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칼럼〕국무총리 없어도 되는 나라
문창극 씨의 총리 지명이 예상 밖으로 큰 파란을 불러일으켜 그의 인준 동의안이 과연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게 되었습니다. 본인이 자진 사퇴하거나 대통령이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 국무총리 한 사람 내기도 어려운 정국이 되었습니다.
번번이 야당의 집요하고 과도한 칼질 때문에 누구도 그 자리에 앉기가 어려운데다가 이번에는 불교의 조계종마저 반기를 들고 나왔다니 예전엔 없던 일이 벌어진 셈입니다. 국무총리는 아예 종교가 없는 사람이어야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세월호의 참사도, 지하철의 사고도, 체육관의 붕괴도, 다 2012년 대선에서 대통령을 잘못 뽑았기 때문이라는 인상을 국민에게 주기 위해서라면 그것은 전근대적인 무꾸리·푸닥거리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2017년에 가서 19대 대통령을 뽑아야 할 대한민국 국민의 수준을 지나치게 얕잡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총리 임명이 이렇게 난항을 거듭하는 까닭이 이 나라에 총리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야당이 털어서 먼지가 안 나는 사람이 만에 하나 거론이 되고 지명이 된다 해도, “그 사람 옷 벗겨서 똥구멍에서 냄새가 나는가 안 나는가 알아봐야 한다”며 눈을 부라리고 마치 사찰 입구에 서있는 ‘사천왕(四天王)들’처럼 군다면 누가 그 앞에서, 그것도 제 발로 걸어서 가겠습니까?
총리가 무슨 할 일이 많다고 이렇게 야단들입니까? 지금은 물러난 정홍원 총리처럼, 약간 자세를 굽히고 힘 빠진 걸음걸이로 청와대에 왔다 갔다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아마도 대한민국은 국무총리 없이 국정을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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