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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통일준비

‘쪽박이어도 해야 하는 통일’ 방법을 듣고 싶다

Written by. 박휘락   입력 : 2014-03-18 오후 1: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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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얼마나 불렀던 노래인가? 염원함으로써 통일이 되었을 것 같으면 이미 몇 번은 되었을 것이다. 이제 이 노래가 덜 불리는 것은 왜인가? 염원만으로 통일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일은 도둑처럼 갑자기 온다” 얼마나 솔깃한 말인가? 그래서 북한이 조금만 이상해도 통일을 기대하고, 정부 고위층 중의 누군가가 조금만 희망섞인 말을 해도 가슴이 뛰었다.

 “통일은 대박이다.” 조금은 품위가 낮은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미 우리 가슴은 설레이고 있다.

  통일준비?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아 대통령 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하였다. 며칠 전에는 그 위원장을 대통령이 겸직한다고 한다. 이 결정을 하는데 3주가 걸렸다. 이 위원회가 제대로 가동되는 데 몇 달은 걸릴 것이다. 그리고 나서 어떤 식으로든 통일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통일은 왜 대박인가?’에 대한 자료를 만들 것이다. 통일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이익들이 열거될 것이다.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학자들의 의견을 듣고자 이런 저런 세미나를 개최할 것이다.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국민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다. 통일을 위한 헌장을 만들지 모른다.

 ‘아마도’ 통일 한국의 장밋빛 청사진을 그려 제시할 것이다. 통일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회통합, 경제통합, 군사통합의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통일한국의 외교 및 안보정책 방향도 구상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과연 통일 준비일까? 위와 같이 하면 통일이 다가올까? 지금까지 이러한 사항들이 논의되지 않았나?

  통일준비가 아니라 통일추진이어야

  일부 국민들은 위에서 언급한 정도의 준비도 기특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통일이 왜 대박인가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듣고 싶지 않다. 나는 통일에 대한 결론 없는 세미나에 더 이상 참가하고 싶지 않다. 나는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뻔한 교육을 더 이상 받고 싶지 않다. 나는 통일헌장 같은 것을 더 이상 읽고 싶지 않다.

 '적어도 나는' 통일한국의 화려한 청사진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나는 통일이 되었다는 전제하에 제시되는 복잡한 사회, 경제, 군사의 통합방안을 듣고 싶지 않다. 나는 소설 같은 통일한국의 외교 및 안보정책에 대하여 관심이 없다.

 ‘적어도 나는’ 통일을 언제까지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목표와 전략을 듣고 싶다. 나는 ‘통일준비’ 보다는 ‘통일추진’ 계획과 구현방안을 알고 싶다. 나는 통일한국을 위한 통합계획보다 어떻게든 통일을 빨리 달성해주기를 바란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것이 염원이고, 희망이고, 대박이다.

 나와 같이 생각하는 국민들이 없을까? 통일준비나 장밋빛 청사진에 식상한 국민들이 적을까? 남북 간 사회, 경제, 군사 통합에 문제가 발생해도 좋으니 제발 통일을 달성해달라고 바라는 국민들이 없을까? “우리의 소원은 통일, 통일은 도둑처럼 온다.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말 대신에, '이렇게 통일을 달성하겠다‘라는 복안을 듣고 싶어하지 않을까?

 ‘꿈에도 소원은 통일’을 외치던 우리 조상들이 ‘통일이 대박’이라서 그랬던 것이 아니다. 그냥 통일을 하고 싶었다. 통일을 해야하는 거니까 ‘소원’이었다. 원래 하나였으니까 다시 하나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였다. ‘통일이 쪽박’이 될 것이라 해도 그들은 통일을 하고자 했을 것이다.

  통일은 달성해야 한다

  너무나 사랑하여 오매불망 결혼하고 싶어하는 여인이 있다. 수년전부터 그녀와의 결혼은 나의 소원이었고, 꿈에도 소원이었다. 결혼하면 어떤 가정을 꾸릴지에 관한 청사진을 수백번이나 그렸고,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기위한 모든 방안을 고려해 두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살림도 일부 장만해 두었다. 지금도 그 준비가 미흡한 것 같아 하나하나 점검하여 보완하고 있다. 이렇게 준비를 잘하면 내가 그녀와 결혼할 수 있는가?

