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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와 메르켈 그리고 동북아의 新냉전

Written by. 박태우   입력 : 2015-03-12 오후 3: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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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을 대표하는 정치인의 독일 메르켈총리의 모처럼 이루어진 일본방문은 국내의 언론들에게 좋은 기사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전후 말끔한 과거사 청산으로 유럽통합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독일이 통일까지 이루고 아직도 과거사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동아시아의 불행한 역사의 가해국가 일본을 방문하여 뼈 있는 일침을 가한 것은 분명 식민지배로 고통을 당했던 한국민들에 큰 청량제다.

 이러한 맥락에서, 더욱더 중요한 것은 왜 일본은 독일의 과거사 청산사례를 잘 알면서도 지금 이순간도 과거 ‘무라야마담화’까지 뒤집으면서 신사참배를 하고 과거의 전범문제를 덮으려는 것일까?

 종군위안부 문제를 놓고 불분명한 역사인식을 보이면서 우리에게 이중의 고통을 주는 것일까?

 분명 일본의 역사인식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그것을 모를 리가 없는 일본의 정치인들인데 그것을 감내하면서까지 일본이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도덕적으로는 지탄받아도 국제정치의 원리인 힘 있는 국가가 된다는 전략일 것이다.

 아직까지는 본격적으로 미국과의 동맹체제로 2차대전패전국으로 몸을 낮추고 경제발전에 올인하면서 군사대국화의 길을 자제하고 국제체제에 대한 노골적인 목소리를 자제해 온 일본이지만, 향후 일본의 전략은 다른 방향으로 가겠다는 확고한 노선전환의 의지가 복선으로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 국가들 중 근대에 유일하게 메이지유신을 통해 서구문명을 일찍 받아들여서 富國强兵을 이룬 일본이 제국주의 반열에서 한반도를 점령하고 침략의 역사를 정당화해 온 그 근저엔 지금도 일본의 극우적인 국민성이 갖고 있는, 아니 일본의 국가성이 갖고 있는 팽창주의에 대한 욕구일 것이다.

 평화에 대한 레토릭 뒤에서 화평굴기 논리로 힘을 비축하고, 이제는 21세기에 군사대국화로 치닫는 중국을 견제하고 불안정한 북한을 제어하는 명분으로 미국의 암묵적인 지지를 뒤에 갖고 다시 군사대국화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가 직간접으로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이 미일동맹으로 아시아의 군사전략축을 조정하고 있는 시기이다.

 이러한 철학을 갖고 지난 60년간 일본의 팽창적인 국가정신을 주도해 온 자민당의 핵심 정치인들은 과거 전범들의 일본에 대한 헌신과 애국을 더 크게 부각시키면서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도덕국가와 양심의 소리를 애써 외면하고 있기에 박근혜정부 이후에는 한일관계도 큰 진전이 없이 소원하게 오고 있는 것이다.

 안보의 상당 軸을 ‘한미일 3각 동맹’에 의지해 온 우리정부가 언제까지 일본의 모순을 견제하는 목소리만 낼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일본의 바뀌지 않는 과거의 불행한 역사인식도 참으로 큰 문제인 것이다.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순간 동북아지역은 다시 新군비경쟁시대로 갈 것이다. 중국은 속으로 북한의 불장난을 우려하면서 계속 미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를 견제하는 북한의 전술에 대해서 침묵할 것이다. 명목상으로 核을 용인하지 않는 것이지만, 동북아는 북러, 북중이 다시 가까워지고 있는 시점에 한미일도 군사전략적으로 더 밀착될 수밖에 없는 미묘한 시점이다.

 따라서, 아베총리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의 고언을 새겨듣고 새롭게 판이 짜이고 있는 동북아의 新냉전질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한국과의 역사인식 문제를 말끔하게 해소하고 다시 한·미·일 삼각동맹체제를 21세기의 균형추에 맞게 정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의 한반도 배치문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당분간 동북아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박태우 (고려대 교수 / 푸른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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