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발발 54돌, 다시는 북한의 '군사적 오판(誤判)'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김정일 정권이 그간 남침을 결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정적인 이유는 '한미동맹의 견고성' 때문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미국의 대(對)이라크전 첨단무기 위력'에 가장 큰 두려움을 느꼈을 집단이 바로 그들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장기전이 발발할 경우 저들에게 '세(勢)불리'를 안겨 줄 '남한의 우월한 경제력'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한반도정세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을 집단 역시 그들이다. 그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사회 내부의 혼란과 동요 및 한미동맹체제의 균열이 그들의 대남전략을 '보다 공격적인 것'으로 강화할 수도 있는 호기로 오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이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북한의 군사력은 도대체 어느 정도인가. 북한의 대남 군사위협은 대체로 ① 재래식 군사력 ② 핵과 대량살상무기 (생물 화학무기, 단거리 미사일, 장거리탄도미사일) ③ 특수부대, ④ 대남 전진배치의 지역적 근접성(近接性) 등으로 요약된다.
그들의 재래식 군사력은 세계 제5위를 랭크하고 있다. 정규군만도 약 117만 명에 달하며, 예비군대는 5백만을 넘는다. 지상군은 8개 보병군단, 4개 기계화군단, 1개 기갑군단 및 2개 포병군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방대하다.
특히 지상군 전력의 70% 이상이 평양-원산을 잇는 선(線) 이남 지역에 집중 배치되어있어 언제든 남한에 대한 기습공격이 가능하다. 수도권지역과 한반도 전역이 북한군의 장사정포(砲) 집중포화 위협에 노출되어있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공군은 9만2천명과 1천7백여대의 항공기로, 해군은 4만6천여명과 8백여척의 함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작 주목을 끄는 것은 12만 2천여명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규모의 특수부대(SOF: Special Operations Force)의 존재이다. 이들은 고도로 훈련된 충성심이 강한 조직으로 최근 들어 그 규모가 더욱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핵과 대량살상무기 규모 역시 가공할만한 수준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여러 개 생산 가능한 10~12kg의 플루토늄과 생산능력까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HEU)을 이용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음은 거의 확실하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1~2개 확보한 데 이어 이미 파키스탄과 공동 핵실험의 존재에 대한 보도도 있었다.
이와는 별도로 2500~5000t의 화학무기와 탄저균 천연두 등 13종 세균의 위협적인 생물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5백여기의 스커드(SCUD) 단거리 미사일 보유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장거리 탄도미사일보다 더 위협적이다.
북한은 엄청난 경제침체에 직면하고 있으면서도 이처럼 가공할 수준의 군사적 위력을 유지하고 있다. 심각한 경제난으로 장기전 수행능력은 떨어질지라도 단기 속전속결 능력은 우리에게 가히 위협적이다. 북한이 이러한 군사력을 갖추고도 대남(對南)위협을 억지하고 있는 것은 주한미군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한미 연합방위력 때문이었다.
북한의 대남위협 억지의 핵심인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감군(減軍)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한미 연합방위체계가 큰 변화를 맞고있으며, 한미동맹의 큰 틀 역시 도마 위에 올라 있다. 한반도 안보의 공백과 동북아 지역안보의 불균형이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국가안보를 우선하여 범국민적 지혜를 모으고 총력을 경주할 때인 것이다. 상황이 그러한데도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그간 줄기차게 '민족공조'를 강변하는 세력이 존재해왔다. 그러나 이 용어가 북한의 2002년 신년 공동사설에서 처음 사용된 것임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민족공조는 한마디로 그 대칭개념인 한미공조 또는 국제공조를 타파하고, '조선민족'이 단결하여 외세인 미국에 남북한이 함께 대항하여 '반미 자주'로 맞서자는 의미이다. '북한의 대남 선전공세의 핵심 개념인 민족공조론' 또는 '우리민족 제일주의'를 우리의 젊은이들이 앞장서서 외치는 세상이 됐다.
