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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에 바란다

Written by. 홍득표   입력 : 2004-06-04 오전 10:2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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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부터 17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우선 국민의 대표가 된 국회의원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국민 앞에 나타날 때 자랑스러운 금배지를 슬그머니 떼어 주머니에 넣는 일이 이제는 사라지길 진정으로 바란다. 또한 역대 어느 국회보다도 민의의 전당으로서 정치의 중심 역할을 다해줄 것으로 믿는다.

모범적인 국회가 될 것을 기원하면서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만 왠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국민을 위한 국회보다는 당리당략을 앞세워 과거처럼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지는 않을지, 비리에 연루되지나 않을지, 또는 다수의 횡포와 소수의 폭거로 난장판 의사당이 되지는 않을지, 볼썽사나운 모습을 또다시 목격하지는 않을지….

새롭고 참신한 정치 신인들이 대거 입성해 국민적 기대가 큰 17대 국회의 앞날에 대하여 아무리 낙관하려고 해도 찜찜한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아마도 불확실한 요인이 몇가지 발견되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여당이 가까스로 152석을 차지하여 불안한 과반수인데도 불구하고 의회를 일방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여당이 안정적으로 의회를 운영하기에 불안한 의석이라면 무엇보다도 상생 정치에 앞장서야 한다. 세 명만 당론을 따르지 않으면 여당의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고, 향후 재·보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유지한다는 보장도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말로만 상생의 정치를 외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당이 반대하는 총리후보 지명을 강행할 태세를 보이는가 하면 여당 내에서 벌써부터 총독론, 민주대연합론, 민주당과의 합당론 등이 불거지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다음으로 의정 활동 경험이 전무한 의원이 63%나 되는 상황도 낙관적 기대를 갖지 못하게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항상 옳다고 볼 수는 없다. 초선 의원이 많으면 의회의 낡은 관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 국회가 새롭게 변신할 가능성이 높지만, 반대로 국정 운영이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경험과 전문성 부족에서 오는 시행 착오에 대한 우려가 크다. 과거 국정운영에서 보듯 대통령과 정부를 견제하는 의회 권력은 막강하기 때문에 시행착오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젊다는 것 하나로, 또한 의욕만 앞세운다고 생산적인 의정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총선은 바람 때문에 일부 전문성도 부족하고 사회경험도 많지 않은, 그리고 젊은 후보가 대거 당선되었다. 그런 국회 구성원들에게 우리 국민은 향후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행복을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

의원들의 이념 성향이 극단적으로 분포되어 대화와 타협 정치의 어려움도 예상된다. 44년 만에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제도권에 진입했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던 당선자의 비율이 14.8%에 이르고, 학생·노동운동을 주도했던 ‘운동권’ 출신이 67명으로 전체 의원의 22%나 된다.

민주노동당은 기성 정치권과는 판이한 진보적 성향의 정책 대안을 끊임없이 제시하면서 파란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의원은 10명에 불과하지만 그 목소리나 영향력은 아마도 어느 정당 못지않게 클 것임이 분명하다. 일부 ‘운동권’ 출신 의원들도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여기에 보수 성향 의원들의 반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국회는 극단적인 이념 분포 때문에 역대 어느 국회보다도 가장 논란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17대 국회에 대한 이런 걱정이 기우로 끝나길 바란다. 해법은 간단하다. 자기는 선이고 상대는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극단적 사고를 떨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홍득표 (인하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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