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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실체를 바로알자(1)--세계는 초강대국 미국 중심의 일극(一極)체제로 바뀌었다

Written by. 정준   입력 : 2004-06-10 오전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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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맹관계를 맺고있는 미국 국력의 본질은 무엇이며, 국력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국가안보문제에 올바로 대응하자면 국제정치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초(超)강대국 미국의 실체부터 파악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촛불시위'에서처럼 '감성적 대응'으로 해결의 돌파구를 찾으려드는 것은 무모하기까지 한 소행이었다.

한 나라의 외교전략은 국제정치상황과 그 나라들의 국력의 상호작용을 통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세계 초(超)강대국 미국의 전략을 이해한다는 것은 21세기 세계의 흐름을 제대로 분석하고서 적정한 해법을 강구할 수 있어야 가능한 명제인 것이다.

이른바 탈(脫)냉전시대인 지난 10년 님짓한 기간(1990년∼2001년 9월11일 이전)동안 미국은 많은 국가들에게 특별한 정책목표 없이 표류하는 국가로, '냉전 이후의 세계'를 단독으로 이끌어 갈 능력이 없는 국가로 비쳐졌던 것이 사실이다. 달리 말해 다가올 세계가 미국의 일극체제(Unipolar system) 또는 패권체제(Hegemonic system)에서 벗어나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다수의 강대국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세계정치를 이끌어 가는 '다극(多極)체제'가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이 예상은 빗나갔다.

이 기간동안 미국은 '엄청난 힘의 축적'이 있었고, 국제적으로도 미국 주도 아래 강대국들의  '힘의 구도'에도 변화가 뒤따랐다. 1990년부터 1998년까지 9년간 미국은 경제력이 무려 27% 증가한데 비해 '유럽연합(EU)은 15%' '일본은 9%'의 미미한 경제 성장을 보였다. 이를테면 '도전자 없는 미국'(Unrivaled America)이 된 것이다. 그것은 달리 말해 여타 강대국들이 힘을 합쳐 미국에 대항하여 세력균형(Balancing)을 취하고자 하는 행동은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지난 2002년도를 기준으로 한 각국별 GNI(명목 국민총소득)를 살펴보면 미국의 국력(102,070억불)은 일본의 국력(43,240억불)의 236%규모로 일본과 독일·영국·프랑스·이태리·러시아 등 6개국 국력을 합친 규모(103,070억불)와 맞먹는다. 미국은 인구에 있어서도 10년 전의 2억5,503만명에서 2억8,397만명으로 증가했다. 

군사비만을 비교하면 더 엄청나다. 작년도(2003년) 세계 전(全)국가의 국방비 총액규모는 7,500억 달러였다. 미국의 국방비는 이 중 50%가 넘는 3,800억 달러에 이른다. 세계 모든 나라의 국방비를 합한 것보다도 더 많은 규모이다. 미국의 국방비가 자국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이다. 냉전 당시 GDP 5∼6%에 달했던 국방비 비중에 견준다면 크게 낮은 부담 없는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향후 그 격차(隔差)가 더 벌어질 수 있을 것임을 어림할 수 있다.

더욱이 전 세계 국방연구 개발비의 80%가 미국의 몫이라는 사실은 미국의 군사력이 최첨단 과학기술에 의존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미국 군사력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실질적인 비중은 60∼70% 이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중국이 매년 17%의 군사비 증강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미국의 IT기술은 중국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미국을 향해 발사되더라도 그 비행방향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을 정도이다. 미국의 종합국력은 전(全)세계의 50% 이상이고, 미국 군사력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실질적인 비중은 60∼70% 이상인 것이다. 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미국의 군사력을 당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국력은 비단 '방대한 영토'와 '무한한 자원' '국가적인 부(富)' '군사력'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사회체제의 개방성이야말로 미국의 진정한 국력의 바탕이다. 세계 도처의 우수한 젊은 인력을 유인하는 요인 역시 바로 이것이다. 9.11 이후 하나로 결집된 막강한 '국가전략과 국민의지'(Strategy and Will)도 바로 이 개방성에서 도출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엄청난 군사대국 미국에게 2년 전의 9·11테러는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 테러로 희생된 인원은 자그만치 3,025명이었다. 미국 역사상 이처럼 많은 인원이 하루에 희생된 적은 없었다. 미국의 국가자존심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를 입힌 사건이었다. 

