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3시간 가까이 벌어진 한밤의 인질극은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상황을 연출했다.

 특히 인질극의 장소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번화한 곳 중 하나로 꼽히는 강남 압구정역 인근이어서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인질범 김모(57)씨는 1일 오후 9시 23분께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3번 출구 인근에 있는 한 제과점으로 이마에 피를 흘리며 들어섰다.

 김씨를 본 제과점 직원은 곧바로 119에 신고했고 6분 뒤 구급대원 3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순순히 치료를 받겠다던 김씨는 구급대원 한 명이 자신의 이마에 손을 대자 돌연 주방으로 뛰어가 식빵을 자를 때 쓰는 칼 두 자루를 들고 나왔다.

 김씨는 자신과 가장 가까이에 서 있던, 빵을 사러 온 손님 M(48·여)씨를 다짜고짜 위협하면서 매장 제일 안쪽의 테이블로 강제로 끌고 갔다. 이어 자신의 목에 흉기를 겨누며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도록 했다.

 이때부터 주변은 일순 공포에 휩싸였다. 김씨의 손에 사람을 위해할 수 있는 40㎝가 넘는 쇠로 된 흉기가 들려 있는데다 손님까지 볼모로 잡혀 있어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구도 예단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된 것이다.

 제과점에는 당시 종업원 3명과 구급대원 3명, 다른 손님 등이 있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상황에 속수무책이었다.

 오후 9시 33분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사복 경찰관 3명이 매장 안으로 진입, 김씨와 대화를 시도했고 이때부터 인질범과 밀고당기는 '협상'이 진행됐다.

 같은 시각 경찰은 제과점 밖에 배치한 경찰 차량과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김씨를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 김씨의 시야 밖으로 이동시키고 주변을 집중 통제했다.

 1일 오후 11시께 연합뉴스의 '인질극' 발생 첫 보도가 나간 직후 현장에는 100여명에 달하는 취재진과 많은 시민이 몰려들면서 이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경찰 협상팀은 김씨가 '협상' 내내 "죽여달라", "누군가 나를 미행·감시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피해망상 증상을 보였다고 전했다.

 협상팀 관계자는 "범인이 '고통' '죽음' '미행' 같은 단어를 많이 사용해 이 점에 집중해 범인과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했다"며 "범인에게 '당신의 고통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되겠느냐'고 설득하며 진정시키는 데 주력했다"고 전했다.

 경찰이 설득에 들어간 지 2시간을 훌쩍 넘긴 2일 0시 13분께 김씨가 경찰의 설득으로 인질로 붙잡고 있던 M씨를 풀어주면서 사태는 한고비를 넘겼다.

 M씨가 풀려나고 얼마 뒤 김씨가 들고 있던 흉기 두 자루를 내려놓으면서 상황이 끝나는 듯했지만 김씨는 또 한 번 돌발 행동을 했다.

 "경찰서로 가기 전 담배 한 대 피우겠다"던 김씨는 뒤돌아서 담배를 끄는 시늉을 하다가 갑자기 테이블 근처에 있던 포크를 들고 자해를 시도한 것이다.

 이에 경찰관 4명은 즉각 김씨에게 달려들어 제압에 성공했고 3시간 가까이 지속됐던 공포의 인질극은 막을 내렸다. 이때가 일요일인 2일 0시 25분이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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