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남북 총격전에 대한 분석
합참은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에서 총성과 함께 북한의 고사총탄 수발이 떨어져 우리 군이 대응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이 남쪽을 향해 총격을 시작한 건 이날 오후 3시55분쯤부터다.
우리 민간단체가 오후 2시쯤 연천일대에서 대북전단을 담은 풍선을 날리기 시작했고 이어 오후 3시55분쯤부터 총성이 들렸고 오후 4시50분쯤에는 민간인통제선 일대 우리군(軍) 주둔지와 연천군 중면사무소 일대에 고사총탄으로 추정되는 탄 수발이 떨어진 것이 확인됐다.
이에 우리 군은 낙탄 현장 확인 후 오후 5시30분쯤 경고방송을 6차례 한 데 이어 5시40분쯤부터 북한군 GP일대에 K-6기관총 40여발의 대응사격을 했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또 합참은 이 상황이 벌어진 후 오후 5시50분쯤 우리군 GP 상공으로 총성과 함께 총탄 수발이 날아가는 것을 확인, 우리 군 GP에서도 개인화기로 수발을 응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합참은 이번 총격으로 우리 군이나 민간에 대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총격직후 인 오후 6시10분쯤 연천일대 부대에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경계 및 감시태세를 강화했다.
연천군은 MDL을 중심으로 우리와 북한군의 GP가 곳곳에 배치돼 있는 지역으로 남북GP 간 거리는 약1.5km 정도다. 북한군 GP는 우리 군보다 2배 정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대별 상황?
14:00 민간단체 대북전단 살포시작(연천군 중면 합수리 인근)
15:55 28사단 인근에서 북측 미상의 장소에서 발사된 총성(10여발) 청취
16:00 국군, 주민대피 명령
16:50 민통선 일대 아군부대 주둔지 및 철원군 중면 삼곶리 중면사무소 일대에서 14.5mm 고사총 낙탄 수발 발견(중면사무소는 MDL에서 5km에 위치)
17:30 국군 GP(경계초소), 대북 경고방송 6회 “북한군 사격으로 우리 지역에 낙탄이 발생, 즉각 중지하지 않으면 응징하겠다”
17:40 국군 GP, 북한군 GP를 조준해 K-6重기간총 40여발 발사
17:50 북한군 GP, 국군 GP를 조준해 소총 수발 발사
18:00 국군 GP, 북한군 GP를 조준해 K-2소총 10여발 발사
18:10 5사단, 28사단 진돗개 하나 발령
18:30 민간단체 20km 떨어진 연천군 대마리에서 대북전단 추가 살포, 19:00종료
21:00 진돗개 하나 해제
북한의 도발의도?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시키기 위함이다. 이미 남남갈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일부 정치인은 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은 이번에 사전에 경고한대로 사격함으로써 빈말이 아님을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다. 북한군은 도발원점(전단 살포장소)과 지원세력(군부대)을 표적으로 공격을 가해왔다.
14.5mm 기관총과 K-6기관총의 성능은?
북한군 14.5mm구경 대공(對空) 고사총은 총열 숫자에 따라 ZPU-2, ZPU-4 등으로 구분된다. 최대사거리 8km, 유효 고도는 1.4km이다. 분당 발사속도는 550~600발 내외이나 사격시 과열로 인해 실제는 150발 내외다. 구소련 시절 1949년 14.5mm KPV 중기관총 4정을 묶어 ZPU-4를 개발한 후 6·25전쟁 당시 북한군과 중공군이 주요 대공화기로 사용했다.
북한은 총 길이 3m의 ZPU-2와 4.5m의 ZPU-4로 북한 방공구역 중 250곳(59%)을 커버하는 것으로 2010년 위성사진 등을 통해 분석된 바 있다.
