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위기 관련 러시아 동방연구소 한국책임연구관 강연
한국군사평론가협회는 2004년 5월 18일 전우신문 회의실에서 <국제속의 한국문제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 날의 토론회는 주로 러시아 동방연구소 한국책임연구관 보론쵸프 알렉산더 발랜티노비치 박사의 강연을 듣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발랜티노비치 박사는 평양대학에서 수학하고 평양주재 러시아 대사관 2등 서기관으로 근무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날 강연은 한국어로 진행하였는데, 다소 떠듬거리는 면이 있었으나 의사전달에 큰 지장은 없었다. 우리가 북한을 보아야 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측면에서 유용하였다.
다음은 발랜티노비치의 강연 요지이다.
■한반도 군사상황은 복잡하다. 특히 한반도 안보와 관련하여 비핵화가 중요하다.
■미국의 목적에 대해 다소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북핵폐기에 부가하여 북한의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은 참다운 북핵정책이 없다. 북한이 94년의 합의를 위반했기 때문에 북한을 믿을 수 없고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하지만, 북한이 왜 위반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중요하다.
■미국의 선제공격 전략으로 북한이 안전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한다. 특히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이라크를 침공하는 등 실제로 안보상의 우려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북한이 NPT를 탈퇴하기 직전에 그 위험성에 대해 당국자에게 충분히 설명했다. 그 때 북한 당국자가 말하기를, "미국이 공격하면 NPT가 우리를 지켜줄 수 없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지켜야 한다"고 말하였다.
■북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낙관적이다. 한반도에 전쟁이 발생하는 것은 인접국 모두 반대다.
■북한은 핵프로그램을 폐기할 수 있다. 그러나 안전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6자회담이나 실무회의에서 참가국은 각기 약간씩 양보하고 있다. 북한도 핵동결을 제의하였다.
■북한도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에 반대하지 않는다. 단지 동시해결을 원한다.
■80년대 말 또는 90년대 초 북한은 몇 년 버티지 못하고 붕괴될 것으로 모두들 예상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안전적이란 것을 보여주었다. 김정일 정권은 장차 상당기간 붕괴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내적 위기가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김정일을 대신할 지도자가 없다. 다음 지도자도 군부에서 나올 것인데 아마 김정일보다 더 '보수'적일 것이다. 따라서 김정일이 심사숙고해서 개혁의 한 발을 내디뎠으니까 우리가 모두 그를 격려하고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에서 개혁을 하는 것은 어렵다. 개혁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개혁은 한번 시작되면 되돌릴 수 없다. 김정일로서는 모험을 한 것이다.
■북한을 설득하는 데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북한을 가르치려고 하면 듣지 않는다. 그래서 engagement 정책이 바람직하다. 이 점에 관해서는 영국의 예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미국은 인내심이 없다. 미국은 군사적 방법을 배제하고 engagement 정책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북한은 미국이 전쟁준비를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질문과 토론 과정에서 재미있는 발언을 하였다. 즉 북한의 "선군정치"는 군을 앞세운 것인데, 이것은 전통적으로 노동자와 당을 앞세운 정치와 다르다. 군은 노동자를 대표하는 기관이 아니라 모든 인민을 대표한다. 그리고 군은 이념적이기 보다는 실용적이다.
그리고 구소련이 개혁될 수 있었던 것은 외무부나 정보기관의 요원들의 외국 여행 경험 등 개혁 세력이 국제 정세에 밝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군인들은 외국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 아마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장군이 몇명도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내부로부터의 개혁을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 (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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