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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의 야만(野蠻)과 테러

Written by. 나기환   입력 : 2004-04-19 오전 11: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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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는 우리나라의 서희제마부대가 전후복구사업과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머지않아 추가파병을 해야할 국가이기도 하다. 최근 이라크가 제2의 전쟁으로 돌입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6월 주권이양을 앞둔 시점에서 이라크에는 야만과 폭력(暴力))이 판을 치고있다. 국적(國籍)과 무관하게 인간이면 테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시점에 우리나라 군인의 이라크 파병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파병원칙에는 변함이 없음을 말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이라크 파병의 도덕성 문제에 대한 찬반대립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병을 둘러싼 국가개입의 도덕적 문제는 인도적 차원에서의 국가개입은 스스로 그 정당성을 갖지만 오늘날 자유주의 세계질서와 국가개입의 당위성문제가 대립되면서 쌍방의 주장들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우리나라 국군의 이라크 파병의 도덕적 정당성은 있는가? 도덕적 정당성은 어디로부터 나오는가 ?

파병반대론자들 주장에는 두 가지 논리적 오류가 있다. 첫째로, 그들은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 제거에는 성공했지만 이라크 전쟁 개입의 정당성이나 도덕성(대량살상무기를 찾지 못함)이 없었기 때문에 안정과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실패했다고 말한다. 현재 이라크의 불안정과 혼란을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미국의 비도덕성에서 찾는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도덕성이나 정당성과 문제해결 사이의 관계를 혼동하고 있다. 이 문제는 외과의사가 시간을 다투는 응급환자에게 동의없이 수술을 해야하는 도덕성 문제와 반드시 수술결과가 좋아야한다라는 결과에 대한 낙관적 당위성 사이의 논리적 구분없이 주장하는 일종의 억지에 불과하다. 이런 논리위에서 이라크 현지상황이 불안정하다고 해서 군사적 개입의 정당성과 도덕성은 감소되지 않는다.

진실을 말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진실은 오직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생물이 변화함에 따라서 변화하는 얼굴을
가진것이 바로 진실이다 - 카프카


다음으로 국제사회에서 국가개입은 어떤 기준에 따라서 이루어져야 하는가? 진실과 인간성 사이에서 파병반대론자들은 인간성 말살보다는 이라크전쟁의 진실에 무게를 둠으로서 이라크에서의 인간성 말살과 문명 파괴앞에 무기력하게 지켜만 보고 있다. 이라크개입은 진실을 파헤치거나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인간성을 말살하는 인간행위에 맞서 인간문명을 지켜내기 위함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개입의 결과가 개입의 정당성과 도덕성을 결정할 수 없다. 반문명적이거나 비인간적인 야만(野蠻)적 민족주의가 흥기(興起)하거나 무차별적인 테러가 있는 곳이라면 국제사회에서 국가개입은 정당성과 도덕성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

또한 이라크전쟁의 진실이 이라크파병의 동기가 되지는 않는다. 그곳에 인간성 파괴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군사적 개입은 정당화된다. 코란에 바탕을 둔 이라크 민족주의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오늘날 테러의 유형과 그 위험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봄으로서 이라크 파병의 도덕성과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다.

코란(Koran)과 야만적 민족주의

대부분 이슬람 국가들은 국가에 충성을 요구하는 세속적인 민족주의와 신(神)에 대한 믿음사이의 충돌을 오랜동안 경험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이라크에서는 이슬람 문명을 위협하는 야만적인 민족주의가 꿈틀거리고 있다.

