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차출·감군'- 이제 최선의 사후대책을 강구할 때이다
주한미군의 차출 가능성은 2주 전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에 의해 시사됐었다. 우리 정부는 그 말을 무심하게 들어 넘겼다. 그것이 화근이다. 주한미군 감축설이 최초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은 작년 3월부터였다. 이제 그 설(說)이 마침내 현실화되기에 이르렀다.
미국은 이번의 주한미군 병력의 이라크전 투입결정을 두고 '이라크전이 다급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이 말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이라크의 현 상황이 열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미루어 본다면 '군더더기 언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과거 월남전때 악전고투를 하면서도 주한미군을 빼내어 가는 일은 없었다. 파월 한국군사령관을 역임한 채명신(蔡命新)장군은 당시 한국군을 월남에 파병하지 않았더라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빼내어 월남전에 투입했을 것이라고 회고하고 있다.
이 말은 우리가 서둘러 전투사단이나 여단 규모의 병력을 이라크에 파병했더라면 미국이 주한미군을 빼가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임을 말해준다. 미국이 감당할 공백을 우리가 대신했더라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감축할 명분을 잃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이 중장기적 과제였던 '주한미군 감축'이라는 카드를 앞당겨 쓴 것으로 요약된다. 그 배경으로는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양국간 이해와 갈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달리 보면 '이라크 파병 철회'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친북세력의 탓이기도 하다.
우리사회에서는 그간 반미친북세력에 의해 '촛불시위' '철군요구 시위' '성조기 태우기' 등이 잇따랐고, '공영방송의 반미 부추김 보도' 그리고 이들 반미친북세력이 조직적이고도 끈질긴 조작과 선전활동이 잇따랐다. 이로 인해 상당수의 젊은이들 사이에 미국과 주한미군을 마치 적국이나 적군 대하듯한 잘못된 정서가 조성됐었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빼내어 가는 진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우리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인 것이다. 그것이 한미 양국의 동맹관계를 그토록 냉랭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타국의 영토를 탐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제국주의자'가 아니다. 다만 '패권주의자'라는 말은 피할 수 없다. 우리는 그 패권주의의 오만을 탓해왔다. 하지만 동맹은 적(敵)이 같고 이념과 가치관을 공유함을 뜻할 뿐, 특정부문에서는 '대등한 관계'를 뜻하는 개념이 아닌데도 우리는 초강대국 미국에게 필요이상으로 '대등한 관계'를 주장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미국 외에 미국의 역할을 대신해줄 나라는 좀처럼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임은 분명하다.
이번 미국의 조치를 가장 반길 집단은 북한의 김정일(金正日)일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북한당국의 주장에 동조해온 친북(親北)세력 역시 박수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야말로 그간 미군철수를 부추겨온 암적 존재들이다. 우리가 초강대국 미국을 맹방으로 두고 있는 것은 엄청난 자산인데도 친북세력은 그간 미국을 '철천지원수' 대하듯 해왔다.
우리가 미국이 세운 이번 계획의 골격을 바꾸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사실상 '일방적 통보'나 다름없다. 주한미군을 일방적으로 차출하기로 한 것은 한미동맹관계에 중대한 문제가 있음을 역증(逆證)하는 사례이기도 한 것이다.
주한미군 없이 자주국방만으로 안보에 자신이 있는가. 답변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이 감군(減軍)될 경우 아쉬운 쪽은 미국이 아닌, 우리이다. "갈 테면 가라"고 했지만 후속대책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주한미군이 감당해온 전력(戰力)에 이제 '무시 못할 구멍'이 생긴 것이 사실이고, 우리는 이제 그 허점을 싫든 좋든 우리 손으로 메워야 한다.
이제 바톤은 우리 손으로 넘어왔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 정부의 향후 태도이다. 정부는 국민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최선의 수습책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정부는 미국정부와 긴밀히 협의하여 주한미군 차출과 감축에 따른 안보불안 해소방안과 전력공백을 신속하게 메울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차출미군을 6개월∼1년 내에 주둔지로 복귀시키는 '전략적 유연성'을 다짐받고, '첨단무기의 한반도 주변 배치' 등 대체안을 구체화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치유책은 한미관계를 반석 위에 올려놓는 일일 것이다.
경제문제의 중요성 역시 '안보' 못지 않다. 우리의 경제성장은 거의 전적으로 미국과 주한미군의 엄호 하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미국은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줄곧 우리편이었고, 한국이 세계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도와주었으며, 우리 역시 미국에 의존하면서 발전을 구가해왔다.
바로 이 경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주한미군의 감군 내지 철수는 국내외 기업의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모두를 우리는 뒤늦게나마 '뜨거운 열정'(warm heart)이 아닌, '냉정한 머리'(cool head)로 풀어나가야 한다. (konas)
정 준 (코나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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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9 오전 11:1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