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없는 나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보며
군대가 없는 나라가 있을까? 아주 드물지만 몇 나라가 있다. 예를 들어 코스타리카는 헌법에서 군대를 폐지하기로 정하고 1949년부터 군대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일본도 1946년에 제정한 헌법에서 군대의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일본이 군사력을 포기한 것은 침략전쟁을 일으킨 데 대한 징벌의 성격이 강했다. 점령 초기에 미국 정부가 맥아더 사령부에 대해 ‘일본은 완전히 무장해제되고 비군사화돼야 한다’는 지침을 하달했을 정도다.
군사력의 보유를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세계평화를 실현시킨다는 것은 분명히 숭고한 생각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현실은 그러한 이상론과는 커다란 거리가 있다. 동등한 주권국가들로 구성된 국제사회는 개인이 모여 사는 국내사회에 비해 아직 원시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사회에서 개인은 물리적인 힘의 행사를 군과 경찰에 맡기고, 분쟁의 해결은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결에 따른다. 반면 국제사회는 주권국가의 위에 서는 상위 권력이 확립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개별국가가 각자 군사력을 보유하면서 자기보존을 할 수밖에 없다. 개인은 다른 사람을 위해 자기를 희생할 수 있지만, 국가가 타국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수는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가 군대를 갖지 않는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현실과 좀처럼 조화되기 힘든 법이다. 일본을 무장해제시킨 미국조차도 냉전이 본격화되면서 일본의 재무장 필요성을 느끼게 돼 1954년 사실상의 군대에 해당하는 자위대를 창설하게 했다. 그리고 냉전이 종식되자 일본은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이나 테러와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자위대를 해외에 파병하기 시작했다. 사실상의 군대를 보유하고 해외파병까지 하고 있으니, 군대의 보유를 금지한 일본의 ‘평화헌법’은 껍데기만 남은 셈이 됐다.
어제(1일) 일본 정부가 안전보장정책에 관한 중대한 결정을 했다. 그동안 일본은 헌법상 자국이 공격받았을 때 반격하는 ‘개별적 자위권’은 행사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가 공격받았을 때 이를 돕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는 ‘집단적 자위권’은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일본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해석을 변경한 것이다.
그동안 일본의 평화헌법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 속에서도 그나마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겨우 평화헌법의 명맥이 유지돼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집단적 자위권마저 족쇄가 풀렸으니 일본을 더 이상 군대가 없는 나라라고 부르는 것은 어불성설이 돼버렸다. 게다가 역사인식 문제에서 퇴행적 자세를 보이는 아베 정권이 집단적 자위권의 해금을 결정했다는 사실이 우리의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한다.
어쨌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를 보면서 군대의 보유를 포기함으로써 세계평화를 실현시키겠다는 이상론은 국제사회의 현실 앞에서 시기상조일 수밖에 없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평화라는 이상은 포기하지 말고 계속 추구해야 하겠지만, 현실세계에서의 평화는 군사력이 바탕이 돼야 비로소 담보되는 것이다.
조세영 (동서대학교 특임교수 전 외교통상부 동북아 국장)
* 출처 : 국방일보 7월2일 16면 ‘오피니언’
- 관련기사보기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