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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파병 정치쟁점 안된다

Written by. 정진영   입력 : 2004-04-29 오후 3: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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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외적인 상황변화에 따라 한국군의 파병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세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대외적으로 이라크 상황의 악화가 파병의 위험을 증대시키고 있다. 6월 말로 예정된 미국의 이라크 주권이양 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이라크 내 주요 세력들간의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고, 이것이 일차적으로는 미국의 주권이양 방식에 대한 반대와 미군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미군과 주요 저항세력간의 충돌이 격화되고 이라크 내 치안상황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스페인의 철군 결정과 이것이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하고 있는 이탈리아 폴란드 등 유럽 여러 나라에 철군 논의를 야기할 수 있는 조짐도 한국군의 파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철군 논의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 파병을 하느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수 있다. 한국군의 파병지 변경문제도 파병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연결되고 있다.

둘째, 국내적으로 17대 총선 결과 파병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진출하고, 열린우리당의 당선자들 중에도 파병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이들은 파병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더불어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이러한 전쟁에 한국이 참전하는 것을 반대한다. 더욱이 이라크 내 치안상황이 악화되면서 파병의 위험성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적 상황의 변화를 고려할 때, 파병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파병을 둘러싼 논란이 지난번처럼 또다시 우리 사회의 분열을 가중시키는 도덕·이념적 대결을 초래해서는 안된다. 외교에 있어서 도덕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누가 뭐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국익이다. 따라서 파병을 둘러싼 논란은 국익을 기준으로, 어떻게 하면 국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이뤄져야 한다.

파병이나 파병철회는 모두 비용과 수익을 유발한다. 파병철회는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자주성을 높이고 이슬람국가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우리 젊은이들이 정당성 없는 전쟁에서 희생당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이익이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우선 대미 자주성 문제는 비용·수익분석과 실현가능성의 검토가 필요하다. 대미 자주외교의 추구는 비용을 수반한다. 지금껏 자주적이고 싶지 않아서 의존적인 대미관계를 바랐던 사람이 있을까. 대아랍 관계도 단정짓기 어렵다. 일부 강경파 국가나 집단과의 관계악화를 예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파병철회가 대아랍 관계를 개선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젊은이들의 희생은 정말 피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 때문에 대외정책의 선택 자체를 바꾼다면 잘못된 것이다. 파병군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에 비해 파병철회는 상당한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 우선 이미 결정된 정책을 바꾸기 위한 논의의 과정에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물론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서 피해갈 수는 없다.

우리는 파병 재검토 논의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러한 논의가 국익의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파병철회가 한미동맹 관계의 약화를 초래할 것은 당연하다. 이는 북한 핵문제의 해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한국의 안보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 더욱이 열린우리당의 과반수 획득과 민노당의 국회 진출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국경제설명회를 열어야 하는 우리 실정에서 한미동맹 약화가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파병 재검토 논의가 신중하게, 국익을 기준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출처 : 세계일보)

정진영 (경희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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