 중요한 것은 결혼의 염원이나 준비가 아니다. 그녀의 마음을 얻는 것이고, 그녀 부모의 허락을 받아내는 것이며, 그래서 결혼에 골인하는 것이다. 준비가 미흡하여 결혼식장도 제대로 못잡아 허둥지둥하고, 신혼여행지도 갑자기 결정하여 황급하게 다녀오면 어떠랴? 단칸 셋방에서 살림을 시작하면 어떠랴? 서로 마음을 살필 여유가 없어서 가끔 싸우면 어떠랴? 살림살이가 없어서 방바닥에 신문지를 펴고 밥을 먹으면 어떠랴? 그래도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였다.

  통일 달성은 어렵고, 급변 사태는 환상이다

  나는 왜 우리가 통일을 준비만 하는지 안다. 나는 왜 우리가 통일된 이후의 청사진만 그리는지 안다. 그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에 통일은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과제라서 모두 추진은 미루고 있는 것이다.

 우리 민족이 분단되었다가 통일된 사례는 신라의 삼국통일이다. 신라의 통일이 쉽게 이루어졌던가? 수많은 전란을 겪은 후 결국 전쟁에서 승리한 측이 달성한 통일이 아니었던가? 그것도 꼬리를 자른 상태에 만족해야했던 것 아닌가? 수많은 영웅과 선조들이 생명을 희생하면서 겨우 이뤄냈던 것 아닌가? 당나라와 전쟁까지 치러야 했던 것 아닌가? 그러고도 결국 고구려의 옛 땅은 찾지 못했던 것 아닌가?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왜 통일준비가 국가적 화두가 되었는지도 안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이 붕괴될 것이고, 그러면 통일이 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일이 도둑처럼 갑자기 오고, 준비만하고 기다리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급변사태가 발생할 것인가? 김일성, 김정일이 갑작스럽게 사망해도 그런 일은 없었다. 일시적으로 북한이 불안해졌다고 해도 어떤 식으로든 안정을 찾을 것이고, 한국이 이에 개입할 명분과 수단은 거의 없다. 한국보다는 중국의 개입 명분과 수단이 더욱 유리할 것이다.

 그런데다가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핵무장한 북한과 어떻게 통일을 하겠다는 것인가? 핵무기로 군사적 우위를 차지한 북한이 한국의 통일을 수용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핵무기를 보유한 ‘통일한국’을 주변국들이 허용할 것으로 판단하는가?

  통일을 위한 전략의 수립과 실천이 필요하다

  비록 아득하고 엄두가 나지 않는 과제임이 틀림없지만 이제는 통일을 추진하거나 달성해보자. 소원, 준비, 상상하지만 말고, 이룩해보자.

 당연히 통일은 저절로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우리가 일관성 있는 목표하에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하여 점진적이면서도 철저하게 구현할 때 서서히 찾아온다. 씨를 뿌려야 싹이 돋고, 정성으로 싹을 키운 후 한참을 기다려야 결실을 맛보게 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민해보자. 현재 상황에서 통일을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무엇인지. 그 전략의 단계별 목표는 무엇이고, 그것을 구현하는 최선의 방안은 무엇인지. 그러한 전략의 구현을 위한 과제를 정부부처별로 어떻게 분담시키고, 성과들을 어떻게 점검 및 종합할 것인지. 통일을 좀 더 앞당길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북한 주민들과 정권 수뇌부에게 통일이 서로에게 이익이라는 것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어떤 비전과 조건으로 북한에게 통일협의를 제안하고, 그것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지. 우리의 통일비전에 대한 주변국들과 세계여론의 동의를 어떻게 획득할 것인지.

 중요한 것은 통일을 소원, 기대, 상상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 상태에서 어떤 방법으로 통일을 이룩할 것인가를 궁리해내고, 그것을 구현하여 통일로 다가가는 것이다.

