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 동포 돕기와 북한체제 인식은 별개
하늘과 바다, 육지가 열리고 있다. 막혔던 물꼬가 급 물살에 터져나가듯 남북간의 직항로가 숨가쁘게 연결되고 있다. 용천을 향한 동포애의 발로이다. 지난달 4월28일 인천항에서 출항한 수송선 한광호가 29일 북한 남포항에 도착, 구호물자가 하역된데 이어, 30일에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담요, 의약품 등의 물자를 실은 대한항공 화물기가 평양 순안공항을 운항했다. 우리 전세여객기가 몇차례 인천-평양간 서해 직항로를 이용한 적은 있지만 화물기가 북한에 가기는 처음이다. 남과북이 조금씩 진일보 하고있다는 사례 로 보여지기도 한다.
지난달 4월 22일 용천 역 열차 폭발참사이후 대한적십자를 비롯해 우리정부와 국회, 시민단체, 전국민이 용천 피해주민 돕기에 앞장서고 있다. 그런가운데 지난 1977년 11월11일 이리역 화약열차 폭발사고로 동병상련의 '닮은꼴 참사'를 겪은 전북 익산주민들도 '용천 열차 참사돕기 범 익산시민운동본부'를 구성 하고 북녘동포 돕기 운동에 발벗고 나섰다. 오는 7월23일까지 성금과 구호물품, 의약품, 식량 등 30억 여원 상당의 금품을 모아 전달키로 했다고 하니 이념과 체제, 사상을 떠나 훈훈한 동포의 정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돕고 이끌어 주는 우리민족의 미풍양속이 어김없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국제적십자사를 비롯. 중국 등 전세계가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폐쇄된 독재사회에, 인권불량국가로, 테러지원국으로 지목받고있는, 더구나 핵 문제로 전 세계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북한에 우리동포는 물론 국제사회가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 구호품을 보내는 사람도, 또 맞이하는 사람의 표정에도 동포애와 더불어 안타까운 심정이 더 크게 다가옴은 이런 상황에서의 지원이나 교류 협력이 아닌 보다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상호주의 관점 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바라는 측면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구호와 구조의 손길이 경각에 달려있는 그 즈음에 평양에서는 흥겨운 춤판이 벌어졌다. 폭발사고 이틀뒤인 지난달 24일 국제적십자연맹 관계자들이 용천역 폭발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을 때, 평양에서는 인민군 창건 72주년(4·25) 기념 경축 야회(夜會)가 개최되었다.
이날자 언론과 방송에 의하면, 북한은 이날 낮 기념식인 '중앙보고대회’를 가진 데 이어, 저녁에는 조명록 군총정치국장, 김영춘 총참모장, 김일철 인민무력부장(국방장관) 등 군 핵심부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육·해·공군 장병들의 경축야회를 가졌다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행사 내용과 관련, “인민무력부 책임 일꾼들도 춤판에 뛰어들어 병사들과 함께 춤을 추며 야회 분위기를 돋우었다”고 보도했다.
한쪽에서는 도시의 절반이 폐허화 된채 절규와 신음이 진동하고, 적십자사가 절박한 구호의 SOS를 타전하고 있는데, 정작 군·당의 최고 핵심부는 꽃단장에 호사스런 행사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북한체제이며, 선군(先軍)사상이요, 군을 최우선으로 하는 김정일 식 선군 정치의 표본인 것이다.
북한에서 군을 우선시 하는 경향은 1998년 '선군 정치'라는 개념으로 공식화되었는데, 여기서 선군 정치란 군대를 중시하고 그를 강화하는 데 선차적 힘을 넣는 정치를 말한다. 그리고 인민군대를 핵심으 로 하여 혁명대오를 튼튼히 꾸리고 혁명적 군인정신을 무기로 하여 사회주의 건설을 밀고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군대는 곧 당이고 국가이며 인민' 이라고까지 규정하고 있다. 선군 정치는 명확히 군을 우위에 두는 정치 운영체제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김정일은 94년 김일성 주석 사후에 핵심계층에 대한 대폭적인 인사개편을 단행하여 군부핵심 실세의 당 서열을 10위 권의 상위서열로 부상시켰으며 5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난 국방위원 전원을 권력서열 20위 내에 포진시켰다. 또한 98년 7월에 실시된 제 10기 최고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는 총 687명의 대의원 중 군부인물이 107명을 차지했는데 이는 제 9기의 57명에 비해 약 2배 증가된 숫자이다.
이처럼 북한사회가 군을 우선시 하는 것은 체제가 안고있는 필연이며, 한반도 적화를 위한 그들의 목표를 수정하지 않는한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지난해 여름 부산 등 경남 남해안일원과 영동지방을 강타한 태풍으로 많은 인명과 엄청난 재산피해를 입었다. 우리사회에서는 당시 국가원수가 오페라를 관람했다하여 언론의 도마위에 올라 숱한 구설수에 오른적이 있다. 남과 북의 차이라고나 해야할까!
용천사고가 발생하자 남쪽에서는 그 피해당사자가 북한임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파를 떠나 신속하게 한 목소리를 내며 나라전체가 지원에 최우선적인 행보를 보였다.
반핵·반김정일을 내세우며 수차에 걸쳐 국민대회를 개최하고, 북한내 인권문제에도 관심을 경주해 온 재향군인회 등 안보단체가 앞장서서 성금을 모으고 구호물품을 보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는 무엇을 뜻하고 있는가! 분명히 피·아를 구분하고 우리국민이 어떻게 해야 할 것 인가도 일깨워준 대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국민 모두가 북한주민에 대해서는 내형제요, 동포라는 한민족의 정을 내포 하고 있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이번 사고경우 북한 군부를 위시한 상층 지도부에서는 피해주민과는 별개로 그들만의 잔치에 바쁜 모습을 보여주었다. 북한 체제에 뿌리깊은 선군 의식과 언제라도 군사력을 기반으로 한 힘의 우위를 과시할 수 있는 노동1호 미사일 개발, 핵무기 보유설이 기정사실화 되고, 고농축우라늄(HEU) 핵프로그램도 3,4년 후면 실제 가동단계에 들어갈 수 있을 것 이라는 외신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 를 부여하고 있는가? 남의 일인냥 그저 심드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사회의 여론과 무관심은 또 무엇인가?
지금 우리사회는 예전과 달리 판이하게 변화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를 예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국민 의식은 바뀌고 있다.
나라를 지키고 일궈냈던 이 땅의 어른이요 진정한 영웅들인 기성세대는 자식,손자 들 에게마저 안보를 얘기하고 보릿고개를 거론 할 때에는 눈치를 살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나라의 안보를 염려하고 필연성을 주장하는 사람은 개혁성과는 거리가 먼 수구꼴통으로, 또는 팔불출로 비하 되고 있다. 사회저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발전 저해세력 이라는 비판도 감수해야만 한다.
당연히 변해야 한다. 진보도 변하고 보수도 변하고 남북관계도 변해야 한다. 대화와 교류협력이 확대되고, 통일의 물꼬도 더욱 커져야 한다. 그러나 지킬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어려움에 처한 북한주민을 위해서는 동포애로써 감싸고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인간적인 안타까움이 우리사회를 해(害)치고 무너뜨리고자 하는 적대세력에게 까지 마음을 주고 물자를 주고 장비까지 다 바칠수야 없는 것 아닌가! 예의주시하고 대처하며 확인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자유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이땅에 통일의 길을 열고 길이 후손에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영광된 통일조국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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