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對北 異見 계속땐, 美한반도정책 변화 가능성
미국의 일부 언론(4월11일자 뉴욕타임즈 칼럼 참조)은 미국이 이라크전쟁에서 고전(苦戰)하게 될 경우, 현실주의(realpolitik) 외교노선의 부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라크내 이슬람 諸정파가 단결·저항하는 형태를 취하면서 전황이 악화되자, 부시행정부는 "단호한 대응”을 천명하면서도 UN 및 NATO와 주변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작년 미국의 이라크공격은 아프간전쟁에 이은 '對테러전쟁’의 일환으로서, 국제테러와 WMD(대량살상무기) 연계를 차단하고, 지역불안을 일으키는 '부랑배’국가를 응징한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확고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수십년간 뿌리를 내린 권좌를 일시에 전복·소멸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부시행정부내 신보수주의(Neo-Conservative) 신봉자들의 확고한 도덕적 외교노선에 힘입은 것이었다.
이 도덕적 원칙이란, 全세계를 자유와 인권이 확립·보장되는 세상으로 만들고, 미국과 함께 공동선을 구현해 나간다는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이다. 이라크와 함께, 북한과 이란을 '악의 축(an axis of evil)'으로 규정하고, WMD를 포기시키기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강구해 온 원동력은 바로 이러한 도덕적 외교노선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외교정책은 크게 두 맥락 속에서 변화와 상호보완을 반복해 왔는 바, 첫째는 앞서 언급한 도덕적·이상적 외교노선(morality)이며, 둘째는 세계권력정치 현실을 고려하여 외교를 현실적·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현실주의(realpolitik) 노선이다. 이 두 노선은 지금도 상호경쟁·보완을 계속하면서, 부딪치는 세계정치 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미국의 외교정책 방향을 만들어 나아간다.
예컨대, 1960년대 초·중반 베트남에서의 공산체제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개입한 것이 도덕주의 노선이었다면, 베트남전쟁의 한계를 깨닫고 1970년대초 "베트남문제의 베트남화”라는 명분하에 "명예로운” 철수를 감행한 것은 현실주의 노선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침략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3일만에 즉각 개입을 결정하여 수만명의 희생을 무릅쓰고 자유한국을 수호한 것은 도덕주의 외교노선의 발로이지만, 中共軍의 개입으로 대규모 확전이 아니면 북진과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휴전’을 통해 한민족의 또 한번의 '분단’을 묵인한 것은 현실주의 노선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미국의 외교정책 변화에 주목하는 것은 우리의 국가안보가 주한미군이 포함된 한·미 연합방위력에 의하여 유지되고 있는 현재, 미국의 외교노선과 대한반도정책 변화가 한국의 국가이익과 국가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재론할 여지 없이, 국제역학관계의 측면에서 한·미동맹은 지난 반세기 대한민국의 건국과 수호, 그리고 발전을 지탱해 온 중요한 한 축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 한·미동맹과 한·미양국간 우호관계는 단지 양국 국가이익의 추구라는 좁은 차원을 넘어서서,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이념을 수호·확산시킨다는 철학적 공감대와 유대 속에서 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젊은 세대 가운데, '전교조(全敎組)’나 '운동권’ 의식활동의 영향으로 反자유주의적이고 反세계체제적 인식이 확산되어 왜곡된 역사관과 세계관을 갖게 된 점은 안타까운 일이거니와, 이러한 현상이 결코 진리가 아니며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다.
가정(假定)해 볼 때, 미국이 이라크전쟁에서 고전을 거듭하고, 한반도에서 북한 핵개발이 기정사실화되고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마땅한 정책수단이 강구되지 않을 경우, 그리고 기존의 한·미동맹과 한·미·일 연합방위체제가 한·미간의 이견으로 대북억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경우, 미국이 독자적인 행동을 취하거나, 한반도정책상의 일대 전환을 가져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감지(感知)되어오고 있다. 예컨대,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이후의 북폭(北爆) 시나리오나,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민주당 집권의 경우 북한과의 단독협정 체결(북핵해결과 불가침조약 등을 일괄타결하는) 시나리오 등이 그것이다.
특히 한국의 4·15총선 결과 친북·좌파성향을 갖는 그룹이 대거 국회에 진출함에 따라, 향후 한국의 정치지형은 북핵문제, 한·미관계, 안보정책 등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격변과 혼란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열우당의 국회과반수 장악과 민노당의 국회진출은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상기한 미국의 한반도정책 변화를 촉진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위기국면일수록 내부단결이 가장 필요한 요건이다. 그러나 단결은 이념과 가치기준의 통일 없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혼란과 갈등을 보이는 현재의 한국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체제에 바탕을 둔, 대한민국의 정통성 수호야말로 나라와 민족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확신하게 된다.
洪官憙(통일연구원 평화안보실장)
* 이 글은 '미래한국'신문(4월24일자)으로부터 전재한 것임.
- 관련기사보기
-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