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참전 고엽제 환자 `우울증' 심각
"우울증 보훈대상 질환에 포함돼야"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국내 고엽제(枯葉劑 , defoliant) 환자들이 심각한 우울증세에 시달리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베트남전 당시 밀림 고사작전의 일환으로 베트남 정글에 뿌려졌던 제초제인 고엽제 환자들이 일반적으로 우울증을 앓을 개연성이 높은 고혈압 환자에 비해서도 더욱 심한 것으로 나타나 보훈대상 질환에 우울증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31일 김태열 대구보건병원 보건학 박사에 따르면 대구지방보훈청에 신고된 고엽제 후유증 또는 후유의증 환자 280명에 대해 자가평가 우울척도(SDS:self-rating depression scale)를 활용해 조사한 결과, 60%가 우울증세를 보였다.
SDS란 우울감, 감정 불균형, 불면증, 식욕. 성욕감퇴, 자살기도 등 모두 20개 질문에 대해 1∼4점까지 점수를 매겨 우울증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총점이 50점을 넘으면 우울증세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김 박사는 SDS를 통한 고엽제 환자들의 우울증 정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 평균 점수가 50.4로 측정됐고 168명(60%)은 50점을 넘었기 때문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력별 우울 점수를 보면 학력이 높을수록 낮았고 직업별로는 무직인 경우 가장 높았으나 자영업자는 최저치를 기록했다. 계급별로는 부사관이 52.2점으로 가장 높았으나 장교와 병사는 각각 48.47과 48.45로 측정됐다. 병과별 우울 점수는 고엽제 노출빈도가 잦은 의무. 수색. 통신병과 출신이 56.0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공병은 43.3점으로 가장 낮았다.
참전 지역별로는 퀴논이 51.1점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닌호아, 호이안, 투이호아 등의 순이었으나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참전기간별로는 16개월 이상이 51.5점, 10개월 이하는 49.8점로 참전기간이 길수록 우울 점수가 높았다.
김 박사는 미국 보건당국, 질병관리소의 선행 연구결과를 인용해 베트남 참전 군인들은 스트레스 장애와 불안증, 우울증 발생율이 높고 우울증 환자는 부정적 인지왜곡 때문에 자신의 삶을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고엽제 환자들은 전쟁수행 중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사실만 있어도 포괄적 의료지원과 연금을 받을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국가보훈병원의 역학조사를 거쳐 우울증으로 판정된 환자에게 치료비를 무상지원하고 우울증을 (보훈대상인) 고엽제 질환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고엽제 환자에 대한 보상문제는 지금도 계속 논란이 일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전 참전자 정정구씨(57세, 강원도 동해시)는 자신은 "지금도 왼쪽다리가 저리고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나는데도 불구하고 등외 판정을 받아 현재 약만 무상으로 받고있는 실정"이라면서 "후유의증 환자는 그 증상에 따라 '고도' '중도' '경도'로 나뉘는데 그것도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에 따라 판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어, "자신의 고통을 보훈병원에 호소해도 정부가 받아들이려고 하지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우울증을 보훈질환에 포함시켜야한다는 주장은 너무도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럴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국내에는 고엽제 후유증 환자가 2만여명, 후유의증 환자가 5만 3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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