平和를 꿈꾸는 파란 양(羊)
파란색의 양, 청양(靑羊)의 해이다. 그런 양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청양은 하늘과 땅의 기운으로 자연 원리를 설명하는, 천간지지(天干地支)의 철학으로 태어난 상상의 동물이다. 다만 몸의 윗부분에 파란 기가 도는 청회색의 양은 있다.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곳, 히말라야 산맥과 네팔ㆍ티베트 등에 서식하는 바랄(bharal)이다. 푸른 기의 털을 갖고 있어서 파란 양(blue sheep)이라고도 하는데, 바위산에서의 생존을 위해 푸른 회색을 띤다.
실제로 파란 양이 있다면 얼마나 경이로울까. 스코틀랜드의 한 농부는 성 안드레아의 날에 양들을 파랗게 염색했다고 한다. 성 안드레아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이며, 스코틀랜드의 수호신이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던 성 안드레아가 푸른 하늘에서 나타나, 잉글랜드와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전설처럼, 스코틀랜드의 국기는 파란 바탕에 X자 모양의 하얀 십자가를 띠고 있다. 농부는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파란 양을 선보인 것이다.
신비감을 주는 파랑은 고대로부터 진귀한 색으로 사용됐다. 대개 청금석과 같은 광물에서 색을 채취했는데, 양질의 선명한 청금석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아프가니스탄의 북동부 바다흐샨 지역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광산에 폭약을 터트리며 위험한 갱도로 들어가 청금석을 캔다. 이 청금석은 아프가니스탄의 무자헤딘 반군들이 무기 구입을 위해 재원으로 사용했다고 할 만큼 값비싼 것이다.
파랑이 대중적으로 사용된 것은 인디고라는 염색 식물이 발견되고 난 이후다. 고대 켈트족은 인디고로 얼굴에 파란 칠을 해 로마군대를 위협했다고 전한다. 중세에는 대청에서 파란색을 얻기도 했는데, 인도에서 수입한 인디고에 비하면 색의 선명도가 약했다. 그래서 독일은 대청 재배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프로이센 군대에 대청에서 채취한 진한 청색의 군복을 입혔으며, 이 군복색을 프러시안 블루라고 불렀다.
이외에도 마린 블루는 해군의 색, 파일럿 블루는 공군의 색을 의미한다. 이렇게 파란색은 강력한 파워를 갈망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파란 베레모는 평화 군을 뜻한다. 유엔기는 파란 바탕 위에 올리브 가지가 세계지도를 감싸고 있다. 파랑은 성모 마리아의 색이기도 하며, 칸딘스키가 천상의 색이라 한 것처럼, 절대적인 무저항·탈중심적인 평화의 색이기도 하다.
양 역시 평화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착할 선(善)과 아름다울 미(美)라는 글자에도 담긴 양(羊)은 순박한 눈망울로 젖을 먹을 때 앞다리를 꿇는다. 온순하고 지순한, 평화를 닮았다. 파란색의 메시지가 다채롭지만, 그 가운데서도 특히 평화라는 의미가 마음을 끈다. 파란 양의 해, 세대ㆍ인종ㆍ지역ㆍ국가 간의 갈등과 대립이 사라지는 평화로운 나날이 되길 소원한다.
안진의 (한국화가)
* 출처 : 국방일보 1월8일 17면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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