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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 번복 안 된다

Written by. 정창인   입력 : 2004-04-16 오후 12: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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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새로운 무력 저항이 시작되고 때를 같이 해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인질로 잡히는 사태가 발생하자 또 다시 이라크 추가 파병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그리고 인질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되풀이 되는 이라크 파병 철회 주장은 무책임하고 무모하다. 이들의 주장은 무슨 일이든 미국이 하는 일은 잘못된 것이라는 반미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더욱이 이라크를 안정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 상태에서 미군마저 이라크에서 무조건 철수할 것을 요구하는 일부의 주장은 이라크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방관자적 무책임의 극치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개전 당시의 논리를 그대로 이라크의 현 상황을 평가하는 데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쟁이 발생하기 이전의 상황이 어떠하였든 상관없이 그 상황은 이제 다시 재현할 수 없다. 이제 국제사회에 주어진 임무는 이라크를 재건하는 것이다.

미국이 전쟁의 이유로 내세웠던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여 이라크를 과거로 되돌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것 때문에 이번 전쟁의 정당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1) 이번 전쟁은 사담 후세인이라는 독재자로부터 이라크 국민을 해방하는 것도 중요한 개전 이유 중의 하나이며 (2) 나아가 미국이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한다고 사전적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 후세인에게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원자력 기구 사무총장 엘바라데이가 말한 것처럼 전쟁 직전 후세인은 무기사찰단과 불필요한 게임을 벌여 대량살상무기가 이라크에 존재한다고 믿을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조성하였던 것이다.

이라크인 대다수는 사담 후세인 제거 이후 생활이 더 나아졌다고 보고 있다. 단지 일상생활이 당장 개선되지 않은 점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대다수는 과거로 되돌아가기를 거부하고 있다. 현재 이라크에서 미군 철수를 주장하며 민주화를 반대하는 세력은 소수에 속한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이라크 재건 노력에 저항하는 무장세력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팔루자를 거점으로 하는 전 후세인 정권의 잔당들이며 다른 하나는 젊은 성직자 알 사드르가 조직한 과격 시아파의 알 메흐디 민병대다. 특히 알 사드르는 이란을 방문하여 고위 관료를 만나고 돌아 왔으며 이슬람 정권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에 알 사드르를 추종하는 과격 시아파가 무장 투쟁을 시작하게 된 것은 지난 달 말 임시행정처가 알 하우자 신문의 발행을 60일간 정지 시킨데 대한 반발로 시작되었다. 특히 이번 달 초에 알 사드르의 측근 알 야쿠비를 체포하게 되자 알 사드르는 자신의 민병대에 무력 투쟁을 지시한 것이다. 알 야쿠비는 온건 시아파 지도자 알 시스타니의 측근 알 코에이를 지난 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현재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장 세력의 저항은 대다수 이라크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 그들은 전 정권의 잔당이거나 소수의 과격 시아파를 대표할 따름이다. 따라서 이라크에서 단순히 무장 투쟁이 시작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미 결정된 이라크 파병을 번복한다는 것은 이라크 국민 다수의 의사를 무시하고 소수 저항 세력에게 정통성을 부여하는 것과 같다.

이라크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다른 한 이유는 알 카에다와 연계된 테러활동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유 중의 하나가 후세인 정권의 테러 지원 혐의였다. 그러나 최근의 잇단 증언에 의하면 1993년 이래 이라크가 지원한 테러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알 카에다 등 이슬람 테러 단체들이 이라크에 잠입하여 테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지난 총선을 3일 앞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의 연쇄 폭탄 테러는 미국의 동맹국에 행해진 테러였다. 그 결과 스페인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하였고 새로 집권한 사회당의 사파테로 총리는 6월 30일까지 이라크에 파병한 스페인군을 6월 30일까지 철수하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러나 스페인의 이러한 결정은 잘못된 것이다. 스페인의 철군 결정은 테러 행위를 정당화 시킬 뿐만 아니라 테러 단체가 테러를 더욱 더 확신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한 셈이다. 스페인 열차 테러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국제적 테러가 오히려 늘었다는 비난을 미국이 받게 되었다. 국내의 반전 반미 시민단체들도 그 기회에 한국군 철수를 거듭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테러를 하나의 정당한 수단으로 간주하는 듯하여 염려된다.

테러를 논의하면서 오로지 미국의 침공으로 테러가 발생하였으니 미국이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근본을 망각한 것이다. 테러는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을 무기로 삼는다. 무고한 민간인의 대량 살상이라는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테러 행위 자체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고 마치 테러가 정당한 것처럼 반응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국제사회는 오히려 일치단결하여 테러를 근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테러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테러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테러가 민간인의 희생을 노린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따라서 스페인의 테러 직후 스페인이 철군을 약속하는 것이나 그것을 이유로 이라크에 대한 추가 파병을 중단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모두 무모하고 무원칙하며 나아가 오히려 테러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온다.

총선을 앞둔 우리나라에서도 국제적 테러 및 이라크 내 무장저항을 이유로 이라크 추가파병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야 한다거나 철회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논의한 여러 이유로 인해 이러한 주장은 무모하다. 현재 이라크는 국가 재건의 도중에 있다. 지난 3월에는 임시헌법이 서명되었으며 그에 따라 내년 말 까지는 총선이 실시되고 제헌 국회를 소집하여 영구 헌법을 제정하게 되어 있다.

한국군은 이라크의 민주정부 수립을 도와주러 간다. 이라크 국민이 자유의사에 따라 민주정부를 수립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은 어쩌면 행운이다. 단지 동맹국 미국의 요청에 응한다는 의미뿐 아니라 새로 수립될 이라크의 민주정부와의 돈독한 관계를 맺을 기회를 갖기 위해서도 이번 파병은 주저 없이 실행되어야 한다.

단지 이런 저런 사정을 다 고려하다 보면 파병하고도 별 역할을 맡지 못할 가능성이 큰 만큼 스스로 큰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인류적 테러나 소수 이슬람 과격파의 저항에 밀려 파병의 기회를 무산시키는 것은 어리석다. 이라크 파병은 당초 계획대로 실행되어야 한다. 

정창인(政博, 재향군인회 안보연구위원)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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