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칼럼〕무엇을 남기고 갈까?
사람은 누구나 그 무엇을 남기고 가기를 바라는 특이한 동물입니다. 말이 “빈손 들고 왔으니 또한 이 같이 빈손 들고 갈 것이 명백치 않나”라고 노래는 하지만 그것이 인간이 진정 바라는 바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해방 후 역사 70년에서 가장 큰 것을 남기고 간 어른은 누가 뭐래도 우남 이승만입니다. 그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남겼습니다. 가장 고약한 유산을 남기고 간 인간은 누가 뭐래도 김일성입니다. 그는 오늘의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남겼습니다. 앞으로 30년 쯤 더 세월이 흘러 2045년 쯤 되면 아마도 역사가들이 그런 말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박목월은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 만리’로 시작되는 <이별의 노래>를 지었고 김동진은 <가고파>의 곡을 만들었습니다. 황영조는 마라톤에서, 김연아는 피거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그밖에도 올림픽의 여러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은 역사에 그 이름이 남을 것입니다. 건축가 엄 모씨가 설계한 광화문의 세종문화회관은 앞으로도 오래 오래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입니다.
정주영이 없었으면 오늘의 <현대>는 없고, 이병철이 없었으면 오늘의 <삼성>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오늘의 삼성이나 현대가 300년 뒤에도 건재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나도 책을 100권 넘게 썼지만 그 책들 중에는 후세에 남을 만한 책은 단 한 권도 없다고 나는 단언할 수 있습니다.
평범하게 태어난 우리 모두는 따지고 보면 아무 것도 남길 것이 없고, 다만 세익스피어가 탄식한 것처럼, “이렇게 왔다 이렇게 가노라” (Thus I come and thus I go)라고 한 마디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 것도 남길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사는 사람은 아주 미련하지는 않다고 하겠습니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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