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만에 공개된 '6.25전사자의 조국사랑' 편지
한국전쟁 당시 전사했던 한 병사의 가족에 대한 애틋한 심정이 담긴 빛바랜 편지가 6일 공개됐다.
이 편지에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는 애국청년의 심정이 그대로 녹아 있어 6월 보훈의 달을 맞아 숙연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편지를 쓴 주인공은 1953년 4월12일 강원도 금화지구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알려진 고(故) 김종석 하사이며, 김 하사의 며느리인 박현자(51)씨가 최근 국가보훈처에 편지를 맡겨옴으로써 공개됐다.

50여년간 편지를 보관하던 김 하사의 부인이자 박씨의 시어머니가 지난 98년 세상을 떠나면서 며느리인 박씨에게 '가보'라며 편지를 물려줬던 것.
특히 박씨의 아버지 박병용씨(당시 상병) 역시 같은 해인 53년 경기도 양구지구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확인돼 박씨는 시아버지와 친아버지 모두 전쟁중 목숨을 잃은 '기구한 연(緣)'을 가지게 된 셈이다.
공개된 4통의 편지는 김 하사가 홀어머니와 부인, 그리고 동생에게 각각 보낸 것으로 반세기의 세월을 거치면서 누렇게 색이 바랬지만 박씨의 시어머니가 보관을 위해 편지지에 기름을 먹여 놓아 희미하게나마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김 하사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중공 오랑캐를 무찔러 국경에 태극기를 꽂고..쏘련 모스코바까지 들리도록 만세를 부르고 꽃잎처럼 떨어진 전우가 고이 잠든 뒤에 그리운 가족품에 상봉하겠다"며 뜨거운 조국애를 표현했다.
그는 또 "싸워 물리치고 만세의 고성을 목이 터지라 외치고 화랑담배 피워문 벅찬 감격속에서도 너를 잊어 본 적이 없었다"며 "살점이 떨어지고 뼈가 천만족 부서져도 기어코 승리해 얻은 평화속에서..네가 붙잡고 섭섭히 작별하던 대신의 멋들어진 웃음으로서 한 번 껄껄 웃고 싶다"고 진한 형제애도 토로하고 있다.
이어 그는 "어제도 적의 토치카로 뛰어들다가 탄알에 두 방이나 맞아 뚫어진 형의 철모 자랑인 듯 보이고 싶다"며 치열했던 전쟁터를 묘사하기도 했다.
'어머님 전상서' 제하의 편지에는 "조부님 모시고 철도 모르는 자식들 데리고 얼마나 고생하십니까..농사에 대해 일할 만한 사람이 없어 걱정입니다"라며 장남으로서 홀어머니를 두고 온 걱정이 배어 있었다.
국가보훈처는 편지 4통중 3통의 수신 날짜가 8월19일이고 중공군과의 교전상황이 묘사된 점에 비춰 중공군과의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던 51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씨는 "편지를 소중히 간직하시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꺼내 보시며 눈시울을 적시곤 하셨던 시어머니께서 '잘 보관해 후세에 물려주라'는 유언과 함께 저한테 주셨는데 요즘 사람들이 과거를 너무 잊는 것 같아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하사는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사돈인 박씨의 아버지는 익산 군경묘지에 안장되어 있다. 지난 2002년 지병으로 남편조차 잃은 박씨는 4남매를 두고 있고 현재 재봉일을 하며 경기 성남에 살고 있다. (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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