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이라크에 파병해야 하는가.
이라크의 전후처리와 관련하여 미국의 파병요청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닌가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지난 3월 지원부대 파견 당시와는 달리, 이번 미국 요청이 '전투병 위주의 파병'이라서 더욱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있다.
파병 반대론자들의 입장은 대체로 '어째서 미국의 뒤치다꺼리를 우리가 맡아야 하는가' '파병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나 국익이 없지 않은가' '결국 명분 없는 전쟁에 목숨 걸고 용병으로 가는 것 아닌가'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라크의 전후상황은 미국이 13만6천여 명의 주둔병력으로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어지러운 것이 사실이다. 후세인 추종세력의 송유관 파괴와 시아파·수니파- 두 종파간의 기선제압을 위한 갈등 그리고 아랍민족주의자들의 게릴라식 폭탄테러 등 혼란이 난무하고있어 전후 이라크 치안을 맡고있는 미국으로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종전 후 미군의 이라크 주둔 목적이 [중동에서의 민주주의 구축]과 [이라크의 전후 재건·안정·치안 확보]에 있을 뿐, 전투 그 자체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라크에서의 분쟁 원인이 [미국의 전후처리방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랍권 특유의 민족주의 정서에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파병 역시 '전투병 위주'이라고 할지언정 이라크의 치안을 담당하는 평화유지군 성격이 중심 축이 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향후 UN안보리의 결의에 따라 이같은 성격이 더욱 분명해짐으로써 이라크 조기안정과 중동정세 전반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과거 월남파병에서처럼 전투를 목적으로 하는 파병이 아닌 것이다. 오늘의 지구촌사회에서 우리만이 유독 국제사회의 흐름을 외면하거나 우리에게 주어진 몫을 포기하고서 독자적인 생존을 보장받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파병의 당위성을 '안보차원' '국제적 위상' '군사적 입장' '경제적 이해' 등 몇 가지 관점으로 구분하여 살펴보자.

6·25 한국전쟁 당시 미국과 21개 자유우방국의 도움이 없었다면 자유 대한민국은 이 지구상에서 이미 소멸되고 말았을 것이다. 우리가 미국을 혈맹(血盟)으로 드는데 주저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다. 우리가 아쉬울 때는 미국에 <韓美상호방위조약>을 강변하면서 美國이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에는 이 조약정신을 외면한다면 우리는 향후 국제사회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힐 것이 자명하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 국가安保차원의 최대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시점에서 우리의 이라크파병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이완되어있는 한미공조체제를 재구축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에 한미동맹 차원의 안보협력을 계속 요구할 수 있는 전략적이고도 현실적인 명분축적의 호기가 될 것이다.
한반도안보가 범세계적인 화두가 되어있는 상황에 비추어 미국의 요청을 거절함으로써 국가의 항구적인 안위문제를 자초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단견 또는 씻지 못할 오판으로 남을 것이다. 설령 실리도 없고 명분이 취약할지라도 이를 수락할 경우 '미국 내에 팽배해있는 반한(反韓)감정'을 불식하고 우방 한국을 새롭게 인식시키며, 한미간의 신뢰증진을 도모할 수 있는 대국적 차원의 국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참여 또는 분담해야 할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부담을 개도국 또는 남북분단의 특수상황을 들어 이를 외면하고도 양해받아 무임승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 12위권의 경제규모에 버금가는 준(準)선진국 수준의 위상에 걸맞는 처신이 요구되는 시기를 맞고 있다.
대한민국이 OECD 가입만으로 선진국 행 티켓을 획득하거나 국제사회에서 존중받는 선진국 위상을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무엇보다도 서방세계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와 공동의 이익에 부합되는 상황판단과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이라크의 재건' '국제유가질서 유지를 위한 경제안보' 등 국제정치경제의 향방과 직결되어있는 <지구촌 안보문제>에도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몫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우리가 '반(反)아랍민족주의 정서'를 빌미로 미국의 협력요청을 거절할 경우 <미국의 일방주의>를 자극하여 자칫 한미간의 현안인 <주한미군 후방 재배치 가속화와 병력감축 및 단계적 철수> <북핵문제의 일방적 마무리> <한미동맹의 이완> 등으로 연결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럴 경우 우리가 입는 피해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 된다.
예를 들어 최전방의 미2사단 병력을 이라크로 전환배치할 경우에도 이를 반대할 명분도 없어질 것이고, 북핵문제 역시 우리의 희원인 '평화적 해결'을 외면하고서 자국이익과 일방주의를 앞세워 북폭으로 나설 우려를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비록 전투요원 위주의 파병이라지만, UN안보리 결의에 의해 이라크의 치안유지를 위한 '평화유지군(PKF)'으로 규정할 경우 자위적 성격의 병력임이 분명해질 것이고, 한국이 이라크인의 반(反)아랍정서의 주된 표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군의 희생 개연성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해외분쟁지역 파견 및 국제경찰 역할에 참여를 통해 <통일 이후의 북한치안 유지>의 지혜와 실무를 익히는 경험축적의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한미 양국간의 향후 국제정치외교의 발전 필요성과 한국경제에 미치는 미국의 산업투자와 무역 비중 및 금융지원 등을 감안할 때 소리(小利)에 집착하느라고 대세를 그르치는 우(愚)를 범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실질적이고도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사안인 것이다.
하지만 이라크파병은 향후 1,000여억 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선점에 기여하게되어 우리 기업의 중동지역 진출기반 강화는 물론, 중기적으로는 침체된 경제난국을 돌파하는 호기로 작용할 것임을 어림할 수 있다.
또한 세계경제의 파이프라인이기도 한 이 지역의 안정을 위해 기여한다는 것은 이라크가 세계석유시장에서의 원유공급기지 역할과 능력에 비추어 항구적이고도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 구축과 미래의 경제적 실익을 약속받는 무한한 가능성에 근접하게 됨을 뜻한다.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 입장에서 보자면 이라크파병문제와 관련하여 어느 누구보다도 고심이 클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가대사를 결정함에 있어서 여론을 무리하게 이끌고자 하거나, 여론에 이끌려 다니는 것 모두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번 이라크파병문제 역시 대통령으로서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신념과 리더십 그리고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갖고 지도자적 결단을 내려야할 과제인 것이다. 소국적 관점의 실리추구보다는 대의명분과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내다보는 미래지향적 안목에서 최종결정이 내려져야 마땅한 사안이다.
미국은 6·25 한국전쟁 당시 179만 명의 자국병력을 동원하여 자유 대한민국을 구원한 것은 물론, 21개국의 우방국의 참전을 도운 은인의 나라이고, 지난 50년간 미2사단을 최전방에 주둔시켜 북한의 도발억지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한반도 안보를 위해서는 앞으로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과의 공조체제 강화가 더 없이 중요하다.
따라서 어려움에 처해 우리에게 모처럼 도움을 청해온 미국의 요청을 거부한다는 것은 우리의 도리가 아니다. 우리는 범국가적인 보은(報恩)차원에서나 국제사회에서의 신의를 위해 이라크파병은 신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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