미국은 앞으로도 수십 년 이상 최강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고, 이처럼 막강한 파워를 바탕으로 국가전략을 더욱 더 진취적이고도 실질적인 것으로 전환해나갈 것이 분명하다. 미국을 '오만한 나라'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국력의 실체'를 반영하는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패권(覇權)의 특질 자체가 '오만'이다.

우리는 '국력이 세계의 50%가 넘는 나라'를 '초(超)강대국'으로 일컫는다. 그것이 개념상의 정의(定義)이다. 초강대국은 홀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굳이 지역별 세력균형정책에 연연하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미국이 그런 능력을 추진할 수 있는 시기를 맞았다고도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정계에서는 북한의 핵무장을 막지 못할 경우에는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었다. 그것은 달리 말해 일본이 핵무장을 한다고 해도 그것이 미국에게 '위협'이 될 수도 없고, '위협'으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9.11 테러 이전 미국은 '테러'를 국제범죄 정도로 인식했고 경찰이 다룰 문제로 생각했다. 그러나 9.11 테러의 엄청난 피해에 직면하여 미국은 테러를 '군사전략의 대상'에 포함시켰다. '테러와의 싸움'을 '전쟁'으로 규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원칙이 바뀐 것이다. 미국은 그 일차적 목표를 테러리스트와 테러리스트를 지원하는 국가의 정권 제거에 두게 된 것은 이런 연유에서이다. 미국의 대(對)북한 시각 역시 바로 이런 관점에서 풀이해야 하며, 우리는 미국의 대외 군사전략 역시 앞으로 이 테러전쟁에 맞추어질 것임을 주목해야 한다.

그 첫 무대가 이라크였다. 미국은 이라크전에서의 신속한 승리를 통해 비로소 패권국의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전과(戰果)를 올렸다. 전쟁을 개시하기 직전까지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은 물론, 이라크의 후세인까지도 미국 국력의 실체를 과소 평가했던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이 전쟁은 장기전이 될 것이고 미국이 고전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전쟁은 3주일만에 종결되고 말았다. 미국이 전후처리에 골머리를 앓고있지만, 이들 여타 강대국들에게 '패권국으로서의 위상(位相)'을 각인시킨 것은 분명한 소득으로 자평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 문제의 해법(解法) 역시 북한을 테러를 지원하는 세력이라고 보는 미국의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미국은 불원간 이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과시할 수도 있을 것이므로 우리 역시 이같은 흐름을 직시하고서 '보다 효과적인 대북정책과 대미정책을 강구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한미관계는 이제 51년 전의 출발의 디딤돌이 크게 흔들려버렸다. '미군은 자기들이 필요해서 여기 있는 것일 뿐, 우리를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대다수 국민의 뇌리 속에 각인되어있는 한, 원상회복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사고의 바탕에는 "우리가 떠나라고 해도 미군은 떠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자가당착적 논리가 도사리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의 해상 수송로를 확보하고 소련과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핵심적 전진기지였던 필리핀의 수빅 기지와 클라크 공군 기지를 미련 없이 포기한 적이 있다. 두 기지의 전략적 가치는 한국보다 몇 배 중요했다. 당시 미국이 했던 말은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 곳에 있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때 미국의 그 말이 이제는 한국을 향해 던져지고 있다.

한국 정부 내에 한미동맹의 의미와 현실에 대한 냉정하고 정확한 인식이 자리잡기 전에는 미군 철수를 요구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다시 미군의 복귀를 요청하는 쪽으로 기울어 가는 필리핀을 닮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新)안보공동선언을 마련한다고 해서 풀릴 일이 아니다.   (konas)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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