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5선언 4돌 > 남북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2000년 6월, 평양에서 남북한의 두 정상이 손을 맞잡은 가운데 발표한 6.15선언은 분단 반세기 한반도의 냉전구조 해체를 시도한 일대 사건이었다.
이후 지난 4년 동안 6.15선언은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으로 이끌었으나 다른 한편으로 그 실천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드러나기도 했다.
화해와 협력이라는 성과 못지않게 남남갈등, 한미동맹의 균열, 자주국방 부담 등 상처와 손실도 작지 않았다.
'화해와 협력을 넘어 평화의 시대로' 극복해야할 과제도 산적..
남북관계는 2000년 정상회담 이전과 이후로 확연하게 구분된다. 이전 시기가 대결과 반목의 시대였다면 이후는 대화와 협력의 시대로 평가할 수 있다.
13일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4년전 정상회담을 분수령으로 성격을 차별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남북관계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었다"며 "남북간에 경제.사회.문화분야의 협력이 이뤄지는 가운데 생긴 신뢰가 남북관계의 변화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남북간 교류와 협력의 숫자들은 남북관계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객을 제외하고 2000년부터 북한을 다녀온 남쪽 사람은 올 6월 현재 총 5만514명으로 지난 89년부터 97년까지 방북자 2천405명의 21배에 달한다.
북한주민의 남한방문도 크게 늘었다. 2000년 이후 4년간 남한을 다녀간 북한 사람은 3천89명으로 90년부터 97년까지 8년간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했다.
햇볕정책의 옥동자로 평가를 받았던 금강산관광은 동해선 육로가 이어지면서 65만2천19명이 다녀오는 등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면서 차츰 기틀을 잡아가고 있고 개성공단사업, 남북간 철도.도로연결사업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남북간의 교역 규모 역시 2000년 정상회담 훈풍 속에 4억달러를 넘어선 이래 2002년에는 6억달러를, 2003년에는 7억달러를 웃돌면서 중국에 이어 남한이 북한의 최대교역국으로 부상하며 상호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4년전 정상회담에서 남북 양측은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데 합의, 이달까지 9차례의 상봉행사를 통해 반세기 만에 총 9천20명이 가족 상봉의 꿈을 이뤘다. 또 생사.주소 확인 2만1천414명, 서신교환 679명 등 나름대로 성과를 올렸다.
특히 정상회담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남북 사이에 다양한 대화채널이 마련되면서 남북 현안에 대한 논의가 제도화의 단계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상회담을 필두로 2000년에 27회, 2001년 8회, 2002년 33회, 2003년 38회, 올해 17회의 회담이 열려 최근까지 총 123회의 회담이 남북간에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장관급회담을 정점으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와 각종 경제 실무회담이 상당 수준 체계화됐다. 이산가족 문제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적십자회담, 국제체육경기대회 참가 방안을 논의하는 체육회담 등도 이뤄졌다.
최근에는 장성급 군사회담이 두 차례 열려 6.15를 시점으로 서해상에서 우발적 무력충돌방지와 군사분계선에서 선전수단 제거에 합의함으로써 초보적이기는 하지만 군사적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됐다.
하지만 통일원칙, 통일방안, 인도적 문제.교류.협력, 남북대화 등 5개 사항에 대한 합의를 담고 있는 6.15선언은 상대적으로 군사적 신뢰구축과 긴장완화 분야에서 더디게 움직이고 있다는 불균형 현상을 노출하고 있다.
또 제2차 북핵위기로 야기된 한반도 상황은 새로운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실 6자회담이라는 다자대화 채널이 가동되고 있지만 미국의 '선(先)핵폐기'와 북한의 '보상 대 동결' 주장이 정면으로 맞서면서 북핵문제는 해결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고 북핵회담 과정에서 남측의 '북한 편들기'는 한미공조의 균열이라는 안보불안을 낳기도 했다.
더우기 다양한 대화 채널을 마련해 놓고도 납북자 문제나 국군포로 송환문제가 매번 의제에서 벗어난 것은 '민족우선'을 공공연하게 부르짖었던 남북 모두에게 부담으로 남는 과제일 수 밖에 없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납치자 문제를 두번의 방북으로 해결한 것과는 대비되는 것이다.
민족과 국제문제를 분리한 가운데 남북이 주도권을 처음으로 행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6.15선언의 '실천력'이 북미공방에 떼밀리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도 남북문제가 단순히 우리 민족끼리만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 - 남북 모두에게 부담
게다가 남북 모두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에 따른 주한미군의 위상 재조정이라는 말못할 고민을 떠안게 됐다. 미국의 2005년말까지 주한미군 1만2천500명 감축안은 남측의 경우 안보공백으로 인한 불안감과 함께 엄청난 자주국방비 부담을 안겨 주었다.
북측도 미군 감축이 실행될 경우 지금까지 주장해온 '미군철수' 명분이 약화될 수밖에 없어 긴장을 통한 주민통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북한이 부쩍 강조하는 '민족공조'의 이면에는 체제유지를 겨냥한 북측의 고민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현재의 상황과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향군인회 안보연구소 박동형 박사는 "준장급 장성회담에서 해소할 수 있는 군사적 긴장은 극히 제한되므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확실히 줄일 수 있는 방안은 2차 남북정상회담인 만큼 이를 통해 핵문제와 남북간 군사위협 완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정상회담이야말로 남북, 한미, 북미관계를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그릇으로 이를 통해 긴장완화, 군사적 신뢰조치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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