룡천역 일대 불바다..곳곳서 울부짖음
북한 룡천역에서 지난 22일 발생한 열차폭발사고로 주변 일대가 불바다로 변했고 차량마다 피투성이가 된 채 울부짖는 사상자들이 가득 실려 있었다고 워싱턴포스트 24일자 인터넷판이 목격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사고 다음날인 23일 오후 중국의 북한 접경도시인 단둥(丹東) 역에 도착한 한 여성은 "사람들의 상태가 가지각색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누워 있었고 서 있는 사람도 있었다. 일부는 울부짖거나 비명을 질렀다. 모두가 겁에 질린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여성은 사고 당일 오후 실종된 친척을 찾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던 친구로부터 반경 2.2㎞ 안에 있는 수업중인 학교를 포함해 많은 건물이 파괴되거나 불에 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도 북한에 친척이 있으며 내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 내가 이런 말을 한 것을 그들(북한당국)이 알면 평생 북한에 갈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10년전 단둥으로 이사해온 양모(26)씨는 폭발소리를 들은 직후 룡천역에서 400여m 떨어진 곳에 사는 여자 동창(25)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폭발 때 날아온 유리에 오른쪽 팔을 다쳤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양씨는 이 동창생이 역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난 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에 커다란 구덩이 2개가 생긴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양씨도 이 동창생의 신원을 밝힐 경우 북한당국의 추궁을 받을 것이 우려된다며 신원 공개를 거부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폭발사고 소식이 바깥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전화 라인을 차단했으나 단둥에 사는 상당수 북한인들은 룡천의 친지들로부터 휴대전화를 통해 연락을 받고 있다.
단둥의 북한인 집단거주지역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부부는 마을 사람들이 룡천에 사는 친지들이 숨지거나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 잡화상을 하는 류모(34)씨는 사촌의 친구들로부터 `사촌을 찾을수 없다`는 전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해설> 사고소식 신속 발표 배경과 사고 원인
북한은 24일 평안북도 룡천역 참사 원인과 피해규모 등을 이례적으로 사고발생 이틀 만에 전격 발표했다.
북한이 홍수피해와 식량난으로 인한 아사자 발생 사실에 대해서는 간헐적으로 발표한 적이 있었지만 대형 인재사고를 신속하게 밝힌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특히 사고원인을 분명히 밝힌 것은 이번 참사의 원인과 관련해 서방언론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겨냥한 '테러'일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무성한 추측이 일고 있는 것을 조기에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신속 발표 배경 = 북한이 사고 이틀 만에 신속하게 공개한 것은 이번 사고가 북한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초대형 참사여서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앙통신이 비록 정확한 피해 규모와 사상사 수를 밝히지 않은 채 "현재까지 조사에 의하면 피해상황은 대단히 크며 조사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북한에서는 민ㆍ관ㆍ군 응급복구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여건이 미흡하다.
이에 따라 북한은 "우리는 여러 나라 정부들과 국제기구 및 단체들에서 인도주의 지원 용의를 표시하고 있는데 대하여 평가한다"고 말해 외부의 지원을 간접적으로 요청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내부적으로 알려 북한의 여러 지역의 장비와 인력, 자금을 끌어내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사고원인 '전기선 접촉' =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사고 원인을 "질안(질산암모늄)비료를 적재한 화차들과 유조차들을 갈이하던 중 부주의로 인해 전기선에 접촉하여 폭발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조선말 대사전은 '갈이'를 "낡거나 못쓰게 된 부분을 떼어내고 새 것으로 갈아대는 일"로 표기하고 있다.
북한말로 차갈이는 "(운수분야에서)짐실이(상차)와 짐부리기(하차) 및 그 밖의 작업을 위하여 역 또는 공장, 기업소 구내선들에서 차량을 옮기는 일"을 말한다.
청진철도총국에 근무했던 한 탈북자는 이같은 작업을 '차갈이'라고 설명하고 "차갈이 도중 열차가 전복되는 사고도 자주 일어난다"고 증언했다.
때문에 이번 참사는 운행을 앞두고 차량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느슨해진 전선에 차량이 닿아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연쇄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신의주~룡천~평양 열차구간은 전철화됐으며 3만3천㎾의 고압선이 설치돼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konas)
- 관련기사보기
-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