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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 통일문제에서 상생의 정치 펴길 기대한다

Written by. 제성호   입력 : 2004-04-21 오전 8: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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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전무후무한 탄핵정국 하에 치뤄진 이번 선거는 1988년 이후 16년만에 ‘여대야소’라는 새로운 정치구도를 그려냈다. 3당에서 일약 1당으로 올라선 ‘열린 우리당’은 이제 명실공히 강력한 여당으로서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 상생과 통합의 책임정치를 구현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야당의 발목잡기를 탓할 수 없게 됐고, 국정에 대한 무한책임이 여당에게 지워졌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 사회를 극도로 분열시켰던 것은 바로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이었다. 따라서 새 국회는 통일・안보문제에 있어서 ‘큰 정치’를 펼치는 데 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앞으로 개원할 제17대 국회에 몇 가지를 주문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가 평화와 인권의 대북정책을 추진토록 촉구 또는 권고해야 한다.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평화번영정책」에는 인권의 시각이 빠져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민족)번영이란 것은 한민족의 성원 전체의 자유와 인권 증진과 삶의 질 개선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런 점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통한 북한주민의 생존권 보장 못지 않게 시민적・정치적 자유의 개선도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평화‘번영’이라는 이름 하에 추진되는 대북정책이 북한주민의 인권 증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하고 북한정권의 번영과 체제강화에만 이바지한다면, 이는 본래의 대북정책 취지에 맞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평화번영의 세부정책으로서 북한인권 개선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인권에 기초한 대북정책은 도덕성과 보편성을 갖춘 것이기에 우리 국민과 세계시민으로부터 널리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 4월 15일 북한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유엔인권위원회 결의 채택시 우리 정부가 보여준 ‘기권’이란 소극적인 입장은 앞으로 시정되어야 한다. 마땅히 국회에서 응분의 질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지적할 것은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납북자 및 국군포로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데 있다. 이렇게 본다면 자기 의사에 반해 강제로 끌려간 납북자들이 겪고 있는 인간적 고통을 방기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납북자문제의 인권문제 측면을 고려하면, 더욱더 그러하다. 제17대 국회는 지난 16대 국회 때 빛을 보지 못했던 6・25전쟁납북자의 명예회복 및 지원법안, 귀환납북자의 보호 및 정착지원 법안, 납북자가족생활안정지원법안 등의 제정에 보다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산가족문제와 탈북자문제에 있어서도 국회는 대북 결의문 채택 등을 통해 정부와 북한당국에 대해 보다 성의있는 자세와 적극적인 해결을 주문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여 제17대 국회는 노무현 정부가 보다 더 인권과 자국민 보호에 뿌리를 둔 대북정책을 추진하도록 권고하고 촉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의 대북정책 목표에 우선순위가 잘못됐다면 이를 바로 잡도록 하는 것도 국회의 응당한 소임이여야 한다. 앞으로 국회가 이 문제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길 기대해 마지 않는다.



둘째, 차분한 실사구시의 대북정책, 그리고 요란떨기보다 내실을 기하는 대북정책 추진의 요람이 돼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시절 “모든 것을 다 깽판 쳐도 남북관계만 잘되면 된다”는 식의 대북정책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 많은 사람들이 국내경제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 우리 경제현실이나 시장경제 논리를 무시한 무리한 대북경협을 추진하는 것은 곤란하다. 남북한이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전제로 차분하게 민족경제공동체를 건설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그간 ‘퍼주기’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점을 상기할 때 남북한간에 일방적인 협력, 지원보다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건설적인 상생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 비추어 국회는 정부가 너무 요란을 떨거나 성과내기에 급급하지 말고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 ‘實事求是의 대북정책’을 차분하게 추진하도록 권고해야 한다. 아울러 일정부분 정부 주도의 대북정책 추진을 견제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특히 정부의 과다한 예산증액 요구나 일방적인 지원입법 요청에 대하여 국회가 민의를 수렴해서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요망된다고 하겠다. 정부는 비용에 구애받지 않고 조그만 성과라도 내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국회는 남북관계에서 최소의 비용을 들여 최대의 효과를 내도록 하는 방향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요망된다.



셋째, 정부,여당의 대북정책 독주는 금물이며, 보수세력의 참여와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 여당이 책임있는 1당이 됀만큼, 교만하지 말고 겸허한 자세로 남북문제를 풀어가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는 아량과 포용력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대중 정부 이래 그간 집권당이 야당이나 보수세력을 배제한 채 대북정책을 좌지우지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남남갈등과 국론분열을 초래하였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한나라당도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서 정부와 집권당의 발목을 잡는 행동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간 야당이 남북문제에 있어서 냉전적,대결적인 자세를 보인 점이 없지 않다. 가급적 유연하고 실천가능한 정책대안을 개발・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국민적 지지를 잃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국가이념과 정체성,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헌법의 기본질서를 철저하게 존중하는 선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만일 정부가 헌법질서를 문란케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할 경우, 야당이 중심이 돼서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국회는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적 지지자’ 내지 ‘견제적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



넷째, 정부가 확고한 안보의 바탕 위에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하도록 견제함으로써 국회가 소위 남남갈등을 줄이는 중심체가 되어야 한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제17대 국회가 개원되면 열린 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협력해 국가보안법 개폐에 적극 나설 것을 걱정하고 있다. 또 외교정책이 전통적인 한・미관계를 강화하기보다는 소위 대미 자주외교의 방향으로 더욱 선회할 가능성을 염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안보가 바탕이 돼야 하는 만큼, 국회가 국가보안법 개폐문제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다만 국회가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가운데 적절한 입법적 대안을 마련하는 노력은 계속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한,미공조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직시하고, 국회가 흔들리는 대외정책의 중심을 잡아 주어야 할 것이다. 송두율씨 처리에 있어서도 정부가 특별사면권 행사를 남용하지 않도록 국회가 응분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국회는 안보가 결코 ‘섣부른 개혁’의 대상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6월 1일이 되면 제17대 국회가 개원된다. 새 국회는 한반도평화와 민족번영의 과제를 안고 출발하게 될 것이다. 다시금 강조하거니와 새 국회는 대화와 상생의 큰 정치를 민족문제, 통일문제에 있어서도 적용하기를 바란다. 국가생존과 직결된 통일,안보문제만큼은 가급적 초당적인 합의 하에 추진해 나가야 한다. 파당적 이익을 앞세워 국가이익을 해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새 국회가 대북,통일문제에 있어서 보다 적극적으로 입법적,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동시에, 국민을 대신해 정부를 견제하는 감시자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기를 다시 한번 소망한다. (KONAS)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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