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조정과 韓·美동맹
한·미동맹, 주한미군 조정과 관련한 새로운 현안들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2003년부터 점차 가시화돼 왔으며 이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조정 논의는 단순한 ‘가능성 타진’을 넘어 ‘실질적 추세’로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가장 바람직한 변화 방향이 무엇인가를 공동 모색해 보는 단계를 넘어 미래 동맹의 모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신 안보 전략, 남북 화해·협력 분위기의 확대, 동맹에 대한 한·미 양국 내의 변화된 시각은 새로운 한·미동맹의 개념과 논리에 대한 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신 안보 전략 하에서 기존 ‘한반도 방위동맹’의 논거와 효용성은 급격히 약화될 수밖에 없으며 남북 화해·협력 본격화와 평화·번영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북한 위협 일변도에서 탈피한 새로운 동맹의 모습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일부 전력 이라크 차출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한·미동맹의 발전적 변화는 이미 미래의 목표가 아닌 현실이며, 그 과정의 안정적 관리가 향후 동맹의 생명력을 결정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는 변화를 일종의 도전으로 받아들여 우려하기보다 기회로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한반도 방위동맹으로부터의 탈피라는 목표는 그동안 우리가 지속적으로 지향해 온 ‘한반도 방위의 한국화’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며 정부의 ‘협력적 자주국방’ 정책과도 궤를 같이한다. 즉 동맹의 적절한 활용을 전제로 안정적 안보상황 유지와 자주적 국방능력 발전은 양립 가능한 목표라는 점에서 우리로서는 미래동맹을 향한 변화를 한·미 관계에 있어 상호 형평성을 완성해 나가는 기회로 인식해야 할 것이며 ‘안정을 지향하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는 것이다.
1415년 프랑스 북부의 아쟁쿠르에서 벌어진 영국군과 프랑스군 간의 전투는 중세의 종말을 알리는 중요한 사건의 하나였다. 이 전투에서 5000여 명의 영국 원정군은 1만5000명에 달하는 압도적 우세를 보인 프랑스군을 불과 두 시간여 만에 궤멸시켰다. 당시의 시각에서 볼 때 이 전투는 기적에 가까운 것이었다.
영국군은 보잘것없는 무장을 갖춘 상태였으며 오랜 원정으로 인해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던 데 반해 프랑스군은 5000명의 기사와 보병 모두가 중무장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전황의 객관적 열세를 뒤집은 가장 큰 주역은 당시만 해도 그 효용성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영국군의 장궁(長弓:longbow)이었으며, 이 새로운 무기 체계와 그 효율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구성된 군사 편제는 프랑스군의 둔중한 장갑을 일거에 무력화시켰다.
지난 50여 년간 한·미동맹은 한반도의 안정적 방위라는 목표를 훌륭히 수행해 왔으며 수많은 동맹 사례 중에서도 손꼽을 만한 성과를 이뤘다. 이제는 변화하는 시대를 반영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 동맹을 투영시키기 위한 양국 공통의 노력이 필요하다. ‘주한미군의 규모=튼튼한 안보’라거나 ‘한반도 방위동맹=한·미 간 신뢰와 협력’이라는 고정관념의 갑옷을 우리도 벗어 던질 때가 됐다. (국방일보 제공)
<차두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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