들었다.
이석기를 중심으로 한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세력이 그들이다. RO사건은 1980년대 일어난 주사파의 몰락을 보여줄 것이다. 386세대가 형성된 1980년 자생적으로 생겨난 주사파가 북한과 연계돼 한 시대를 풍미하다가 급작스럽게 무너지는, 동유럽과 소련이 무너지는 것 같은 황당한 퇴조를 보여줄 것이다. 이 사건은 많은 것을 보여준다.
조직은 특이해서 만들어진 다음에는 조직 스스로가 활로를 모색해 나간다. 조직을 만들 때의 명분과 이유는 사라진지 오래인데도, 만들어진 조직은 자기 생존성을 가동해 세력을 확대해가는 것이다. 따라서 그 조직이 만들어졌을 때의 상황이 무너졌다고 안심하고 있으면 뜻밖의 공격을 당하게 된다. MB정부 때 허황된 광우병 소 수입을 이유로 일어난 촛불시위가 그것이다.
YS 이후 대한민국은 민주화를 이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독재에 반대할 수 있는 모든 세력과 연대했다. 주사파 세력이라도 공산세력이라도 한국의 군부세력에 반대해 강력한 힘을 동원할 수 있다면 손을 잡아온 것이다. 그 틈을 타고 공산세력과 주사파세력은 민주화 세력으로 둔갑했고 제도 정치권까지 침투했다.
과거 정부의 햇볕정책이 실패한 것은 좌파 세력들이 정치권 심부(深部)까지 침투해 있는 상태에서 추진됐기 때문이다. 햇볕정책은 김일성-김정일에 반대하는 세력을 포섭하는 쪽으로 갔어야 하는데, 권력의 심부에 들어간 좌파들은 김일성-김정일을 돕는 정책을 펼치려 했다. 한국 지도부가 좌파로 오염됐다는 것은 모든 사람의 눈에 보였기에 자유민주의를 지키려는 세력들은 격렬히 저항해, 햇볕정책의 무분별한 추진을 막아냈다.
그러나 기대를 받고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민주화 세력의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명분 때문에, 그리고 좌파들이 일으킨 촛불시위에 밀렸기 때문에 제대로 된 좌경 척결을 하지 못했다. 그러한 노력은 박근혜 정부 들어 남재준 전 육군 총장이 국정원장이 되면서 본격화하고 있다. ‘외부의 적’보다 더 무서운 ‘내부의 적’을 없애는 노력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북한 주민을 탄압하는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는 민주화운동을 펼쳐야 한다. 그것은 한국이 이룬 민주화를 또 다른 한류(韓流)로 만들어 수출하는 길이다. 대한민국이 만든 고귀한 민주화를 멀고 먼 나라로만 수출할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이 있는 북한에 가장 강력하게 수출한다. 아니 무료로 줘도 좋다. 민주화를 북한에 주입하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햇볕정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의 적부터 없애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작금의 국가보안법대로라면 반국가단체와 이적단체로 판결이 난 조직도 해산시킬 수가 없다. 그러한 단체의 조직원은 증거가 입증되면 처벌을 받지만, 그들이 속한 단체는 해산 등의 조치를 당하지 않는 것이다. 조직원은 처벌 되도 조직이 남아 있으니 좌파들은 운동을 할 수 있다. 우리는 법을 재정비해야 한다.
조직은 필연적으로 돈을 끌어 모은다. 그 돈으로 조직원들을 늘이고 조직원들을 움직이게 한다. 그리고 적당한 시기가 오면 민주화세력으로 위장해 북한을 위한 행동을 벌이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심각한 남남갈등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지키자는 세력을 전쟁세력으로 몰아붙이는 희한한 왜곡을 하는 것이다.
YS의 역사 바로 세우기는 나름의 공은 있지만 민족주의를 지나치게 허용함으로써 민족주의로 위장한 좌파들이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이어서 등장한 정권은 독재를 하는 북한을 돕는 세력을 민주세력으로 인정하는 큰 모순을 만들었다. 경제성장을 가져온 한국의 독재는 그렇게 비난하면서, 북한 김씨 세력의 세습독재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들을 민주화세력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광풍의 문화혁명을 역사의 뒤안길로 돌리고 확실한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를 해야 한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바로 세우기와 경제 일으키기로 정리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바로 세우기는 이 땅의 주사파를 없애고 우리의 형제인 북한 동포가 살고 있는 북녘 땅에 자유민주주의를 이식(移植)하는 것이다. 자유민주의 체제를 이식한 다음 그 체제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해주는 햇볕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제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를 하자. 그것은 자유민주주의를 확대하고 시장경제를 일으켜 번영하는 조국, 통일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북한으로 가지도 않으면서 이 땅이 보장한 자유를 토대로 주체사상을 전파하려는 희한한 궤변가들이 판치는 세계를 우리는 허용할 수가 없다. 자유민주주의는 큰 희생을 치르면서 지켜가고 가꿔가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형제에게 전파해나가는 것이다. 정치학계에서는 이것을 가리켜 민주평화론이라고 한다.(konas) 출처: 월간자유
이정훈(신동아 기자. 주간동아 편집장, 동아일보 논설위원 등 역임,
수상: 한국기자상, 연세언론인상, 삼성언론상 항공우주공로상 수상.
저서: 천안함 정치학, 연평도 통일론, 한국의 핵주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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