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3월에 치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선거장의 포스터(선전화)가 뜯어져 나가고, 선전판 내용에 교묘하게 낙서하는 사건이 발생해 보안당국이 발칵 뒤집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김정은 체제 출범을 공식 알리는 행사로,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우리의 국회의원) 선거의 후보자로 추대됐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최근 함경북도 국경지방에 여행 나온 남포시의 한 주민이 27일 “함흥시내 대의원 선거구에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후보자 사진을 뜯어서 뭉개놓은 사건이 여러 건 발생했고, 또 일부 투표소에서는 선전화 내용을 묘하게 낙서해놓아 보위부와 보안서에서 발칵 뒤집기도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3월 9일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의 날’이라고 씌어진 선전화에서 누군가가 선자의 ‘ㄴ’자를 칼로 도려내고 거기에 종이를 붙여놓아 ‘서거’로 만들었다”면서 “구호 내용이 사망을 뜻하는 부고판으로 변해 조롱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도 선거를 전후해 펑안북도 정주시에서 선거를 독려하는 간판이 떼어지고, 함북도 청진과 회령시 등지에서 원인모를 화재가 발생했다고 북한 내부 협력자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이런 사건 사고와 관련해 북한 보안당국은 체제불만 세력의 행동으로 보고 대대적인 경계에 돌입하고, 학생들과 노동자들을 동원해 24시간 선전구호판 보초를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함경남도 김책시에서 국경일대로 여행 나온 또 다른 주민 소식통은 자기가 속한 선거구에서는 투표자 수십 명이 빠져 선거가 예정 시간보다 1시간 늦게 마무리 되는 혼란도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유권자들은 선거구에 표기된 명단대로 순서대로 나가 투표를 해야 하지만, 투표자들이 1시간 넘게 나타나지 않자, 관계 당국은 투표를 멈추고 찾으러 다니는 소동까지 벌였고, 결국 나타나지 않자 명단에서 빼고 투표를 강행했다고 증언했다.

 이 주민은 이 같은 현상은 김일성, 김정일 체제 때 선거분위기와는 다른 분위기였다면서 투표율이 99.97%라고 주장한 북한 당국의 발표에 의심하는 주민들이 많으며, 정작 투표에 참가한 사람들도 자기 구역 입후보자가 누군지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도 별로 없어 이번 선거는 투표자들의 관심 밖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