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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4,000명 이라크 차출과 한국의 안보 상황

Written by. 이춘근(자유기업원 부원장)   입력 : 2004-06-16 오전 10: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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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 제2사단 제2여단이 금년 8월쯤 이라크로 차출된다. 차출 될 병력은 4,000여명으로 2개 공중 강습 대대, 1개 기계화 보병 대대로 구성되는 전투부대이며 이들이 보유하고 있던 장갑차와 헬리콥터도 함께 가지고 갈 것으로 알려졌다.

'차출'이후의 대책은 무엇인가

한국 외교통상부는 이 문제를 '미국과 합의' 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부시 미국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성공적 이라크 주권 이양을 위한 주한 미군의 일부 차출이 불가피함을 설명했고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해를 표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주한 미군 차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한 방위 공약에는 변함이 없음을 확인했다.

이미 9.11 이후 대폭적인 미국의 군사 전략 변화라는 맥락에서, 그리고 그동안 감지되었던 한미 동맹의 난기류 속에서 이 같은 일이 능히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놀랄 바는 없다. 사실 작년 11월 럼스펠드 장관이 訪韓했을 당시 식자들 사이에는 이라크 파병에 대한 한국 측의 소극적 태도는 결국 주한 미군의 이라크 차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한 미 육군이 4,000명이나 한번에 빠져나간다는 사실이 한반도의 안보 공백을 창출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사려 깊게 생각하여 대책을 강구하야 한다. 더욱이 차출된 주한 미군 부대가 6개월 혹은 1년의 임무를 마친 후 한국으로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면 우리는 주한 미군의 철군 혹은 감축이라는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는 전략적 틀을 새로 짜야 한다.

주한미군 이라크 차출의 전략적 의미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군사력은 양적으로 대폭 감축되어 한국 육군보다 더 적은 49만 명에 불과하다. 미국은 작년 5월 1일 주요전투작전 종료 선언 이후 이라크 평정 작업을 진행 중인데 병력이 모자라 예비군 및 주 방위군까지 동원하고 있는 형편이다. 경계 및 치안 유지 작전은 공격적 전투 작전보다 오히려 더 많은 병력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테러전쟁이 시작된 지 거의 2년 반이 지난, 그리고 이라크 전쟁이 시작 된지 1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주한 미군을 전혀 건드리지 않은 채 대규모 군사 작전을 수행해 왔다.

사실 미국군 중에서 전투 능력이 최고하고 평가받는 부대는 한반도에 전개되어 있는 육군 2사단과 오키나와의 제2 해병 원정단이다. 미국이 최고로 강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이 두 부대를 이라크에 투입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북한에 대한 경계 체제를 이완시키지 않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미군 고위 간부들은 한국 및 일본의 미군을 이라크에 파견하자고 했으나 부시 대통령과 럼스펠드 장관은 정치적 고려에 의해 주한 및 주일 미군을 건드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주한 미군의 이라크 파견은 미국의 대 한반도 전략 역시 진정으로 변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징표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전략의 본질은 억지를 통한 한반도의 안정유지였다. 이를 위해 미군은 그동안 한반도에 가능한 한 다수의 병력을 배치, 북한으로 하여금 도발을 감행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라크 전쟁의 와중에도 미국은 북한을 억지하기 위해 한반도 주둔 미군의 숫자나 역할을 변화시키지 않았다.

주한 미군 4,000명의 이라크 파병은 미국의 대 한반도 전략의 이론뿐 아니라 실제가 변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주한 미군은 더 이상 한반도에서 전쟁 억지의 기능만을 담당하는 군사력은 아니다. 미군이 만약 억지의 기능만을 담당하려 한다면 전략적으로 극히 중요한 휴전선과 서울 사이의 한 지점에 고정 배치되어 있으면 된다. 지난 수 십년 동안의 주한 미군의 배치 모드(mode)가 바로 그것이었다.

앞으로 한강 이남으로 미군을 재배치한다는 계획은 4,000명 주한 미군을 이라크에 파병한다는 것과 똑같은 전략적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이제 미군은 적군의 예상 진격로 한 복판에 고정 배치되어 적군의 공격을 억지하는 군사력(deterrence force)은 아니다. 미군은 움직이는 군사력, 뛰어다니며 싸우는 군사력, 즉 유격전을 벌이는 군사력으로 변하고 있다.

전쟁 억지란 본질적으로 방어 전략이다. 그러나 뛰어 다니는 군사력, 유격전을 벌이는 군사력은 방어보다는 공격에 유리하다. 이처럼 군사 전략의 본질이 변하고 있는 마당에 한반도에 미군 4,000명이 더 있느냐 없느냐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미국이 생각하는 한반도라는 戰場(battle field)의 성격이 바뀐 것이다. 테러 전쟁 시대 미국의 전략은 전쟁억지로부터 선제공격(preemption)으로 바뀌었다. 한반도라는 전장의 성격도 더 이상 예외가 아니게되었다.

한국의 대응방안

변화한 미국의 군사전략은 한반도에 다수의 미국 군대를 묶어 놓아 둘 필요가 없게 만든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 변화가 우리가 생각하는 한반도 안보에도 도움이 되는가? 우선 수 천명의 미군이 빠져나간다는 사실은 우리의 안보에 상당한 부담을 드리운다. 적어도 4,000명의 주한 미군이 담당했던 안보역할을 우리가 맡아야 될 터이니 말이다. 미군이 그동안 담당했던 전쟁 억제의 역할은 이제부터는 우리가 담당해야 할 몫이 되었다. 한국군의 전략 목표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한반도에서의 전쟁 억지에 두어져야한다.

주한 미군의 양적, 질적 변동이 초래할 문제점이 한반도의 안보 공백으로 비추어지느냐 아니냐의 여부는 한국 경제의 안정적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더욱 중요하다. 한반도의 상황이 불안하다고 느낄 경우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 기관들은 한국의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하게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한국은 수십, 수 백 억불에 달하는 경제적 부담에 직면하게 된다. 이 상황을 막기 위해서 한국정부는 한반도의 안정이 결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물론 한국 국민들을 위해서이다.

최악의 상황 초래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주한 미군이 이라크로 차출되는 것은 물론 미국의 대전략에 의한 것이지만 그것은 한미관계의 현주소를 일부나마 반영하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 측의 결정의 완급을 조절하거나 규모를 조절할 지렛대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미군이 주둔하고 있던 독일 도시들의 시장들은 이라크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독일을 떠난 미군이 전쟁이 끝난 후 다시 독일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해서 로비를 벌였다. 미군이 계속 주둔하는 것이 더 이익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군이 주둔하는 것이 더 큰 이익임을 알기 위해 복잡한 계산을 할 필요가 없다. 더욱 복잡해 질 동북아시아의 전략구조 속에서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은 아직 힘이 약한 한국이 일본, 중국의 군사력 변화에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게 하는 안전판이기 때문이다. 자존심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국가안보요, 국가이익이다.

미국의 전략 변화를 한국의 안정에 더욱 유익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미 동맹이 돈독히 지속될 경우 한국군의 방어적 억제 전략과 미군의 기동성 있는 대북전략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한반도의 전쟁 발발 가능성을 더욱 낮출 것이다. 반대로 한미동맹의 더 큰 균열은 미국의 한국 포기, 혹은 미국의 단독적 북한 공격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재 한반도 및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춘근(자유기업원 부원장)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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