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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식 해결법과 北核

Written by. 홍현익   입력 : 2004-04-26 오후 12: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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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리비아는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해 왔음을 전격적으로 시인한 뒤 이를 즉각적으로 완전히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3월 이라크 전쟁 발발 직전부터 리비아가 미국 및 영국과 비밀협상을 벌인 결과였다. 리비아는 이어 이달 초 보유 중인 러시아제 스커드B 미사일 수백 기의 사거리를 300km에서 단축해 방어용으로만 쓸 것이고 이러한 ‘되돌릴 수 없는’ 개조를 미국과 영국에 검증받을 것이며 북한과의 모든 군사적 거래를 단절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로써 미국이 1981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자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20여 년간 적대관계를 유지해 온 리비아는 미국과 화해하고 국제 사회에 연착륙했다. 이라크 전후 처리로 고심 중인 부시 행정부에 리비아는 WMD를 불법적으로 개발하는 ‘불량국가’를 다루는 성공 사례가 됐다. 이라크식과 구분되는 리비아식 해결법이 등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방식이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의 신보수주의 지도자들은 북한이 먼저 핵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CVID)할 것을 종용하면서 이 경우에만 체제안전과 경제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는 태도를 강화했다. 물론 북한은 사담 후세인 체포에 이은 무아마르 카다피의 투항으로 반미세력과의 연대가 약화돼 외교적·심리적으로 위축됐으며 주요 외화 획득원인 미사일 수출이 타격을 받게 돼 전략적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러나 북한은 리비아와 매우 다르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리비아식 연착륙을 택할 가능성은 낙관하기 어렵다. 먼저 북한은 WMD 개발 수준에서 리비아를 월등 앞서고 있다. 핵탄두 2∼5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고, 사거리 4000km의 대포동 미사일을 개발한 뒤 이를 7000km 정도로 발전시키고 있으며, 5000t의 화학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미 보복 가능성에서도 미국의 우방 이스라엘이 리비아의 미사일 사정권 밖에 위치한 반면 북한은 주한·주일미군 7만 명과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대북 무력제재 가능성을 우려하는 한국과 일본을 사정권 내에 확보하고 있다.



또 리비아에는 미국의 무력제재를 억지해 줄 우방 강대국이 없지만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이웃 우방국으로 갖고 있다. 군사전략 면에서도 리비아는 수도 트리폴리 등 전략적 요충지가 지중해에 노출된 데다 사막지형이므로 공격에 취약한 데 비해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배후에 두고 있고 산악지형이므로 공격이 쉽지 않다.



따라서 김정일은 카다피보다 미국의 무력 행사를 두려워할 이유가 상대적으로 적으므로 압박에 쉽게 굴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미국도 수사적으로는 무력제재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으나 북한 정권 타도를 위해 이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미·북 양측은 전략적 딜레마 타개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타협점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정부는 우선 미군 재조정에 따른 국방 공백 부문 보전에 힘쓰면서 미·북 양측에 타협을 설득하는 한편 양측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갖고 있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중국·러시아가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수행, 양측에 부족한 신뢰를 보강해 주도록 외교적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국방일보)



<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hyunik@sej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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