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동맹이 30만평 때문에 갈등빚어 좌절감"<용산기지 협상>
조선일보의 롤리스 부차관보에 대한 인터뷰는 8일 오후 6시부터 1시간 남짓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이루어졌다. 그는 이날 용산기지 이전협상이 결렬된 데 대해 크게 실망하는 모습이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이다.
―주한미군 1만2500명을 2005년까지 감축한다는 입장이 최종 통보인가?
“주한미군 감축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감축 규모와 시기 모두 한·미 간 논의의 대상이다. 우리가 제시한 미군 감축과 감군 시기가 조금이라도 한국에 피해를 준다고 생각했다면 절대로 한국에 제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이 구상이 합리적이라고 믿고 있다. 한반도 전쟁 억지력에 어떤 위험도 가져오지 않는다고 믿는다.”
―한국 정부가 감축규모를 줄이기를 원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한국의 어떤 의견에 대해서도 들을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 구체적인 내용과 향후 이것이 어떻게 진행되며, 어떤 부대가 감축될 것인지를 설명하지 않았다. 우리는 앞으로 몇 주 후에 이런 것을 설명할 것이고, 이에 대해 한국이 반응을 보내면 그것을 고려할 것이다. 우리의 제안은 아시아 전력 증강계획과 연관돼 이뤄진다. 큰 그림 속에서 한국을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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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한미군 감축협상 미측 수석대표인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가 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조선일보와 단독 회견을 갖고 있다. |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이 한·미관계가 좋지 않기에 주한미군 감축시기를 앞당겼다고 보고 있다. 왜 당초 예정보다 감축 계획을 앞당겼는가?
“해외주둔 미군재배치계획(GPR) 때문이다. 더욱 완전해진 GPR이 나옴에 따라 한국 관련 계획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해왔다. 1년 전 이 문제가 처음 떠올랐을 때는 대략적인 그림만이 존재했다. 우리의 계획은 2005년 감군이 완료된 후, 2006년이 어떻게 될지를 상상하면서 자신감을 갖고 구상을 내놓은 것이다. 또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FOTA)를 통해서 (감축) 논의를 시작할 때 미국은 군사적 능력에 대해서 지금만큼 자신이 없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중이었고, 이라크 전쟁을 준비 중이었다. 이것을 거치고 나니 정밀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우리는 1년 전의 구상에 비해 전혀 다른 배경과 지식을 갖고 제의한 것이다.”
주한미군, 주일미군에 예속되지 않을것, 군사문제인 미군재편이 정치화돼선 안돼
―주한미군 감축이 1만2500명으로 정확히 제시된 것을 보면, 이미 감축될 부대가 결정된 것 아닌가? 2사단 포병여단, 항공여단 등이 감축되면 대북 억지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나?
“병력 이동은 전투능력과 연관이 있다. 한반도에서 미군이 재편되면, 규모의 경제라는 것이 달성된다. 절대 미국의 능력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다. 주한미군이 한강 이남으로 이동해 오산·평택 허브로 통합되면 군의 효율성이 증대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전투 병력이 상당수 지원부대의 성격을 띨 것이다. 그래서 오산·평택 두 개의 허브에 제대로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한미군이 50년 있을지 100년 있을지 모르나, 이 모든 것은 주한미군의 주둔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활용돼야 한다. 기지 이전과 재편이 제대로 돼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는 대규모 토지가 아니라 충분한 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우리측에서는 한미동맹을 위해서 주한미군을 재편하고, 새로운 구조를 수립하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양측 간에 이전될 용산기지가 360만평이니, 330만평이니 하고 있는데, 이 근소한 차이가 쟁점화되는 것이 무척 혼란스럽고 안타깝다. 50년 동맹의 한미관계에서 30만평의 차이가 쟁점화돼 좌절감을 느낀다.” (용산기지가 옮겨갈 오산·평택지역 이전부지 제공면적을 놓고 미측은 360만평을 요구한 반면, 한국측은 330만평 이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8일 9차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FOTA)가 결국 결렬됐다.)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 한국측이 추가적인 땅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미군이 추가 감축될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닌가?
“우리는 오랫동안 주한미군 재편을 연구한 후, 합리적인 선에서 필요한 토지를 요구했는데, 이런 것이 정치적인 이슈가 된 것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다. 그러나 합리적인 차원에서 제기한 것이 군사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정치적인 것으로 발전된다면 우리는 타협책을 찾기 힘들 것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주한미군 재편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한국 국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억지력을 확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신형 패트리엇 PAC-3 미사일 추가 배치 등 여러가지 좋은 구상과 계획을 갖고 있다. 바람직한 재편이 되지 않으면 그런 좋은 계획은 실행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억지력을 향상하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용산기지 이전 합의 지연이 앞으로 주한미군 전력 증강에 1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나?
“추가적인 전력을 들여올 수 없어 재편이 이뤄지지 않게 되므로 어쩔 수 없이 영향이 있을 것이다. 미군 재편 합의가 지연되면 더 큰 위험이 있다. 그것은 양국 국민들이 한·미동맹에 대해 신뢰를 잃고, 동맹 관리능력에 대해서 불신하게 될 것이다. 용산기지 이전 문제와 관련, 한국의 언론으로부터 미국이 이전 합의를 지연시키는 주체로 인식되고, 또 미국이 대규모 토지를 달라고 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실제로는 용산에 연합사와 유엔사가 남아 달라고 한 것은 한국 정부였다. 그래서 우리는 용산기지 11만평과 관련된 논쟁은 그만하자고 했다. 우리는 100% 이전하겠다고 했다. 주한미군 재편이 합의되지 않으면 한·미 양국 국민으로부터 한·미동맹이 신뢰를 잃고 불신을 얻게 될 것이 우려된다.”
―미군 감축 이후 주한미군사령부가 해체되거나 주일미군사령부 휘하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주한미군사령부의 지휘 구조를 바꿀 계획은 전혀 없다. 북한의 위협이 존재하는 한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주한미군을 일본뿐 아니라 어떤 나라에도 종속시키지 않는다. 지금 상태가 그대로 존속된다. 남북 간 평화협정을 체결하든, 남북통일을 하든, 남북 간 연방정부를 이뤄서 갈등이 없어지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찰스 캠벨 미8군 사령관이 한·미 연합군이 해외에서 활동할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전략적 유연성 개념에 대해서 먼저 이해를 해야 한다. 전략적 유연성은 한반도에서 전력이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의 병력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도 의미한다. 전략적 유연성을 언급할 때는 한국군과 함께 미군이 연합으로 해외에 파견된다는 개념이 아니다. 미국은 한·미 연합군이 함께 해외에서 활동하는 것을 고려한 적이 없다.”
―한국 정부나 한국민에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한미동맹을 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서로를 신뢰하고 서로를 인정하면서 주한미군을 재편하고, 군사적 능력을 증강시켜야 한다. 단 이를 정치화해서는 안 되며 상호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미군을 재편하는 이유는 동맹을 강화하고, 한국을 더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롤리스는 누구…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비록 국장급이지만 지난해부터 진행돼온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FOTA)의 미측 최고 책임자로 한반도 안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지난해부터 한·미간 큰 이슈가 돼온 미 2사단 재배치, 용산기지 이전, 주한미군 감축문제 등이 모두 그의 손에 있다. 지난해 2월 방한해 미 2사단 한강 이남 조기 재배치 입장을 전격 통보해 우리 정부를 긴장시킨 것도, 지난해 9월 이라크 추가파병을 우리 정부에 처음 공식 요청한 것도 그다. 한반도 정세에 정통한 전문가로 한국어도 능숙하게 구사한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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