북한은 북핵문제를 남북간의 갈등이 아닌 미북(美北)간의 갈등으로, 그리고 '조선민족' 전체(남북한)와 미국간의 갈등 및 대결로 유도하고자 그간 남한 국민들에게 이에 동참해줄 것을 줄기차게 선동해왔다. 이러한 북한의 가공할 대남 선전공세가 '촛불시위'와 함께 젊은 층에게 반미감정의 확산을 불러온 것이다.
북한은 금년(2004년) 들어 '선군정치' '민족공조' 외에 '반미성전'(反美聖戰)과 '6 15공동선언 구현' 등을 새롭게 제시하고 정치인 등에게 '민족공조'의 길에 들어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민족공조'라는 내용의 저들의 대남 통일전선전술에 남한당국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그들은 금년 들어서도 국회의 3 12 탄핵결의를 친미·보수세력의 작품으로 몰아 붙이며 반미 선전공세 강도를 높여왔다. 4 15 총선과 관련된 선전공세도 뜨거웠다. 한국 땅에서 북한당국의 주문 그대로 100% 재현된 것은 참으로 어이없고 희한한 일이다.
북한의 오만 방자함은 도처에서 눈에 띈다. 조선로동당출판사가 발간한 「간부 및 군중 강연자료」(2003년 9월 북한이 자체 분석한 정세보고)는 북한지도부가 한반도정세를 어떻게 평가하고있는지를 생생하게 알 수 있는 자료이다.
이 자료에는 6 15 '북남 공동선언' 이후 남한에서는 "반공보수세력에 비해 친북 련공세력이 력량(역량)상 우세를 확보"했고, "반공보수세력이 사회의 기슭으로 밀려나고 진보적 운동세력들이 주류로 등장"하여 "권력의 칼자루를 잡았다"는 내용 등이 게재되어 있다.
북한은 한미합동군사훈련과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 동해(東海) 배치계획을 '대북 핵 선제 공격전략에 따른 군사적 조치'라고 비난하면서 "조선반도에서 전쟁을 막는 길은 핵 억제력을 백방으로 다지는 데 있다"고 주장하는 등 대미 강경태도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 요구에 대해 북한의 핵 억제력을 빼앗아 무장해제시킴으로써 북한 사회주의 제도를 전복시키려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수용 절대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정세는 한시도 쉼 없이 변화하고 있다. 현재 한반도 안보정세 변화를 견인하는 세 가지 주요 동인(動因)은 (1)북한의 핵개발 (2)주한미군 재배치 (3)남한 내부의 혼란과 분열 등이다. 한반도 주변정세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안보상황이 크게 요동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事案)들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남한 내부의 이념적 대립과 갈등을 겪으면서 정계에 전면 부상하고있는 친북성향 정치세력의 등장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한미동맹의 균열을 자초하고 북한으로 하여금 대남도발 오판 가능성을 높여줄 소지가 없지 않다. 북한이 남한과의 각종 교류협력에 호응하고있는 의도가 남북이 미국에 대항하는 공동전선 구축에 있음에 비추어 쉽게 '추정'할 수 있는 일들이다.
북한은 남한의 친북세력과 '촛불'들이 저들의 선전술에 놀아나 '민족공조'에 동조함으로써 파생되는 힘을 대미 강경자세를 펴는 데 유용하게 활용해 왔다. 저들은 필요에 따라 "서울 불바다" 위협으로 맞서기도 하고, 대미 공동전선 구축을 위해 '민족공조'를 말할 뿐, 대남 적화야욕은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일종의 악순환이다.
미국은 오히려 북한의 이러한 양동적(兩動的) 대남전략에 대응하여, 감군(減軍)계획과는 별도로 동해에 이지스 구축함 그리고 괌에 장거리 폭격기와 핵 잠수함을 배치한 데 이어 휴전선에 110억 달러 상당의 PAC-3 미사일 배치를 완료하는 등 한국 내 군사력을 보완하는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
주한미군 재배치와 함께 일본을 동북아 지역에서 미군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할 태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새로운 움직임에 직면하여 우리는 옷깃을 추슬러 내부 혼란을 극복하고 한미동맹을 가일층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터닝포인트를 마련하여 북한의 도발의지를 꺾어놓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konas)
정 준 (코나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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