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이라크 차출' 減軍의 시작인가
美의 신안보전략 따라 `감군 불가피'..첨단화력으로 `안보공백' 메워
주한미군 일부 병력의 이라크 이동 제의가 한국 정부에 공식 접수됨에 따라 그동안 가능성 단계에 머물렀던 미군 감축의 신호탄으로 작용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라크 사정의 악화로 미국이 최근 주한미군 일부의 차출 필요성을 제기해 한.미 양국이 이를 검토키로 했으나 이 문제가 곧바로 미군감축과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해부터 경량.신속.첨단화를 목표로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 작업에 착수한 점에 비춰 이라크로 차출된 병력이 안정화작전후 본토로 배치돼 주한미군에서 완전히 배제될 수 있다는 관측이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주한미군의 감축을 예고하는 징후들은 조지 W. 부시 정부 들어 수차례 감지됐으나 공론화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잠복되는 과정을 그 때마다 반복했다.
AP통신은 지난해 10월 부시 행정부가 현재 3만7천명인 주한미군의 3분의 1 가량인 1만2천명을 감축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이 문제와 관련된 세부 사항들을 놓고 한국 정부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군에서는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어떤 공식 협상 제의도 받지 못했다며 일단 AP 보도를 부인했으나 미국 관리들의 발언 등을 근거로 감축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언론보도가 미국 고위관리들의 잇단 발언과 궤를 같이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언급한 대표적인 미국 고위관리는 피터 페이스 미국 합참부의장이었다.
그는 작년 10월 국제학술대회에서 미국의 21세기 세계전략 및 새로운 전쟁개념 도입 등에 맞춰 주한미군 병력도 감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전은 이라크전에서 입증된 것처럼 첨단 정밀무기로 무장한 소규모 병력이 전투를 수행토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한미군을 줄이더라도 전쟁억지력과 한미연합 방어능력을 약화시키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찰스 캠벨 주한 미8군사령관도 지난해 6월 "한미 양국간 용산기지 이전과 미2사단 재배치 합의에 따라 주한미군의 일부 병력이 감소될 것"이라는 문구를 연설문에 넣어 배포했다.
럼즈펠드 장관도 지난해 5월 북한 핵문제에도 불구, 주한미군 병력 중 일부를 한국에서 철수시킬 수 있으며 이 문제는 한국 정부와 긴밀한 협의하에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주한미군은 미군 감축계획이 보도될 때마다 "감군이나 연합지휘체계 변화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 미래 재편이나 감축은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다. 미군 주둔과 관련해 어떤 변화도 주한 미군의 능력을 더욱 향상시키고 신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군당국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거론했다 곧바로 부인해온 미국 고위관리들의 잇단 발언은 감군이 실행에 옮겨졌을 때 한국민들에게 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내놓은 신안보전략에 비춰 주한미군 감축은 거역할 수 없는 대세인 만큼 향후 관심사는 감군 규모와 시기라는 게 군내 대체적인 시각이다.
감축 규모와 관련해 미국이 경량화, 기동화를 목표로 해.공군 전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주한미군을 재편성할 계획에 비춰 보병이 주축인 미2사단이 감축 대상이고 , 철수 인원은 최대 1만2천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주한미군 소식통은 "주한미군 3만7천명 가운데 미2사단 예하 1개 보병여단 3천여명과 미8군 소속 일부 지원부대 병력 등을 합쳐 1만2천여명이 향후 순차적으로 한반도를 떠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이르면 2006년부터 한반도 주둔 미군을 이라크를 포함한 세계 분쟁지역으로 재배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3차례에 걸쳐 미군병력 규모를 현재 수준의 3분의 2 규모로 줄인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도 미군의 감축은 한강 이북에 흩어져 있는 미2사단 예하 군소기지들이 주요기지로 통합하고, 미군의 대화력전 수행본부 이양이 완료될 것으로 보이는 오는 2006년부터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2사단의 한강이남 이전작업이 양국 국가 최고책임자의 합의를 거쳐 2006년부 터 본격화되고, 한국군이 북한 장사정포 공격을 자체 방어할 능력을 갖출 경우 한반도 안보공백을 우려하지 않고도 지상군 감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이 감축되더라도 한반도 안보에 대한 심리적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지는 몰라도 대북전쟁 억지력에는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군은 평가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지난해부터 4년간 110억달러를 투자해 지상군 병력 철수에 따른 안보공백을 기동성이 높은 해.공군 전력의 강화로 대체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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