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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 무죄판결 유감

Written by. 정창인   입력 : 2004-05-25 오전 1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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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부지법 이정렬 판사는 21일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3명에 대해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이 판결은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사법적 정의의 실현을 위한 법률적 심판이 아니라 어떤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판결의 성격이 짙다. 이것은 재판을 함에 있어 '판사는 오로지 판결로만 말한다'는 원칙, 판사는 오직 법률과 양심에 따른 심판을 한다는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이번 판결이 법정신의 해석에 충실하기보다는 어떤 정치적 의도 하에 이루어졌다고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여러 정황에 근거하고 있다. 우선 이정렬 판사의 개인적 성향이다. 이 판사는 이미 <우리법 연구회>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핵심은 병역기피자 중 양심적 거부자를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규정하였다고 한다. 이 표현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존재와 그 정당성을 이미 인정한 것이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정당성 자체를 심판하기 위한 재판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했다고 보아야 한다. 즉 이 판사는 재판에 대한 선입견을 가진 부적격 판사다.

▲ 지난 21일 서울 남부지방법원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24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린 '대체복무제도 입법 촉구 각계인사 기자회견'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오태양씨가 발언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법연구회>라는 어떤 단체와 연관이 있다는 것도 문제다. 2001년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위헌심판 제청 결정을 내린 박시환 판사도 <우리법연구회> 소속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우리법연구회>는 운동권 출신 판사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무죄 선고는 17대 국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쟁점화 하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실험적 또는 정치적 판결의 성격이 짙다.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은 비공식 표결에서 다수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다고 알려졌다. 


두 번째로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병역기피자 중에서 가려내는 기준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 기준이 양심적 병역거부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이 판사는 선고의 기준으로서 ① 인격적인 양심적 결정과정에 대한 설명, ② 병역을 거부하기로 결정하게된 특별한 사정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 ③ 병역거부와 관련된 사회활동을 제시하였는데, 이 세 가지 기준은 양심 자체의 판단 기준이 아니라 양심에 대한 설명 능력 또는 설득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에 불과하다.


이 기준에 따라 이 판사는 동일한 상황에 있는 피고인 3명에게는 무죄를 선고하고 다른 한 명에게는 "소명불충분"을 이유로 3년형을 선고하였다. 이것은 '양심' 자체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거저 '양심에 대한 설명력'에 대한 판단에 불과하다. 예를 들면 말 잘하는 사람은 무죄가 되고 말을 잘못하는 사람은 유죄가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판사의 이 세 가지 기준은 '양심의 문제'가 아닌 '양심의 설득력'에 대한 판단 기준에 불과하다.


세 번째로 이 판사의 판결은 '사실'에 바탕을 두고 결정된 것이 아니라 사실을 여과한 '허구'에 바탕을 두고 결정된 것이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종교적 교리와는 전혀 상관없이 내린 판단"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4명의 피고인은 모두 특정 종교를 믿고 있는 신자이며, 그들의 그런 행동은 그 종교의 교리에 바탕을 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내세우는 '양심' 자체가 그 종교와 그리고 그 종교의 교리와 무관하지가 않다. 따라서 사실 자체가 종교적인 것임에도 종교적인 교리와 전혀 상관없이 판단하였다는 것은 사실을 무시하고 재구성된 사실, 즉 허구에 바탕을 두고 판단을 하였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판결 자체가 허구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타당성이 없으며, 따라서 무효라고 해야 옳다.


네 번째로 이 판사의 양심적 병역거부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몇 가지 이해할 수 없는 논리를 첨가하였다. 우선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연간 징집인원 30만여명의 0.2%에 불과하여 국가방위력에 미치는 정도가 미미하다는 논리를 폈다. 이것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상에 보장된 기본적 권리와 기본적 의무의 충돌에 관한 문제이지 국방력의 정도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다음으로 이 판사는 모든 국민이 군인이 될 필요가 없다고 말하였는데 이것도 해괴한 논리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필요성에 대한 문제가 아니며 기본적 권리와 의무에 관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판사는 대체복무제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면 고의적 병역 기피자를 가려낼 수 있다고 하였다. 이것도 문제의 본질을 잘못 파악한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기피자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의 문제다.


이와 같이 이 판사의 판결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가운데 서둘러 이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부각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불완전한 판단에 근거하여 내린 정당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이 점을 의식한 듯 이 판사는 3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나머지 1명에게 최근의 판례와도 맞지 않는 3년형을 선고하였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현 헌법 체계 하에서는 인정될 수 없다. 이들이 주장하는 '양심의 자유'는 헌법에 규정된 자유권의 하나로 헌법상의 권리, 즉 국가의 존재를 전제로 한 권리다. 동일한 헌법에 규정된 국방의 의무, 즉 병역의 의무는 주권국가에 바탕을 둔 현 국제질서 하에서 주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에게 요구하는 기본적 의무다. 따라서 병역의 의무가 양심의 자유에 우선하여 적용되며, 따라서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성이 없으며 헌법적으로 보장할 수 없다.


더구나 특정 종교의 교리에 바탕을 두고 헌법적 의무를 거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특정 종교의 교리가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신봉하는 교리는 특정 종교인에게만 적용되지만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적용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최고의 법률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특정 종교의 교리를 따르는 이들의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것은 특정 종교에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으로 민주사회의 기본원칙에 어긋난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인격권이 동등하다는 기본원칙에 입각한 자유민주사회의 기본원칙에 배치된다.



▲ 재향군인회 소속 회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남부지법앞에서 집회를 열고 양심적 병역거부자 무죄선고에 대한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2004.5.24.


따라서 이들이 주장하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기피 또는 회피에 불과하며 범죄행위다. 단순이 이들이 50여년에 걸쳐 감옥을 택한다고 하여 본질이 바뀌지도 않는다. 범죄행위가 단순히 시간이 지난다고 하여 합법행위로 바뀌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선택은 헌법을 무시하고 특정 종교의 교리를 따르는 것으로서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 양심적으로 성실히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사람들을 우습게 만드는 이들의 행동은 어떤 이유로서도 합리화 할 수 없다. (Konas)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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