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심빙자 병역거부 신속심리' 발표 배경과 전망
빠르면 내달중 선고..`憲裁심리' 압박요인될듯
1심 법원의 양심빙자 병역거부자에 대한 첫 무죄 선고이후 사회적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4일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계류중인 동종사건의 신속한 처리 방침을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더욱이 문제가 된 병역법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 심판이 한창 진행중인 와중에 발표된 이같은 입장은 헌재 심리를 일정부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은 일단 하급심의 엇갈린 판결로 인해 국민들이 법적 불안을 느끼고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고 법령 해석의 통일을 기하기 위해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최근 서울동부지법이 피고인의 의사를 존중, 헌재 결정 때까지 선고를 연기키로 하는 등 각급 법원에서 선고 연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대법원의 이날 방침은 사실상 하급심 사건의 전체 심리를 `올스톱'시키는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
현재 대법원에는 종교상 이유로 입영을 거부했다 병역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항소심에서 법정구속 없이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윤모(24).최모(23)씨의 상고심 사건 2건이 계류중이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사건 접수 이후 기초검토에 착수했고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심리를 개시할 예정이어서 빠르면 내달중 최종 선고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일단 이들 사건은 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소부(小部)'에서 다뤄지지만 4명의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한 사람이라도 의견을 달리할 경우 사건은 대법원장을 포함, 13명의 대법관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로 넘어간다.
전원합의체에서는 대법관별 의견개진을 통해 다수결에 따라 최종 결론을 도출하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전원합의체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은 지난 69년 종교적 이유로 군복무를 거부한 것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어 만약 대법원이 무죄 선고를 내린다면 판례를 변경하는 셈이 된다.
대법원 심리는 병역법상 법률조항을 놓고 유.무죄를 따진다는 점에서 헌법상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지를 판단하는 헌재 심리와는 일정 차이가 있다.
대법원은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에 불응한 자를 3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한 병역법 88조에 근거, 종교적 이유의 입영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되는지만 판단한다.
반면 헌재는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기관이므로 병역법 88조가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춘다.
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수결로 유.무죄가 결정되지만 헌재는 재판관 9인중 과반수 이상인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위헌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도 다르다.
대법원의 이날 방침은 헌재가 신속한 결정을 내리지 못해 법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두 사법 판단기관의 오랜 역학관계를 놓고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은 헌재의 심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례적으로 최종 결론도 나지 않은 사건을 놓고 최대한 신속히 처리한다는 방침을 굳이 강조한 것은 헌재의 심리를 다분히 의식한 결과 아니냐는 시각도 없진 않다.
헌재는 이와관련, "사건의 중요성과 파장을 고려, 그동안 해외자료 수집 등 많은 준비를 해 왔고 탄핵심판을 끝낸 후부터는 속도를 더해 가급적 올해중 심리를 마무리할 목표였다"며 의도적 심리연기는 있을 수 없음을 강조하면서도 대법원의 갑작스런 방침 발표에 다소 당황하는 분위기다. (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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