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도부, "주변국과 핵군비경쟁 의사 없다"
"미국의 우정 필요하다"며 화해의 의지 강조
북한 최고위층은 러시아와 중국이 핵보유국이고 일본이 핵을 가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북한 또는 통일 한국이 핵무기 포기를 거부할 것이라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고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의 북한 전문가가 4일 주장했다.
지난달 20~24일 4박5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한 북한 문제 전문가 셀리그 해리슨은 이날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2시간여에 걸친 면담을 통해 "우리는 핵이 없는 한반도를 원하며 주변국들과 핵 무기 경쟁을 벌일 의사는 없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하는 유일한 이유는 미국의 선제공격을 억제해야하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는 제2의 이라크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찬복 인민군 대변인도 "러시아와 중국의 핵은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면서 "비우호적인 일본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어떤 경우에도 우리의 핵 억지력은 일본 또는 다른 나라가 아니라 오로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 김일성 주석과 인터뷰했던 최초의 미국 기자로 미국 워싱턴 소재 국제정책센터(CIP)의 아시아 프로그램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는 해리슨은 이번 평양 방문에서 김영남 위원장, 백남순 외무상, 김계관 외무성 부상, 리찬복 인민군 대변인 겸 판문점대표부 대표 등 북한 최고위 인사들을 만나 핵 문제 해법에 관한 집중적인 대화를 나눴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20일 상하이에서 북한을 핵무기 및 미사일 확산국으로 몰아세운 것과 관련, 김 위원장은 "우리는 미사일을 판매할 권리가 있지만 핵 물질은 알 카에다를 비롯한 그 누구에도 이전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끔찍한 비극이자 미국에 엄청난 충격을 준 알 카에다의 야만적인 9.11테러를 규탄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를 이용해 미국인들이 우리를 적대시하도록 했다"면서 "하지만 진실은 우리는 미국의 우정을 원하며 필요로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슨은 일련의 집중적인 면담을 통해 북한 지도부가 핵위기 해결에 적극적인 의사를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북한이 먼저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를 선언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미국과 외교관계 정상화 과정의 진척도에 따라 핵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동시행동의 원칙 아래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
그는 또 집요한 질문에도 ▲북한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기 위한 기술을 확보했는지 ▲항공기로 투하 가능한 핵폭탄을 보유했는지 ▲또는 핵능력을 사실보다 과장하고 있는지 여부를 간파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해리슨은 북한이 말하는 `핵 억지력'의 실체는 여전히 `계산된 모호성'(calculated ambiguity) 속에 남아 있었지만 핵실험과 관련한 리찬복 인민군 대변인 대답은 핵 능력에 대한 북한의 발언에 과장의 요소가 있을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고 말했다.
리찬복 대변인은 처음에는 "우리가 실험없이 개발할 수 없다면 실험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가 이어 "실험이 없이도 우리는 핵무기를 개발, 완성, 제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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