 답답하더라도 평화공존밖에 해답이 없다

 언제부턴가 우리의 통일논의에서 ‘평화공존’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북한이 어려워지면 금방 통일될 것 같기 때문이다. 빨리 통일하고 싶어 조바심이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매어 쓸 수 없다. 정권마다 명칭은 다양했지만 우리가 지향해온 통일방안은 남북한이 교류 및 협력하여 평화공존을 달성한 이후에 정치적 통합을 모색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바로 통일로 이행하고 싶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통일’하자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북한의 공산주의를 포기하라는 것 아닌가? 그것을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북한이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포기하라고 하면 우리가 받아들일 것인가? 지금까지의 통일에 대한 염원, 기대, 상상이 현실화되지 못한 것은 이러한 통일에 관한 역설(paradox)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통일을 하자는 것이 오히려 통일을 멀게 만들 수 있다.

 평화공존을 바탕으로 내용상에서 통일에 가까이 가고자 노력해야 한다. 남북한이 서로를 ‘잠정적으로’ 인정하면서 다른 외국과의 관계처럼 왕래하고, 무역하고, 섞여서 살 수 있으면 통일에 가까이 간 것 아닌가? 그러다가 분단이 영구화로 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있는가?

 평화공존은 북한을 설득하기도 용이하다. 북한도 개혁개방의 의도를 갖고 있고, 남한의 경제적 지원을 바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지향하는 것 아닌가?

 평화공존을 계기로 북한 핵문제도 협의할 수 있다. 누가 봐도 한쪽이 핵무기를 가진 상태에서 평화공존을 약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평화공존의 실적이 누적되고, 제도적 보장책이 구축되면 북한도 핵무기 폐기를 고려해볼 것이다. 주변국들도 남북한의 평화공존, 나아가 통일을 지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 통일을 바란다면, 북한의 급변사태 등을 활용하여 통일하겠다는 생각은 접어두자. 비록 답답하고, 시간이 걸리지만 기본으로 돌아가서 평화공존부터 달성하자. 공을 찰 때 골문을 보지 말고, 공을 봐야 하는 것과 같다. 평화공존에 노력하다보면 어느 새 통일의 문턱에 다가와 있을 것이다.

  안보는 기본이다

  통일을 추진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경각심을 버릴 수는 없다. 북한이 협의에 응하거나 합의를 바꾸지 않도록 하는 데는 튼튼한 안보가 배경으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간에 걸쳐 신중하게 추진하는 통일 일수록 안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확고한 안보태세는 평화공존의 지속을 위한 필수요건 이기도 하다. 북한의 일부 극단세력들이 군사력으로 적화통일하자는 망상을 가졌다가도 불가능함을 알면 포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핵무기에 대한 방어책 마련이 선결과제이다. 북한의 일부 극단세력들이 핵무기를 사용하고자 해도 우리가 바로 선제타격하여 파괴시킬 수 있거나 발사한 핵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다면, 그들은 그러한 생각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다만, 안보가 지나칠 경우 통일을 멀어지게 만들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이 또한 통일이 갖는 패러독스이고, 그래서 통일이 어려운 것이다.

  통일에는 단방약이 없다

  통일은 염원, 준비, 상상한다고 하여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거나, 모든 국민들이 통일의 당위성에 공감하거나, 통일한국 구축을 위한 계획을 마련해 둔다고 하여 통일이 달성되지는 않는다. 그러는 동안에 시간만 가고 오히려 통일이 멀어질 수 있다.

 누군들 통일을 빨리 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통일에는 단방약(silver bullet)이 없다. 꾸준히 노력한 덕분으로 조금씩 성과가 달성되어 누적됨으로써 다가오는 것이 통일이다. 답답하지만 평화공존부터 달성해야 한다.

 당연히 통일은 대박이고,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준비만으로는 통일을 달성할 수 없다. 전략과 구현 노력이 절대적이다. 통일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일수록 더욱 그러하다.(Konas)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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