이라크에서 매복공격을 받은 미국 병사들의 시신을 불태우고 갈기갈기 찢어 티그리스강 철교에 매어 달고 차량을 불태우고 시체를 끌고 다녔으며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서쪽 팔루자시(市)에서는 무장괴한들이 지나가던 차량 두 대를 공격하고 미국인 및 민간인들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 불타는 차량 옆에서 광분한 주민들이 ‘팔루자, 미국인들의 공동묘지’라고 적힌 종이를 든채 환호하였다. 이라크 곳곳에서 자살폭탄을 비롯한 테러 공격 그리고 연일 계속되는 국적불문의 납치와 협박은 광기어린 인간의 잔혹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류 문명의 한 축을 이루는 이슬람 문명의 결정체는 코란이다. 코란중심의 이슬람 문명은 인류의 문명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특히 이슬람문명은 서구 르네상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르네상스는 중세의 어두운 음지(陰地))에서 고대사회의 밝은 양지(陽地)로 되돌아 가야함을 강조하였다. 르네상스는 인간이 지닌 힘에 대한 인식을 한층 고양시켰다. 이슬람문명은 인본주의(人本主義) 와 깊은 관계를 갖게 되었고 인간의 가치와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코란 정신에 준거한 이슬람은 개인적인 견해와 상식(常識)이라는 개념을 창조하였고 동시에 인간의 무책임성이라는 문제점도 발견하였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합의(合意)의 원칙을 도입하였고 이것이 이슬람의 법과 제도완성의 기틀이 되었다. ‘나의 조국은 상식에 벗어난 합의를 하지는 않는다’라는 모하메트의 말에서 상식과 합의의 정신을 알 수 있다.

타인과 그리고 지상에 아무런 해악을 끼치지 아니한 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살해하는 것은
모든 백성을 살해하는 것과 같으며…
적이 평화 쪽으로 기울인다면 그 쪽으로 향하라.
- 코란 5 :32, 8:61


완전한 국가가 없는 상황에서 이슬람의 문명이 파괴되고 있는 곳이 바로 지금의 이라크이다. 불완전한 국가체제하에서 야만적인 민족주의가 거리를 휩쓸면서 이슬람 문명인 코란의 정신이 파괴되고 있다. 지금 이라크에서 휴머니즘이 무자비하게 짓밟히고 있으며 상식과 합의의 정신은 이라크 테러분자들에 의해서 잊혀져 가고 있다.

테러집단의 국가화(國家化)와 국제화

9.11테러이후 미국은 세상을 보는 시각을 이분법화 하였다-선과 악 그리고 문명과 야만. 나아가서 테러행위자로서 소수 국제조직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테러 주동자가 국가이고 국가화하고 있음에 주목하였다. 국가가 주도하는 테러는 기존의 70, 80년대의 테러와는 비교되지 않을만큼 경제적, 군사적, 전략적으로 파괴적이다.

과거 인류의 문명을 파괴하고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였던 것은 극렬 테러분자들이었다. 그래서 70, 80년대 테러대응은 전략적 대응에 그쳤었고 국제협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다시말해서 국제경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 국가는 직간접적으로 테러행위의 중심에 서기 시작하였고 국가간 전쟁과 유사해졌다. 국제사회에 새로이 등장한 국가테러현상은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 테러에 대한 기존의 대응방식을 바꿔야한다라는 인식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테러의 특성이 변하고 있다. 테러의 주동자는 소수테러집단에서 국가화(化)하고 있다. 테러대상은 무차별적이고 국제화되고 테러의 파괴력은 날로 강해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군사적 개입을 정당화하는 국제문제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경제적 자유, 인권, 환경문제 그리고 테러리즘은 국가주권의 문제가 더이상 아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타국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때문에 지역적, 국제적 국가간 협력이나 개입이 없이는 해결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테러집단들이 국가와 같은 막강한 세력으로 발전함에 따라 국제사회의 군사적 개입이 미국과 같은 강대국에게만 의무지워지지 않게 되었다. 공고한 국제협력만이 변화된 테러에 대응할 수 있고 인간폭력을 잠재울 수 있다.

국가안보에 중요한 국제관계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된 UN은 세계 각지에서 극단주의에 근거한 테러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테러행위가 국가헌법을 파괴하고 기본적인 인권을 유린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1994년 UN은 테러리즘 근절을 위한 결의를 하게 되었다. UN결의를 통해서 테러근절을 위한 국가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지금 이순간 이라크에는 전쟁과 범죄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라크 혼란을 수습할 국제사회의 대처가 현재로선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해서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개입의 도덕성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개입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을뿐이다. 이런 불확실성의 제거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따라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문명을 파괴하는 야만적인 민족주의의 발호에 적극적으로 국제사회가 개입해서 평화와 안전을 바라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나기환 데일리안 논설위원/캐나다 퀘벡대 연구원]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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