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체와 날개
비행기 여행을 하다 보면 날개가 무척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거대한 날개가 발아래 풍경을 가로막은 채 출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출국을 기다리면서 이륙하는 비행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왜 비행기는 힘들게 커다란 날개를 양 옆구리에 달고 하늘로 올라갈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며 사실은 그 반대다.
동체가 공연히 날개를 달고 가는 것이 아니라 양 날개가 발생시키는 양력 위에 동체가 얹혀서 가는 것이다.
따뜻한 동체 안에서 사람들은 식사도 하고 영화도 즐길 수 있지만, 그 동체를 공중에 떠 있게 하려면 두 날개는 쉼 없이 혹한의 찬 공기와 부딪쳐야 한다.
‘대한민국호’라고 불리는 비행기도 날개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 덕에 상승 비행을 지속하고 있다.
부국강병을 이끌어 온 지도자들, 혹독한 시련을 견디면서 경제 입국을 일궈낸 기업인들, 수출현장에서 과로로 숨져 간 무역의 일꾼들, 외화 획득을 위해 낯선 나라에서 간호사로 또는 광부로 일했던 사람들,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각자의 전문직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여온 사람들….
이들이 ‘대한민국호’를 높이 날도록 만든 날개들이다. 이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기적을 이뤄냈다.
오늘날 한국은 조선 1위, 반도체 1위, 컴퓨터 보급률 1위, 고속통신망 보급률 1위, 철강 생산 5위, 자동차 산업 5위, 제조업 5위 등을 기록하고 있다. 국토면적 108번째의 작은 나라가 세계 15위 경제 대국이자 8대 무역대국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당연히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병영생활을 이어가는 장병들은 ‘대한민국호’를 떠받치는 대견스러운 국방의 날개들이다.
이 날개들은 오늘도 나라의 땅과 하늘 그리고 바다와 도서들을 지키기 위해 고된 훈련을 이겨내면서 부릅뜬 눈으로 적진을 주시하고 있다.
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으로 희생된 장병들도 짧지만 금쪽같이 소중한 인생을 살다 간 우리의 자랑스러운 날개들이다.
물론 동체 안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다. 젊은 시절 열심히 날갯짓한 후에 나이가 들어 동체 안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당당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부자 부모를 만나 태어나면서부터 유복한 동체 안에서만 머물고 있는 사람도 있다.
부정부패나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호강을 누리는 비겁한 사람도 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위해 날갯짓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억울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동체 안에는 나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체 안에는 부모 형제와 대한민국의 미래도 있다.
그래서 이 순간에도 동체를 떠받치기 위해 끊임없이 찬 공기와 부딪치고 있는 장병들에게 고마운 생각을 금할 수 없다. 딸들아, 아들들아….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해군발전자문위원장)
* 출처 : 국방일보 17일자 20면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