북한군은 과거 휴전선 부근에 일어난 국지적 교전에서 14.5mm 고사총을 여러 차례 동원한 적이 있다. 북한군은 2010년 10월 강원도 화천지역의 우리 측 GP를 향해 두 발의 고사총을 발사했고, 2003년 7월 경기도 연천 GP에서 일어난 총격전에도 이 무기를 동원했다.
우리 K-6 기관총은 구경이 12.7mm인 중기관총으로 육군의 주력 기관총으로 운용중이다. 미국산 M2/QCB을 변형해 만든 모델이다. 최대사거리 6765m에 유효사거리는 1800m로 분당 최대 600발까지 쏠 수 있다.
K-6은 1989년부터 전군에 보급돼 기계화부대 전차나 장갑차 등에 탑재돼 운용되지만 함포를 사용하기 힘든 함정간 근접 전투에도 사용된다. 아덴만에서 소말리아 해적 퇴치작전을 펼치는 청해부대 함정과 링스 헬기 등에도 탑재됐다. K-6은 ‘한국군의 6번째로 개발한 총기’라는 의미다.
우리의 대응사격이 지연된 이유?
우리 군은 북한군의 첫 대공(對空)기관총 사격이 있은 지 약 2시간이 지나고 나서 K-6기관총으로 대응사격을 했다. 군은 이에 대해 사격소리를 들은 뒤 병력을 동원해 연천군 중면 일대를 수색했지만, 북한군의 낙탄(落彈)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군 관계자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도발 심증(心證)은 있었지만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며 “14.5mm 탄환은 상당히 작은 크기고, 일대 지역을 수색해 찾아내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군이 10여발을 쏜 것으로 추정되나 발견된 총탄은 수발이다”고 말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군의 낙탄을 확인한 뒤 20분 만에 대응사격을 결정했다. 오후 5시30분 대공기관총 사격을 한 곳으로 추정되는 북한군 GP를 향해 10분 동안 경고방송을 했고, 반응이 없자 북측 GP를 조준해 사격을 했다. 하지만 기관총 사격을 한 원점(原點)을 확인하지 못해 대신 인근 GP에 대응사격, 도발원점이 확인되지 않았을 경우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거리를 남겼다.
우리 군은 그동안 북한이 도발하면 도발원점은 물론 지원세력과 지휘세력까지 응징하겠다고 준비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도발원점을 알아내지 못했다. 이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도발 경고도 있었고 당일 연천지역에서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는 사전에 알 수 있었던 일이다. 우리 군은 적정(敵情)을 실시간 살필 수 있는 정보자산(육군 무인정찰기, 공군 정찰기)을 보유하고 있다.
남북의 후속조치는?
우리 군 관계자는 10일 “북한의 도발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추가 도발 시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날 “북측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 총격사건이 이르면 이달 말로 예정된 제2차 남북고위급 접촉에 악영향을 미칠지 우려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일로 인해 남북관계에 악영향이 있지 않기를 바란다”며 “남북 간 고위급 회담 개최는 이미 남북이 합의한 상황인 만큼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2차 고위급 접촉에 ‘악재’가 될 수 있다”면서도 “고위급 접촉이 예정대로 이뤄질지 무산될지는 북한의 태도를 좀 더 지켜봐야 안다”고 했다.
북한은 아직까지 총격전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다만 북한 조평통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11일 “우리의 존엄과 체제를 중상 모독하는 전단 살포로 남북이 합의한 제2차 고위급 접촉이 물 건너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북한의 총격은 정전협정 위반이다. 군사회담을 개최하여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약속 받아야 한다. 지난 7일 북한의 해상NLL 도발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
남북 군사회담은 2011년 2월 실무회담 개최이후 중단된 상태다. 전쟁 중에도 군사회담이 열리는데 이렇게 장기간 회담이 중단된 것은 정상이 아니다. 군사회담을 통해 우발적 충돌을 막아야 한다. 사안이 발생할 때마나 군사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군사의 상식이다. (Konas)
김성만 예비역해군중장(재향군인회 자문위원, 전 해군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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